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조차 생소했던 핀테크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어느덧 2년여가 지났다. 아직까지 초창기에 지나지 않지만 몇몇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전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 모델을 세상에 던진 이들은 이미 기존 대형 금융사들을 고객사로 거느리고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각각의 영역에서 생태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차세대 핀테크 리더 10인을 만나봤다.
■ 01. 올해 송금액 1조 원 돌파 예상 <toss>
치과 전문의 박차고 나온 ‘핀테크 바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일류대를 졸업해 힘겹게 따낸 치과 전문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핀테크 업계에 뛰어든 ‘바보(?)’가 있다. 간편송금 앱 ‘토스(toss)’를 선보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다. “의사생활을 하며 몇 년간 모아놨던 돈을 다 썼죠. 그나마 있던 돈도 다 떨어져서 서비스 개발 중간에 아르바이트 의사로 복귀하기도 했습니다.(웃음)”
서비스 내용은 간단하다. 보안카드, 공인인증서 없이 상대방 계좌번호, 전화번호만 있으면 몇 초 안에 돈을 무료(20회)로 송금할 수 있다. 복잡하고 절차가 많은 송금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을까 고민했던 그는 ‘이거다’하고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은 적중했다. 서비스 출시 후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 토스를 통해 오간 송금액은 약 6000억 원, 다운로드 수는 300만에 달한다. 추후 카카오 등 몇 개 업체가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토스는 굳건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 내용은 간편하지만 그를 지원하는 기술은 결코 허술하지 않다. 먼저 가장 중요한 보안을 위해 미 국방성에서 사용하는 강력한 보안 솔루션을 채택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화이트 해커 기업인 타이거와 MOU 체결을 통해 상시 보안에 나서고 있다. 돈이 송금되는 동안 단말기부터 서버까지 통신 전 구간이 이중 암호화된다. 일반 금융앱과 차별화된 ‘사기계좌조회’ 기능도 특징이다. 금융사기예방 핀테크 업체 ‘더치트’와 제휴해 송금 직전에 사기 의심 계좌를 알려준다.
“송금서비스의 핵심은 간편함과 보안입니다. 간편한 보안솔루션을 채택한 결과 토스는 1년 동안 사고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출·투자 분야 진출 계획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토스는 올해 예상 송금액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외연 확대와 더불어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KTB네트워크와 미국 굿워터캐피털, 알토스벤처스 등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핀테크 업체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총 265억 원을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공적인 투자를 유치한 이 대표에 대한 업계의 시선에는 부러움이 많이 묻어 있지만 한편에서는 수익모델에 대한 의구심을 실어 보내기도 한다. 이 대표는 역시 자신만만이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아무래도 저희가 금융사에 내는 송금수수료에 대한 우려가 있으실 거예요.(웃음) 그러나 이용자 수가 늘어나면서 수수료율은 낮아지고 유료 사용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내년부터는 손익분기점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향후 토스 플랫폼을 통해 소액대출 ·투자상품 추천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계획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02. 내게 가장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예금은?
‘뱅크샐러드’ 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신용카드 숫자만 수천 장인데 어떤 카드가 혜택이 많은 상품인지 카드사를 찾아가 봐도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 금융 서비스 사각지대를 목격한 그는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엔지니어도 금융 전공자도 아닌 김 대표는 레이니스트를 설립해 묵묵히 2년 넘게 오피스텔을 빌려 방대한 카드 혜택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나가며 DB를 완성해 나갔다. 그 결과 2500여 종의 신용카드의 혜택을 분석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사용 패턴을 분석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찾아주는 무료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열었다. 사용자는 간단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소비패턴을 기입하거나 휴대폰의 카드 사용 문자메시지를 마우스로 긁어 넣으면 1원 단위까지 혜택을 계산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카드보다 더 나은 카드를 제안해준다. 별다른 고민 없이 신용카드를 만들던 소비자들은 점차 뱅크샐러드 앱에서 혜택 높은 카드를 찾기 시작했다.
“월 3만명 넘는 사용자가 평균 4% 혜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월 300만원 카드를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매달 12만원의 혜택을 더 보게 되는 셈이죠.”
