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년 전 2015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금융시장의 신년화두는 핀테크(Fintech) 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에 익숙한 대중에게 핀테크는 개념조차 생소한 단어였다. 1년간 전통적인 금융사들은 물론 대형 IT업체·통신사·스타트업들까지 너나할 것 없이 핀테크 시장에 뛰어들었고 정부의 새로운 금융 산업 창출 의지와 제도 개선 노력도 뜨거운 분위기의 장작 역할을 했다. 지난 한 해 금융·산업 전반에서 무수한 이슈를 뿌리며 핀테크란 신조어는 일반명사보다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다시 맞은 새해. 2016년 핀테크는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 개념에서 무게감과 기대감이 한층 커져 금융과 산업을 관통하는 중심적인 키워드로 부상했다. 달궈진 토대 위에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에 돌입하며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꿀 태풍의 핵으로 자리하고 있다.
23년 만에 대한민국에 새로운 은행이 들어선다. 전통적인 은행들과 달리 점포 없이 운영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금융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미래형 은행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카카오가 주도한 ‘카카오뱅크’와 KT가 중심인 ‘케이(K)뱅크’ 로 두 컨소시엄이 스타트를 끊었다.
금융사 주도가 아닌 ICT기업인 카카오와 대표적인 통신사업자인 KT가 선정된 만큼 정부 역시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들에게 금융시장을 혁신하고 핀테크 산업의 활성화를 이끌 ‘메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예비인가를 받은 두 뱅크는 올해 6월 중 본인가 절차를 거쳐 마무리할 계획이다. 따라서 변수가 없는 이상 올해 하반기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의 본격적인 영업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24시간 비대면 서비스로 사각지대 개선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 출격 예정
인터넷전문은행의 핵심 관건은 기존 은행과는 다른 형태의 서비스 구현가능 여부로 꼽히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컨소시엄은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기술개발부터 착수했다.
먼저 실물을 맞대지 않고 본인 확인을 하는데 필요한 솔루션에서부터 자동 자산관리를 위한 인공지능(AI), 간편결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IT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보안을 위한 핵심기술인 비대면 인증을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의 권고안대로 양사 모두 스마트폰으로 신분증 사본을 제출한 후 영상통화를 하거나 기존 거래 경험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위해서는 신분증 이미지를 텍스트화해 읽는 기술과 진위 여부를 감정하는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생체인식 기술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홍채의 미세한 부분을 인식하기 위한 적외선 LED·카메라 기술이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올해 1월부터 공인인증서 본인 인증 방식을 비밀번호 입력에서 지문 인식으로 바꾼다는 점을 공식화함에 따라 지문인증기술이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문 인증은 모바일 기기용 지문인식 모듈에 사용하는 지문 인식칩을 탑재해야 한다.
특별한 자산관리 서비스도 출시될 예정이다. 이 분야에서는 두 은행 모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은행 잔고 관리나 예금, 투자 등을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도입할 자산관리 서비스는 ‘금융봇’이다. 이는 고객이 한 질문의 키워드를 분석해 그에 맞는 답변을 자동으로 하는 로봇 상담원이다. 금융봇은 24시간 고객들에게 상담을 해줄 수 있다.
K뱅크는 알고리즘형 자산운용 방식을 적용한 ‘로봇 어드바이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봇 어드바이저는 사람의 개입 없이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주는 온라인 재무 상담가라고 이해하면 쉽다. 투자자문사들이 이용하는 포트폴리오 이론에 기반한 알고리즘이 사용되는 이 기술은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 금융기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 중이다.
