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2월, 뉴욕을 시작으로 런던, 밀라노 그리고 파리까지 전 세계 패션 트렌드의 중심지인 4개 도시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패션 피플들의 축제가 열렸다. 세계적인 럭셔리 하우스와 디자이너 레이블의 최신 트렌드를 담은 런웨이 쇼를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관광객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패셔니스타들의 개성 넘치는 패션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2014/15 FW FASHION WEEK가 바로 그것이다.
이향미 한세실업 디자인 담당 상무는 “매 시즌 각 도시에서 런웨이 쇼가 개최되면서 다양한 트렌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 4개 도시에서 유독 공통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바로 편안함”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FW 쇼에서 늘 많이 나왔고 또 다뤄졌던 컨스트럭티브하고 몸에 딱 맞는 실루엣 대신, 흐르는 듯한 자유로움과 편안하게 감싸는 듯한 느슨한 실루엣과 코쿠닝(cocooning) 스타일이 많은 디자이너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심플하고 클린한 실루엣에 퍼나 소프트 레더, 브러시된 스웨터 등 노벨티·럭셔리한 소재를 입힌 스타일들이 이번 시즌 런웨이의 키 아이템으로 제안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노벨티한 소재의 대체적인 아이디어로 3D 자수나 비딩 등 텍스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핸드 크래프트적 장식도 이번 런웨이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좀 더 구체적 테마를 가지고 움직이는 디자이너들도 많이 등장했다. 아르누보적인 패턴과 핸드크래프트 비딩·자수 등으로 호화로운 보헤미안의 느낌을 살려 낸 발렌티노나, 1960년대 톰보이의 미니드레스를 재현한 생로랑, 전 세계적으로 많은 붐을 일으키고 있는 엑티브 인스퍼레이션에 스트리트 영감을 가미한 컬렉션으로 영하고 펀한 느낌의 런웨이 쇼를 만들어 낸 마크 제이콥스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처럼 이번 FW 시즌에도 변함없이 수 많은 디자이너들에 의해 수많은 트렌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4가지 트렌드를 꼽는다면 누보 보헤미아와 룩스 캐주얼, 미스 모드, 어반 아웃도어를 들 수 있다.
누보 보헤미아
누보 보헤미아(Nouveau Bohemia)
빈티지한 멋스러움과 다양한 컬러 및 소재를 사용해 글래머러스한 룩을 연출하는 누보 보헤미아 무드는 이번 14/15 FW 시즌의 런웨이에서 수많은 럭셔리 하우스와 디자이너 레이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테마다. 아르누보적인 프린트 패턴과 선염색사로 그림을 짜 넣은 화려한 타페스트리, 핸드크래프트 데커레이션이 70년대 패션에 영감을 받은 실루엣과 만나 새로운 보헤미안으로 재해석된다. 발렌티노의 핸드크래프트 비딩 자수 드레스나 알베르타 페레티의 핸드크래프트 자수 코트 같은 게 대표적이다. 버버리는 70년대 느낌의 빈티지 레더 재킷을 내놨고, 프라다는 빈티지 패턴의 퍼 코트, 루이비통은 아르누보 패턴 스웨터를 선보였다.
룩스 캐주얼(Luxe Casual)
터틀넥 스웨터나 니트 드레스, 심플한 코트와 같이 언제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할 것 없는 에브리데이 웨어가 퍼나 부클 트위드(양털 같은 느낌을 주는 소재), 레더 같이 럭셔리한 소재와 만나 우아한 캐주얼 룩을 선보인다. 블랙 & 화이트, 파스텔 톤의 컬러와 심플하고 클린한 실루엣은 모던한 느낌을 연출하며, 체크 패턴 같은 또 다른 영감을 첨가해 모던 헤리티지 룩을 완성한다. 2014/15 FW 시즌의 ‘KEY LOOK’으로 제시된다.
크리스토퍼 르메르의 브러시 된 터틀넥 스웨터, 레베카 테일러의 부클 트위드 코트 등을 볼 수 있다.
바바라 뷔는 노벨티 한 케이블 니트 판초를 선보였고, 폴&조는 럭셔리 한 퍼 재킷과 목도리,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체크 패턴의 울 쉘 탑을 내놨다.
미스 모드(Miss Mod)
수세기에 걸친 여성복 역사 중 가장 파격적인 변화가 일어났던 1960년대 미니 드레스와 톰 보이 패션이 다시 한번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했다. 에이 라인의 미니 드레스가 때로는 소녀스럽게, 슬림 핏의 트레디셔널 테일러링이 때로는 소년처럼 연출되어 여성스러운 디테일의 시프트 드레스는 여성의 우아함을 극대화시킨다.모노크롬의 볼드한 프린트와 더스티한 파스텔 컬러를 사용해 이번 시즌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레트로 룩을 완성시킨다. 구찌의 슬림 핏 톰 보이 슈트나 생로랑의 리본 장식이 귀여운 메탈릭 미니드레스가 눈길을 끌었다. 올라 키엘리는 지오메트릭 볼드 꽃 프린트 미니드레스를 내놨고, 질 샌더는 여성스러운 디테일의 파스텔 시프트 드레스로 단순하면서도 세련미를 강조했다.
어반 아웃도어(Urban Outdoor)
도시로 내려온 아웃도어는 몇 시즌 전부터 일어난 패션계 전반의 새로운 흐름. 엑티브 인스퍼레이션 붐이 이번 시즌 스트리트 패션의 캐릭터와 접목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재해석됐다. 이향미 상무는 “조금 더 영하고 발랄한 느낌의 볼드한 컬러 팔레트, 메탈릭 원단, 모토크로스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프린트와 디자인이 많은 럭셔리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며 “편안한 멀티 레이어링과 바시티 룩이 이번 FW 컬렉션의 키 실루엣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는 모토크로스에서 영감을 받은 경쾌한 스타일의 드레스로 눈길을 끌었고 디젤 블랙&골드는 메탈릭 소재의 슬리브리스 탑·팬츠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