▷연말정산 관리·예적금 추전 서비스 열어
대출·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도 론칭 예정
획기적인 서비스로 유수의 카드업체들과 B2B 계약을 마친 김 대표는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며 고객 접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 초 뱅크샐러드 앱에 소득공제액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 자동 계산기’ 기능을 추가했다. 자신의 연간 총 급여만 입력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지점인 ‘소득공제 문턱’(총 급여의 25% 소비)과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공제액까지 알려줘 카드 사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소득공제 문턱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혜택이 큰 신용카드를, 25%를 넘은 후에는 공제율이 2배인 체크카드 사용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개인의 우대금리 조건 충족 여부를 반영한 ‘맞춤형 예적금 비교 추천 서비스’도 내놨다. 기존에 있는 예적금 추천 서비스들이 ‘우대금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과 차별화해 국내 95개 은행(제1금융권 17곳, 제2금융권 78곳)의 1100여 개 예적금 상품의 모든 우대금리 조건을 함께 비교,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받을 수 있는 만기 지급금액이 가장 높은 상품을 제안하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연말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1년에 100만원 현금흐름을 늘릴 수 있는 앱을 완성하는 것이 최종목표입니다.”
■ 03. 세계가 주목하는 핀테크 보안 플랫폼
앱 해킹·변조방지 솔루션 <에버스핀>
하영빈 에버스핀 대표이사
“어떤 뛰어난 보안 기술도 고정된 방식(모듈)이라면 시간이 지나 해커에게 뚫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보안 모듈은 변경되는 것이 더욱 안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핀테크의 가장 중요한 기반기술은 무엇보다 보안이다. 증권·송금·결제 등 어떤 서비스든지 해킹을 허용하게 되면 막대한 2차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에버스핀은 이러한 핀테크의 기반기술이라 할 수 있는 모바일앱 보안 플랫폼 ‘에버세이프’를 개발했다. 에버세이프는 국내외 주요 핀테크 대회에서 자사의 기술이 잇달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스콤이 주관하는 ‘핀테크 코리아 공모전’에서 기술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후 코스콤과 함께 사업 전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FIBC(Financial Innovation Business Conference)가 주관한 글로벌 핀테크 공모전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5월에 열린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ICT 스프링 유럽 2016’의 핀테크 경연 대회 본선 진출에도 성공했다.
▷50kb 파일 크기 앱 시작 지연 없어·수백억대 인수 제안도
“기존의 앱 보안 방식은 고정형 방식으로 해커가 마음먹으면 하루 만에도 해킹을 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버세이프는 시간마다 보안모듈을 변경해 해킹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 핵심기술입니다.”
에버스핀이 개발한 다이내믹 보안 기술은 자체 알고리즘으로 보안모듈을 랜덤으로 생성하고, 보안모듈이 변경될 때마다 다른 형태의 바이너리(0과 1의 이진법)가 만들어진다. 해커가 시스템을 파악할만한 시간이 주어지기도 전에 다른 형태의 보안모듈로 변경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안모듈의 크기는 50kb에 불과해 앱 구동 시에 전혀 지연이 없다는 것도 강점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알아본 대형증권사들은 에버스핀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
“다이내믹 보안모듈은 실상 세계최초로 중국업체들을 비롯해 인수제안을 몇 차례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개발된 최초 기술인만큼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진출해 국제표준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04. 한국의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 들어보셨나요?
유영석 코빗 대표
우리네 삶에서 점차 동전이 사라지고 있고 현금의 용처가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조류 역시 마찬가지다. 전자결제·송금의 발달로 화폐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와 반대로 글로벌 화폐시장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활용도가 늘고 있다. 한국에도 이미 비트코인 거래소가 다수 운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영석 대표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원화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을 만들었다.
“현재 코빗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하루 비트코인 거래량만 약 4억원 가량입니다. 미국이나 영국·독일 등에서 비트코인의 화폐인 정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용처가 늘어날 경우 국내 사용자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장점은 은행이나 금융기관 등의 중개자 없이 현금을 주고받을 수 있어 거래비용이 저렴하고 간편하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이 인터넷 인프라에 최적화된 대체화폐로 떠오르는 이유다. 코빗은 이러한 조류에 맞게 국제송금 플랫폼을 갖추고 22개국으로의 국제송금 중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트코인을 매개로 한 글로벌 송금과 결제 등 분야에 향후 개인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3국에서 제3국으로의 기업 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구상 중입니다.”
