`새벽 샤워` 층간소음분쟁 현장 가보니…
심야샤워 3분이내로·횟수 줄일테니 아랫집은 취침때 귀마개 사용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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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6.12 17:23:57
수정 : 2013.06.12 21:38:23
지난달 말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직원과 함께 방문한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 김 모씨(54)는 아예 약봉투부터 보여줬다. 현재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 윗집에서 샤워를 할 때마다 배관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김씨의 신경을 긁어놓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노후 아파트의 경우 배관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클 수 있는데 이 아파트의 경우 1988년 입주했다.
김씨가 참기 어려운 점은 윗집에서 꼭 자정이 넘은 시간에 샤워를 한다는 것이다. "몇 번 항의를 해봤지만 '내 집인데 물도 맘대로 못 쓰느냐. 우리 생활습관이 원래 이렇다'고 하더군요. 윗집이 이사 온 재작년 9월부터 하루도 맘 편하게 산 날이 없어요."
윗집에 올라가 상황을 들어봤다. 윗집 장 모씨(48)도 할 말은 있었다. 그는 "2011년 9월 추석 즈음 전세로 이사 왔는데 이사 온 다음날부터 올라와 물을 쓰지 말라고 항의했다"며 "새벽 4시에 찾아와 벨을 누르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밤중에 샤워하는 것은 장씨의 남편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자정을 넘겨 퇴근하기 때문이란다.
이들의 주장에서 타협점을 찾기 위한 중재안이 제시됐다. 안관수 주거문화개선연구소 과장은 장씨에게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샤워 등 소음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하는 게 환경부 권고사항"이라며 "계속 본인의 생활습관을 고집하고 중재를 거부한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금 누그러진 장씨는 "남편은 심야 퇴근이 잦아 어렵다. 매일은 아니라도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한밤중 샤워를 할 때 2~3분 정도로 짧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김씨 집으로 내려가 윗집이 중재에 합의했다는 말을 전한 안 과장은 김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지금 물소리에 많이 집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본인 건강을 위해 취침 시 귀마개를 하고 물소리에 신경 쓰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람은 모든 소리를 다 인지하는 게 아니라 특정 소리만 골라 듣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선 이를 '칵테일파티 효과'라고 부른다. 김씨의 경우 원래 예민한 데다 윗집 거주자와 물소리 때문에 다투면서 다른 소리는 못 들어도 이 소리는 잘 들리도록 극도로 민감해진 상태라는 것. 안 과장 설명에 김씨도 노력하겠다고 답해 이날 상담은 좋게 마무리됐다.
[기획취재팀 = 전병득 차장(팀장) / 이지용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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