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 지역에서의 승리가 오히려 러시아군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수성을 위해 군대를 집중시킬 수록 다른 전선에 공백이 발생해 대반격을 노리는 우크라이나군에 빈 틈을 노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크렘린궁은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과 측면 지원·엄호를 제공한 러시아군 덕에 아르툐몹스크(구소련 시절 바흐무트의 지명) 해방 작전이 완료된 것을 치하했다”고 밝혔다. 전날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은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부인하며 자국군이 바흐무트에서 전투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바흐무트 점령이 사실이라고 해도 전체적인 전황은 오히려 러시아군에 불리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흐무트 공격을 주도한 바그너그룹이 철수를 공언한 탓에 러시아군은 자국군으로 바그너그룹의 공백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전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반격을 준비하는 우크라이나군엔 기회인 셈이다. 영국 국방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바흐무트에 몇 개의 대대급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NYT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방어를 위해 병력을 계속 증원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공언한 대반격을 저지할 능력은 약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바흐무트 북쪽과 남쪽 방면을 공격해 일부 지역서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돌파했다. 한편으론 바흐무트에도 지속적인 포격을 가하며 러시아군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바흐무트를 둘러싼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방어에만 급급할수록,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 점령이라는 군의 목표는 점점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지난 10개월간 공방전 결과 어렵게 점령한 바흐무트가 러시아군에 ‘계륵’이 될 수 있는 셈이다. NYT는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을 계속할 수 있다면 거의 모든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방어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