신용평가 방식도 기존 금융사들과 다른 신기술이 적용된다. 인터넷은행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았던 대출자부터 신용정보가 없는 학생이나 주부와 같은 고객군의 신용을 분석할 전망이다. 대량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는 것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나타나는 관계 정보를 분석하는 등의 작업이 제도권 금융권에서 본격화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그동안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받고 있던 사각지대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미 사용되고 있는 간편결제 관련 기술도 인터넷전문은행 플랫폼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K뱅크는 가맹점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익스프레스페이’라는 결제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은행 스스로 PG(전자지불 결제대행)사가 돼 결제 단말기 없이 카드를 수납하게 하는 진화된 결제 서비스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영업에 착수하면 지금보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얼굴인식 지불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고객이 지갑이나 모바일 기기가 없어도 결제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선보이는 등 핀테크 관련 기술이 속속 나오고 있다. 변승철 K뱅크 추진TF 과장은 “인터넷전문은행도 터를 잡아가면서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계속 내놓을 것”이라며 “주주사들이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해 시너지를 잘 살릴 경우 서비스의 질과 종류가 지금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12월 4일 중국 광둥성 선전 첸하이 소재 중국 제1호 인터넷은행인 웨이중은행을 방문했다. 이 은행은 텐센트가 다른 2개 기업과 공동으로 출자해 텐센트 은행으로 불린다.
▶기존 금융권과 경쟁 불가피
서비스 경쟁 촉진할 촉매론 부상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은행들의 영역에서도 경쟁채비를 꾸리고 있다. 오프라인 망이 없어 인권비나 점포 임대비용이 없이 소규모 조직을 통해 운영되는 저비용 구조로 인해 예적금·대출·송금 등 기존의 거대 은행들이 서비스하는 영역에서도 예대마진과 각종 수수료를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비용절감 효과와 미끼상품을 통해 전통적인 금융서비스 고객을 유인한다는 전략이다.
K뱅크의 경우 특히 통신과 보험, 편의점 등 주주들의 기존고객 인프라를 활용해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며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톡 사용자를 주 대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반격 모바일 중금리 대출 시작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 사업모델은 P2P대출, 클라우드펀딩, 간편지급 결제, 외화송금 등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꼽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초창기 이 부분에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보폭을 가져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핀테크서비스 분야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도 기본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해야하는 은행인 만큼 초기에 공격적인 서비스를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대외 건전성 지표가 되는 바젤(국제결제은행)기준 적용이 기존 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긴 하나 현실적인 제약을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초기에는 은행들과의 제휴를 통해 ‘방카슈랑스’ 등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상품 위주로 영업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높게 나오고 있다.
두 은행이 가장 중점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중금리 대출’이다. 최근 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평균 대출금리가 2%대까지 낮아졌지만 상대적으로 가계 사정이 어려워져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들은 여전히 30%에 가까운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그동안 연 10%대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독려했지만 수익성 문제로 금융업계는 이를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대출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인터넷은행 사업자 관계자는 “결제를 포함한 주요 주주들이 가진 광범위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한 신용정보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역시 주주로 참여한 SGI서울보증 등을 통해 초기 위험을 최소화할 중금리 대출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예고되자 기존 은행권도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모바일뱅크’ 서비스 브랜드를 속속 출시해 정면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5월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선보여 경쟁의 서막을 올렸다. KEB하나은행은 1Q뱅크, 신한은행의 써니뱅크 등이 차례로 선보이며 가세했다. 지난 12월 17일에는 지방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DGB대구은행이 ‘아이M뱅크’를 선보였다. BNK부산은행도 모바일뱅크를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 1분기 중 중금리대출을 골자로 한 모바일뱅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기존 은행들의 모바일뱅크 서비스에서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서비스는 향후 출범할 인터넷 전문은행의 핵심 사업모델로 꼽히고 있는 ‘중금리대출’이다. 이들은 리스크룰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개진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 모바일뱅크 서비스인 ‘써니뱅크(Sunny Bank)’는 간편성은 높이고 수수료는 낮춘 ‘Sunny 간편 해외송금 서비스’, 빅데이터 기반 소득추정 기법을 적용해 무서류로 신청 5분내 승인이 가능한 ‘Sunny 모바일 간편대출’, 스마트워치로 사용하는 뱅킹 서비스인 ‘Sunny Watch’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탑재되며, 신한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대출분야에서는 기존 은행에서 집중하지 않던 5~7등급 대상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제시했다. 신한은행 고객 여부와 상관없이 타행인증서, 비대면 실명확인으로 대출승인 후 계좌개설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구성 못지않게 은행 자체의 여신관리 시스템과 리스크관리 시스템의 기능이 좋아야한다. 빅데이터의 분석과 추출, CRM의 활용도 뒷받침돼야 한다.