▷비트코인 보안 기술 블록체인, 국내 금융기관과 기술 MOU
외모에서 뉴요커 느낌을 물씬 풍기는 유영석 대표를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3살 때 미국 인디애나로, 8살 때는 다시 한국으로, 13살 때는 일본 도쿄에서, 15살 때부터는 뉴욕에서 자라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유명한 창업교육기관인 ‘싱귤레리티 대학교(Singularity University)’의 교육 프로그램 과정을 이수했다. 미 항공 우주국(NASA)과 구글(Google) 등의 후원으로 설립된 이 대학교는 미래학과 신기술, 창업을 가르치는 곳으로 유명하다. 유 대표는 창업 초기 비트코인 상용서비스를 바탕으로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투자를 유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코빗은 거래소 외에 비트코인 전자지갑, 전자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비트코인 전문 회사로 발돋움했다. 한편 유 대표는 비트코인에 사용되는 보안 기술 블록체인을 개발에도 애쓰고 있다. 블록체인은 중앙집권화된 시스템에 기반을 둔 기존 은행 전산체계와 달리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내역이 온라인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분산 저장돼 해킹이 어렵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기업은행과 MOU를 통해 블록체인 서비스 기술을 개발에 나섰습니다. 비트코인 거래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기술인 만큼 향후 금융보안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 05. 투자자도 대출자도 ‘안심’
국내 최초 ‘1금융권 P2P대출(은행통합형)’ 선보여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P2P(Peer-to-Peer Lending) 대출은 법 제도가 채 갖춰지기도 전에 11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8퍼센트, 테라렌딩, 렌딧 등 몇 개의 업체가 근거 법 없이 투자자와 대출자를 모았다. 금융당국은 대부업 등록만 마쳤다면 영업을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관련 제도가 채 무르익지 않아 음지에 놓인 P2P대출영역을 양지로 끌어올려 화제가 된 인물이 있으니 바로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다. 김 대표는 1금융권인 은행(JB전북은행)과 손잡고 보다 안전한 P2P대출 모델을 구상했다. 새로운 모델의 금융상품이 등장하자 금융당국은 당황했다. 관계자를 수없이 찾아가 설득하고 기다리기를 반복한 끝에 김 대표는 대부업 등록 없이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승인’을 얻어 냈다.
“새로운 형식의 금융상품이라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 정부 관계자들과 미팅을 많이 가졌습니다. 7개월간 상품 출시가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긍정적인 답을 얻어내 기쁘게 생각합니다.” 다른 P2P대출업체가 투자금을 모아 대출자에게 빌려주는 구조인 반면 전북은행과 피플펀드의 모델은 피플펀드가 온라인상에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전북은행에 맡기고, 전북은행이 이 예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형태다. 1금융권 은행이 관리·추심 등 대출집행과 관련된 업무를 맡아 대출자나 투자자들이 보다 신용등급 등 걱정 없이 안심하고 돈을 맡기고 빌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 방문 없이 대출 원하는 우량고객 타깃
“사실 우량고객이라도 현재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꼭 방문해야 하잖아요. 큰 금액이면 모르겠는데 소액을 빌릴 때도 은행에 방문에 이것저것 서류를 작성하기 귀찮아 2금융·3금융권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한 분들을 주요 타깃고객으로 잡았습니다.”
