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홍천→양평? 무엇을 나타나는 화살표일까?
한때 부자들의 수도권 주변 별장지 변천을 의미한다. 별장 초기 세대들이 바닷가 강화도에 터를 잡았다. 그러나 바람에 실려 오는 바닷물 소금기 때문에 시들해졌다. 이어서 홍천에 별장들이 들어선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생겼다. 겨울이 너무 추웠다. 또 하나 속초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하루 생활권이 된 강원도에 교통량이 집중 하였다. 한적한 국도까지 주중이 아닌 평일에도 차량이 꼬리를 무니, 별장 가는 길이 고역이 되었다. 서울에서 가깝고 한강이란 전망을 제공하는 양평이 뜬 이유이다.
권력과 부를 가진 이들이 별장을 갖는 것은 우리 시대만의 일이 아니다. 진경산수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동작진’이란 그림이 있다. 지금의 동작동 현충원 터를 18세기에 그린 그림이다.
‘노닐어볼 만한 산수’ 갖춘 곳이 제격
멀리 뾰족하게 솟은 산이 관악산이다. 관악산을 할아버지 산(祖山)으로 상도동 숭실대 뒷산인 서달산이 주산이 되었다. 서달산이 북동쪽을 향해 좌우로 날개를 펴 청룡·백호가 되었다. 백호 쪽이 사당동이고 청룡 쪽이 흑석동이다.
그 앞에 한강이 동에서 서쪽으로 흘러간다. 동작 나루(津)임을 방증하듯 많은 배들이 떠 있다. 현재 지 하철 4호선 동작역 부근이다. 강에 배가 없는 그림은 좋은 산수화가 될 수 없고, 또 그 배경이 되는 땅은 좋은 터가 아니다. 이 터가 좋은 터임을 겸재가 그린 ‘동작진’ 그림은 배 말고 또 무엇으로 나타냈을까?
그림을 자세히 보면 기와집들이 보인다. 실거주민들의 집일까? 권력층의 별장일까? 실거주민들의 촌락이 아니다. 부의 물적 토대인 농경지가 부근에 없다. 또 농촌 집들은 농사 편의상 집촌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림 속의 집들은 적당한 간격을 두고 나무숲에 싸여있다.
광화문에서 현충원까지 10㎞ 안팎으로 자동차로는 20분 거리이나, 18세기라면 상황이 다르다. 4대문 안에서 걸어 나와 동작나루 건너편(현재의 동부이촌동)에서 나룻배를 타야 한다. 겸재의 그림 ‘동작진’을 다시 보자. 동작진 맞은편에 말을 탄 사람 일행이 강쪽을 바라보고 있다.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이다. 행선지가 어디일까? 하삼도(下三道) 먼 길일 수도 있고, 그림 속의 별장일 수도 있다. 사대문 안에서 별장까지 족히 3시간은 걸린다. 당시의 공간과 시간관념을 생각하면 그리 먼 곳이 아니다.
이보다 좋은 별장 터가 있을까?
어떤 터가 별장터로 좋은 곳일까? 중국 송나라 때 산수화 가이자 풍수에 능했던 곽희는 산수(山水)를 “가볼 만한 산수(可行者), 바라볼 만한 산수(可望者), 살아볼 만한 산수(可居者), 노닐어볼 만한 산수(可遊者)” 등 4가지로 분류하였다. 앞의 둘은 잠시 스쳐 갈 땅이고, 뒤의 둘은 살만한 곳이다. 특히 마지막 ‘노닐어볼 만한 산수’는 별장 터로서 제격이다. 산수의 정신(山水之神)을 체화할 수 있는 이른바, ‘전신(傳神)’이 가능한 땅들이다.
동작동 현충원이 겸재 생존 당시 별장 터였던 이유이다 (별장 말고 이곳에는 선조임금 할머니인 창빈 안씨 무덤이 그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있다. 따라서 이곳은 왕족의 별장이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동작진’ 그림을 잣대로 하여 풍수적으로 우리 시대의 이상적 별장 터는 어떤 곳일까? 풍수의 핵심은 산과 물, 2가지이다. ‘산은 인물을 키우고, 물은 재물을 늘려준다(山主人, 水主財)’는 격언이 풍수의 전부이다. 산을 택할까, 물을 택할까? 선택의 문제이다. 과거 조선조 겉으로는 부(富)보다 명예(관직: 貴)를 중시하였다. 그러나 항심(恒 心: 貴)도 항산(恒産: 재물)이 있어야 가능하다.
실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擇里志)>는 사대부가 거주 할 만한 곳을 기록한 책이다. 본래 책 이름은 ‘사대부가거처(士大夫可居處)’, 즉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이었다. 이중환은 부자로 오래 살 수 있는 곳은 강이나 큰 물가라고 하였다. 산속으로 들어가면 대를 잇지 못한다고도 하였다.
당연 산보다는 물가를 택해야 한다. 양평이 별장지로 인기가 있는 것은 서울과의 접근성이기도 하지만 한강이 있기 때문이다.
물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풍수에서는 길(路)을 물의 대체물로 보아 ‘가수(假水)’로 본다. 모든 길이 다 물의 대체물인가? 그렇지 않다. 교통체증이 없어야 한다.
KTX 기차역과 병원이 15분 거리 내에 있어야 하고 주변에 문화시설이 있어야 한다.
기존 농어촌 마을은 그곳 출향민도 다시 갈 수 없는 땅이 되었다. 과거 농경사회 공동체는 무너진 지 오래다. 텃세와 지자체 공무원들의 관존민비 관념이 보통이 아니다.
필자가 일주일에 2, 3일 머무는 순창 마을에서 자주 경험하는 일이다. 오죽하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마을의 ‘텃세’를 진정하기까지 하였겠는가? 과거와 달리 전원생활을 힘들게 하는 ‘악질’ 가운데 하나 가 축사이다. 소·돼지 축사는 흐린 날뿐만 아니라 아침 저녁으로 숨을 못 쉬게 한다. 삼천리 금수강산(錦繡江山)은 옛말이다. 농촌 인구보다 소·돼지 숫자가 더 많다.
삼천리 금수강산(禽獸江山)이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 후보이자 현 야당의 정치지도자가 정동영이다. 전원주택을 꿈꾸어 고향인 순창 구림으로 가고자 하였으나 포기하였다. 지금은 섬진강 강변 외딴곳에 집을 짓고 있다. 축사 악취 때문에 귀향을 포기한 것이다.
대안이 없는가? 없다! 도시가 더 쾌적하고 살기 좋은 곳이다. 그래도 전원생활을 꿈꾼다면? 현재 행안부가 추진 하는 ‘지역활력타운’을 기다려봄이 좋다. 탄핵으로 공무가 중단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야심작으로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연 1조원 규모로 10년간 지원 (2022~2031년)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이 가운데 ‘지역 활력타운 조성’안이 있다. 타 부처(국토부·복지부·문체부) 협업으로 “주거·문화·복지가 종합된 거주 환경을 지역 거점에 패키지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귀촌·귀농을 원하는 은퇴자·청년층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당장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산수간에 집을 짓고 맑은 공기 마시며 텃밭 가꾸는 이들이 있다면 포기하시라. 텃세, 탁상행정, 축사, 태양광시설물이 없는 곳을 찾기란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