은행권의 이러한 모바일뱅크를 앞세운 ‘중금리대출’ 상품 출시는 올해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전략적 함의가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모바일뱅크 서비스를 통해 대응전략을 만들어 왔다” 며 “비대면 채널을 통한 본인인증 방법만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기존 은행들의 우위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중금리 대출시장을 시작으로 모바일뱅크와 인터넷전문은행때문에 마련된 틈새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격전장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영역에서의 서비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넘어 ‘웨어러블’ 금융정보 활용한 ‘빅데이터’글로벌 핀테크 키워드 2
국내에서는 핀테크 기업이라 하면 흔히 카카오페이나 삼성페이의 인지도가 높아 흔히 모바일 결제 혹은 페이먼트 쪽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는 핀테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핀테크의 자산관리 서비스나 금융 관련 소프트웨어 같은 신기술, 플랫폼을 모두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핀테크 분야는 크게 지급결제와 금융데이터 분석(빅데이터), 금융 소프트웨어, 플랫폼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ICT기술의 발달로 핀테크 분야는 모든 분야에서 국경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과거에도 금융과 ICT의 결합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 전자금융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안심클릭으로 대표되는 신용카드 온라인 결제가 사용된 지 10년이 지났다. 물론 NFC, SNS 등과 같이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지급결제 서비스가 생겨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페이팔(Paypal), 알리페이(Alipay)의 지급결제 서비스, 랜딩클럽(LendingClub)의 대출 서비스 등이 기술적인 부분만 놓고 본다면 기존의 금융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핀테크의 대표 서비스라고 불리고 있다. 다만, 금융서비스의 고객 접점이 PC기반에서 스마트폰, 자동차, 웨어러블 장치 등으로 다양화되고, 고객으로부터 수집되는 데이터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가장 앞서 상용화에 나선 것은 웨어러블 장치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다. 국내도 삼성의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기어에서 사용할 수 있는 QR코드 기반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레디(Redy)’를 출시했고 삼성페이도 향후 탑재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으로는 미국의 ‘Bank of West’가 애플워치용 앱 개발을 시작하였고 US Bank도 구글 글라스와 갤럭시 기어에서의 결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웨어러블 장치는 센서와 통신모듈,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를 포함하는 형태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나, 독자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스마트폰과 연계하여 센싱된 데이터를 스마트폰에 전송하여 처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자체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향후에 나오게 되는 금융서비스의 형태도 웨어러블 장치에서 센싱 또는 입력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여 처리하게 되는 구조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웨어러블 장치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는 결제분야에서 해외 금융회사와 지급결제 업체들이 다양한 형태로 금융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페이팔은 스마트워치 업체인 페블에 지급결제 앱을 탑재해 자사 가맹점에서 생성한 결제코드를 인식하는 방법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일반적으로 웨어러블 기기는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가 결합된 형태가 많으므로 결제분야의 금융서비스 뿐만이 아니라 조회, 송금 등의 뱅킹 서비스도 가능하다. 호주의 Westpac 은행은 구글 글라스에서 뱅킹 서비스뿐만이 아니라 증강현실을 이용한 지점 또는 ATM의 위치 안내 서비스와, 서비스 만기일 안내 등의 알림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NH농협은행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거래내역, 잔고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워치뱅킹’을 출시해 서비스 중이다.