피플펀드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방문이 필요 없다. 모바일로 대출 가능한 한도 및 이자율을 1분 만에 확인할 수 있고 은행통합시스템을 통하여 대출·서류제출·심사·정산 등 모든 업무를 진행 무대면으로 진행한다. 서비스의 자동화·온라인화를 통한 운영비용 절감을 통해 대출 금리는 최저 2.99%부터 시작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피플펀드는 매력적이다. 1금융권 고객을 타깃으로 한 만큼 안정적인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고신용 대출자를 만날 수 있고 상황과 연체관리 등 추심 등 업무도 시스템화되어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부 업체의 채권투자가 아닌 은행대출채권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량고객을 유치할 계획인 만큼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다루는 플랫폼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 06. 금융투자 위한 빅데이터 검색엔진
‘스넥(SNEK)’이 있습니다
김재윤 위버플 대표이사
초록색 창에 ‘전년도 대비 영업이익이 30% 성장한 화장품기업’을 검색했다. 예상되다시피 중구난방의 결과가 나온다. 기존의 검색엔진으로 원하는 결과를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품이 들것은 자명하고 수십 번의 검색에서도 정확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금융의 가장 큰 특징은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바뀐다는 데에 있습니다. 1시간 전 적절한 투자였던 것이 1시간 후 부적절한 투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지금 이 순간, 현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자자의 목적에 맞는 결과를 새롭게 계산해서 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대표가 내놓은 서비스인 SNEK은 기존의 누군가가 작성한 웹 문서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금융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하고 연산하여 결과를 도출한다. 배당투자를 예로 들면, 누군가 작성한 ‘배당 투자가 무엇인가’ 와 같은 문서가 아니라, 배당투자를 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조건들을 그 순간에 계산하고 연산해서 답을 내놓는다. 모바일앱 스넥은 2014년 5월에 론칭해 현재 5만 다운로드, 실사용자 3만 명을 확보했다. 특히 스넥웹 서비스와 함께 통합 10만 명의 사용자까지 늘어났다.
▷금융계의 ‘울프럼 알파’가 목표
사회관계망을 이용해 투자 자문을 제공하는 서비스 스넥(SNEK)을 운영 중인 김대표는 현재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에 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적 투자 성향과 목적에 맞게 조언한다. 투자자 보유 자산의 실적·수급·선행 지표의 움직임·관련 이벤트 발생 등의 빅데이터 기반 이상 징후를 감지해 투자자에게 전달한다.
“최소 투자금액이 없고, 연간 수수료율이 일반적인 펀드 대비 절반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일반투자자들에게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이 서비스는 투자자의 거래 내역, 즉 매수 시 고려했던 기대수익률·위험·투자 섹터·투자 시점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투자 자산을 추천하거나 기존의 투자 자산을 다시 한 번 살펴볼 것을 권유한다. 추가로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뷰와 투자 조언을 하고, 최적의 자산 배분 전략을 통해 투자전략을 제시한다.
“장기적으로 애플의 시리(Siri)·마이크로소프트·Bing 등과 제휴한 인공지능 검색엔진 울프럼 알파(Wolfram Alpha)를 모델로 금융 분야에 특화된 검색엔진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 시장 외에 중국 등 글로벌 투자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검색엔진을 고안하고 있습니다.”
■ 07. 핀테크 1세대 큰형님
크라우드펀딩은 핀테크 혁신 마중물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
“파괴적인 혁신을 이끌 핀테크 혁명 크라우드펀딩은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한두 해 반짝 등장한 모델이 아니라 오랜 기간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으로 부상한 만큼 핀테크 혁신 축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육성할 생각입니다.”
