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에 있는 왕피천케이블카는 지난 1일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민간 운영사인 울진케이블카가 연간 시설임차료로 3억원을 울진군에 내야 하지만 납부 기한까지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에도 7월 1일부터 8일 동안 연간 시설임차료를 기한까지 내지 못해 운행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울진케이블카는 3개월간 체납 임차료를 나눠서 내는 조건으로 운행을 재개 했었다. 왕피천케이블카는 울진군이 왕피천공원과 해맞이공원 사이 왕피천 하구에 총길이 715m에 걸쳐 운행하는 케이블카다. 울진군 관계자는 “현재는 우리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고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한 상황”이라며 “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다른 운영업체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케이블카들이 이제는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마다 관광 산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케이블카 건립을 추진하면서 케이블카가 난립하자 경쟁력 없는 케이블카들은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11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설치된 관광용 케이블카는 총 41개에 달한다. 이 중 2010년 이후 설치된 케이블카만 24개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관광객 유입에 케이블카가 효자 노롯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난 10년 사이 급증한 탓이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케이블카 가운데 흑자를 기록하며 지역 관광의 효자 노릇을 하는 곳은 드물다. 대표적인 곳인 여수해상케이블카와 통영케이블카 정도다. 2014년 운행을 시작한 여수해상케이블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관광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2021년 영업 이익은 109억원에서 지난해 144억원으로 32%나 늘었다. 2007년 개장한 통영케이블카 역시 2020년 영업 이익은 78억원에서 2021년 89억원으로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상당수의 케이블카들은 이미 천덕꾸러지 신세로 전락했다. 2021년 개통한 명량해상케이블카는 개통 첫 해 15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데 이어 지난해 영업 손실은 32억원에 달해 1년 만에 영업 손실이 2배 이상 늘었다. 2013년 개통한 밀양 얼음골케이블카도 첫 해 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는 중이다. 경남 하동케이블카 역시 지난해 1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전국 대다수의 케이블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케이블카의 경우 이용객이 적더라도 전체 캐빈을 다 운행해야 하는 탓에 이용객들이 적으면 적자 폭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케이블카 건립을 추진 중인 지자체들도 수두룩하다. 현재 울산시 울주군은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대구 달성군은 비슬산 케이블카, 경북 문경시는 문경새재 케이블카, 부산시도 황령산 케이블카 건립을 추진하는 등 전국 수십 여곳에서 케이블카 사업이 진행 중이다. 결국 전국의 케이블카들마다 출혈 경쟁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응진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의 케이블카 설치 경쟁은 관광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하드웨어 개발에만 치중하는 지자체장들의 치적 쌓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며 “케이블카 하나만 보고 그 지역을 관광 하러 가는 사람은 없는 만큼 지자체들은 환경 문제와 전체 관광객 수요 등을 판단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