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요 교역 대상국들을 상대로 고율 상호관세 조치를 예고하면서, 전 세계 무역 전선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특히 오는 4월 9일(현지시간) 시행될 이번 조치를 앞두고 유럽연합(EU)과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천명하거나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관세 전쟁’이 한층 격화될 조짐이다.
이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오랫동안 일방적 희생을 감수해왔다”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하면서 시작됐다.
이미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강력한 맞대응 방침을 내걸었고, 다른 나라들은 피해 최소화와 양보안을 놓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은 전격적이고 폭넓다. 미 무역대표부(USTR)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 따르면, 무려 50개 이상의 국가가 미국 관세 조치의 예외를 인정받거나 관세율 인하를 얻어내고자 협상 테이블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케빈 해싯 NEC 위원장은 “무역 파트너 상당수가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비관세 장벽을 낮추고, 환율조작 의혹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베트남, 인도 등은 선제적으로 미국 과의 담판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관세 폭탄’이 예고된 국가 입장에선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해진 셈이다.
EU는 일찍부터 보복관세 대상 품목을 조율하며 미국에 맞대응할 태세를 갖췄다. 이미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1차 보복 리스트를 발표한 데 이어, 9일 이후 추가로 인상되는 상호관세에 대해서도 대응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특히 자동차 관세로 인한 유럽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높은 세율을 추가 검토하고 있다.
EU는 자유무역을 적극 지지해왔으나, 미국이 예고한 25%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에 따라 업계의 피해가 누적되기 전, 강도 높은 맞불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시행될 때부터 강력 대응을 예고해왔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단일 품목 고율 관세에 이어, 최근에는 자동차에 25% 관세가 추가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곧바로 맞불을 놨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산 자동차에도 25%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선언해 사실상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트뤼도 전 총리 시절,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어떻겠느냐”는 발언을 들을 만큼 우호적이던 관계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캐나다는 국민 자존심뿐 아니라 철강·알루미늄 수출산업을 지키기 위해, 30조 원에 달하는 맞대응 관세안을 꺼내 들었다. 다소 외교적 긴장감이 감돌 수밖에 없지만, ‘협상에 끌려가느니 한 번 정면으로 부딪치겠다’라는 결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한편, 이스라엘·베트남 등 미국과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나라들은 관세율을 0%대까지 낮추는 대가로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려는 모양새다.
이들 국가에겐 국내 제조업과 수출기업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면서도, 미국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해 관세 인상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반면, EU와 캐나다처럼 ‘강대강(強對強)’ 전략을 택한 이들은 “지금 참으면 협상력이 더 약해진다”라는 우려 속에서 보복 관세 적용을 과감히 결행하고 있다.
실제로 브뤼셀에서는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 공세를 좌시할 수 없다”라는 발언이 심심찮게 나오고, 캐나다 역시 “이웃국이라고 나약하게 대응할 수만은 없다”라는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오는 9일 본격 발효되는 미국의 상호관세가 각국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가 전 세계의 최대 관심사다.
미국은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 이상,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이에 대해 EU·캐나다·중국 등은 이미 보복관세 카드를 구체화하거나 준비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각국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기업 활동 위축, 물류비용 상승,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시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이 일종의 협상 전술로, 마지막엔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재협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가 벌이는 이 치열한 관세 줄다리기는 결국 외교력과 경제력을 총동원한 ‘협상의 기술’ 싸움이다. 세계 무역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9일 이후 전개될 양상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