크라우드펀딩 1세대로 손꼽히는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는 핀테크 업계의 ‘큰형님’으로 통한다. 본래 인터넷 금융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으로 다양한 산업을 경험한 후 개인 자산 관리, 자금 조달에 이르기까지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을 대신할 서비스가 나타날 것이란 확신에 크라우드펀딩에 투신했다. 2012년 오픈트레이드를 설립한 그는 눌러 빼는 멀티탭으로 유명한 ‘태주산업’, 채용정보 공유플랫폼 ‘(주)쉐어잡’ 등 다양한 기업들의 펀딩을 성공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크라우드펀딩 확산은 금융과 자본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꿨고, 이제 우량한 기업만 상장하는 자본조달 시장 환경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를 열고 다양한 펀딩을 성공시켰지만 법 제도가 미비해 아쉬웠습니다. 올해 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크라우드펀딩이 허용되며 몇 년간 했던 펀딩 총액을 몇 달 만에 초과 달성하는 것을 보고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전문투자자 함께 참여하는 시장 형성돼야
고 대표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초기에 전문투자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전문투자자의 투자 전략을 일반투자자가 따라가는 방식의 시장이 형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정기에 접어들어 개미 투자자 중에서도 전문투자자가 나오면서 투자 생태계가 선순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리딩투자자가 일반 개인투자자를 이끄는 ‘신디케이트(Syndi cate)’ 방식을 오픈트레이드가 내세우고 있는 이유다. 신디케이트는 스타트업 시장에서 성공 이력을 갖고 있는 투자자 혹은 벤처캐피탈 등 기관에 무게 중심을 둔 일종의 조합이다. 신디케이트 운영자인 리딩투자자가 먼저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뒤 일반투자자가 후속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크라우드펀딩의 투자주체는 이미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향후 초기 스타트업 기업이 자본시장에 데뷔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고 가능성 있는 기업이 오랜 기간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기회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08. 개미투자자들을 위한 로봇 PB
소시민의 안정적인 투자 돕습니다
문경록 뉴지스탁 대표
“매일 잃기만 하는 개미를 위한 프로그램은 없을까? 증권사나 은행 PB들을 만나기에는 금융자산이 부족한 개미들을 위한 서비스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했습니다.”
뉴지스탁은 주식에 특화된 자산관리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개인투자자용 퀀트분석시스템(개량적 분석)과 알고리즘을 이용해 주식과 자산 배분 등을 분석해 적합한 종목을 추천해 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핵심이다. 현재 국내 6개 증권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유료 이용자 수가 4000명이 넘고 무료 이용자는 10만 명을 훌쩍 넘는다. 매출은 10억 정도인데 매년 두 배가량 신장세를 보였다. 뉴지스탁을 이끄는 문경록 대표는 회계법인에서 컨설턴트로 4년 정도 근무 했다.
“증권계에 투신하셨던 아버지(문홍집 공동대표, 전 대신투자신탁 대표)와 생각이 맞아 함께 창업을 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해 1000만원 이하로 투자하는 사람에게도 알고리즘을 활용한 종목 분석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서비스 목표라고 할 수 있죠” 문 대표는 점점 투기성이 강해지는 투자환경에 일반 개미투자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투자한 종목 증권사 보고서에는 없네”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된 2000여 개의 종목 중,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의해 분석되는 종목은 월 평균 500 종목 미만입니다. 분석되는 종목은 주로 기관투자자를 위한 대형주 위주이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는 신뢰성 있는 정보를 충분하게 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 대표는 이렇게 정량적인 데이터와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상장된 전 종목을 분석해 개인 투자자가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분석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분석 결과는 ‘점수’와 ‘기상도’로 알기 쉽게 표현하고 투자 전략에 따라 다각적인 종목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자체적으로 선보인 모델포트폴리오도 연평균 90%가 넘는다고 문대표는 설명했다. 정량적인 분석 알고리즘 서비스를 완성한 뉴지스탁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아직 규제상 일임매매가 불가능하지만 향후 제도가 갖춰질 경우를 대비해 맞춤형 서비스도 내놓을 생각입니다. 또 정량적인 툴에 정성적인 요인을 분석할 수 있는 AI알고리즘을 통해 예측률을 높일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09. ‘투자관심도가 중요한 주식시장’
SNS 등 정성적 주가분석지표 분석은 필수
김형주 스마트포캐스트 대표
“SNS, 게시판 등 온라인과 모바일에서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주식분석지표들은 여전히 과거 수급 데이터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주식투자 전략이 필요한 것은 기정사실이죠.”
김형주 스마트포캐스트 대표는 기존 주가분석서비스 대부분이 펀더멘털(기초경제여건) 분석, 기업탐방, 재무상태 확인 등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것과 달리 심리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가란 어떤 사실에 따라 오르내릴 수도 있는데 결과적으론 투자자의 심리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주식 관련 정보를 분석해 투자 관심도를 추출하는 게 빅터의 핵심기술입니다.”
빅터는 포털사이트, 온라인 게시판, 블로그, 커뮤니티, 기사,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 등에서 주식 관련 데이터를 하루 평균 180억 건 수집한다. 이를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으로 분석해 투자 관심도를 산출하고 이것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매수나 매도 의견을 제시한다. 방대한 데이터에 담긴 문서에 담긴 정성적 지표인 투자심리를 머신 러닝이란 컴퓨터 프로그램이 스스로 학습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가는 기술은 국내에 최초다.