한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몇 년간 모바일이 핀테크 시장의 주요 플랫폼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IoT기술의 발달로 글로벌 조류는 포스트 모바일시대를 준비 중”이라며 “다양한 웨어러블이 핀테크 기술의 향연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헤리티지 뱅크가 출시한 파워슈트. 소매에 내장된 NFC칩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 갤럭시워치의 결제기능
▶빅데이터 핀테크의 ‘원유’ 카드사·보험사 핵심사업분야로
빅데이터는 흔히 핀테크 분야의 원유로 불린다.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금융상품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원자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의 경우 내부의 고객 정보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고객에서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존의 마케팅이었다면, 최근에는 SNS의 활용,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고객의 동향분석, 고객의 위치정보와 모바일 단말기의 센서에서 수집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카드사가 빅데이터를 이러한 마케팅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 CLO(Card Linked Offer)이며, CLO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인 edo에 의하면 미국 내에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추가 수익은 1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중에는 삼성카드와 신한카드가 관련된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의 소비패턴 분석을 통한 신상품 개발에도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더웬 캐피탈은 SNS를 분석해 투자심리를 분석하여 포트폴리오에 반영하여 업계의 평균 수익률을 웃도는 수익을 달성하기도 하였고, 미국의 BOA는 SNS 자료를 분석하여 고객의 성향을 반영하여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용평가분야에도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핀테크 기업인 미국의 온덱과 랜딩클럽을 들 수 있다. 이 기관들은 기존의 신용평가 기관의 평가방법을 사용하는 대신 빅데이터를 통한 SNS 활동과 인터넷 검색내용, 평소 소비습관 등을 수집 및 분석하여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해주는 서비스로 큰 수익을 거두었다. 미국의 제니스 파이낸스는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힘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동지역, 통화 습관, 인터넷 활동 등의 다양한 변수를 기반으로 신용도를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하여 대출 연체 감소를 통한 수익 향상을 이루었다.
올해 출범예정인 국내 인터넷은행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보험사들의 빅데이터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보험사 아비바(Aviva)의 경우 불편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의 건강검진을 통한 평가를 대신하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리스크 평가를 대체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건강검진보다 예측모델이 더 효과적임을 확인했고 보험사인 SCOR Global Life는 빅데이터 기반의 계약 심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간으로 계약 심사가 진행되도록 하는 등 신속한 서비스를 갖췄다.
전문가들은 향후 보험사·은행·증권사 등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전통적인 금융사들과 핀테크 기업의 제휴는 이러한 빅데이터 분야에서 활발하게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조류에 발맞춰 금융정보 활용에 관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부실한 제도와 후진적인 규제핀테크 경쟁력 약화시키는 핵심요인
한국은 핀테크 후발주자에 속한다. 미국이나 영국 등 금융선진국은 물론 ICT분야에서 만큼은 슬쩍 내려다보던 중국에 비해서도 몇 발짝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규제다. 법규정에 의한 사전 규제가 핀테크 기업들의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수없이 나왔다. 폐쇄적인 환경에서 정형적인 서비스에 길들여져온 사용자들 역시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다.
최근 한국도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아직 걷어내지 못한 규제를 찾아내 없애고 IT기업과 금융사간 콜라보레이션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한 해 금융당국은 국내 핀테크 산업의 발전 토대를 조성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정보보호제품의 국가기관 인증제품 사용 의무화에 관한 규정과 대표적 사전 규제 중 하나인 보안성 심의 및 인증방법 평가 제도를 모두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소규모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많은 규제들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더딘 속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랜기간 금융 산업에 영향력을 끼친 금융당국과 기존 금융사들이 기득권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며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금융 관련 법과 제도를 상당부분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이견차이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은행법이라 불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 법안 중 대표적인 것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은 2015년 12월 20일 현시점에도 표류하고 있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은 지난 7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인터넷은행의 최소자본금을 250억원으로 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 대해선 인터넷은행 주식보유 한도를 50%까지 허용하는 게 골자다. 현행 4%인 비금융주력자 지분한도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50%로 높여 은산분리 규제를 ‘부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은행법 개정안이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허물어 자칫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정기국회 단계에서 의미 있는 의견 접근이 없었기 때문에 은행법 개정안은 임기 종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벤처 캐피털 확대 위해 핀테크 기업 개념정의 시급
핀테크 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규제 가운데 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제도 개선 외에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주요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창업투자 회사는 현행법(중소기업창업지원법 시행령 제1장 제4조)상 금융업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창업투자회사의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제한을 완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핀테크 기업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어느 영역까지 핀테크 기업을 금융업이 아닌 기술 기반의 투자 대상기업으로 인정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아 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투자가 절실한 핀테크 스타트업에 있어서 관련한 제도 개선은 여타 다른 규제보다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결제 환경과 모바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나 한국은 융합을 통한 혁신보다는 부분적인 기능개선에 집중해 핀테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첫 번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평가받고 있다. 초기 시장에 대한 준비와 대응은 늦었지만 제도 개선과 불합리한 규제 철폐에 속도를 내 차별화된 ‘핀테크 모델’의 수립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