▷개미와 상생하는 사업모델 만들 것
월 2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빅터는 70%가 넘는 적중률을 자랑하며 투자자들 사이에 ‘가성비 甲’ 서비스란 별칭을 얻었지만 김 대표는 다양한 주식분석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보조지표’라며 고개를 숙였다. 대형 금융투자사와 서비스 제휴 계약을 맺고 다양한 증권사와 해외 투자사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김 대표는 스마트포캐스트의 목표는 결국 ‘개미투자자의 수익’이라고 강조했다.
“대형증권사와 투자사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저희 서비스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적중률을 높여 사용자에게 이익을 안겨드리는 것이죠. 현재 정성적 지표분석을 통한 서비스에 더해 퀀트 알고리즘 등을 추가해 진정한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개발에 매진하겠습니다.”
■ 10. 금융사기 막는 집단지성
사기 피해 정보공유사이트 <더치트>
김화랑 더치트(주) 대표이사
“재학 시절 휴대폰, 컴퓨터 부품 등 몇 차례 사기를 당했습니다. 당해본 경험이 있으니 이제 괜찮겠지 하고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도 또 당하게 되더군요.(웃음)”
알고 보니 상대방은 1년 이상 같은 전화번호와 계좌로 사기를 치고 있었다. 피해자만 40명이 넘었다. 그러나 정작 피해 보상에 대한 가능성을 의심한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한 사람도 소수였고 수사도 어려웠다. 학창시절 여러 차례 금융 사기를 경험한 김화랑 대표는 2006년 사기피해공유사이트 <더치트>를 세상에 선보였다. 막대한 양의 사기 정보가 공유된 ‘더치트’는 이렇게 철저하게 필요에 의해 탄생했다. 피해자 수는 생각보다 많았다. 1년에 공유되는 사기 건수만 4만 건이 넘었다. 자연스레 범죄에 사용되는 전화번호와 계좌·범행수법 등이 축적되어 갔다. 누적 사기 정보 건수는 20만 건이 넘었고, 전화번호 DB는 7만 7000개 계좌번호는 8만 개를 넘어섰다. 누적 피해 금액은 671억 원에 달한다. 더치트는 하루 4000만 원가량의 피해 금액을 예방하고 있다. “한 전화번호나 계좌에서 발생하는 사기 사건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서비스를 통해 2차 피해만 막아도 50% 이상의 금융 사기가 예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치트에 풍성하게 쌓인 DB는 결제·송금 등을 주업으로 하는 핀테크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금융 사기를 막는 데 사용되고 있다.
▷더치트에 표창까지 준 경찰청, 서비스 베껴 그대로 내놔
국내에 유일무이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풍성한 DB를 자랑하는 ‘더치트’는 경찰청에서도 수사에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따라 김 대표는 2011년에 경찰청 사이버 치안대상 감사장을 받았고 2014년 6월에는 서울지방경찰청 명예경찰에 위촉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경찰청이 더치트의 사업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청은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 등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기 거래를 예방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2010년 ‘사이버캅’이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비스 품질이 워낙 낮아 사실 묵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API제휴모델을 시작해 더치트가 제공하는 웹 위젯 모바일 앱, API 제휴모델까지 모두 동일한 구성을 갖추게 됐습니다.”
PC·스마트폰에서 거래할 사람의 은행 계좌번호나 전화번호를 검색하면 사기 거래나 범죄에 연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더치트>와 유사한 서비스다. 경찰청은 ‘사이버캅’ 서비스를 기업·금융업체에까지 제공하고 있다.
“사이버캅의 경우 DB가 부족하고 사건이 발생한 3개월 이내 사안만 검색이 가능해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이버캅에서 사전에 검색을 했음에도 사기를 당해 더치트를 찾는 분도 상당수 있습니다. 금융 사기를 위해 시작한 서비스 인만큼 제휴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최근 경찰청에 공식적으로 협력 사업을 제의했으나 아직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