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준(FRB) 의장은 금리조정으로 경제를 잘 꾸려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수시로 금리 인하 카드를 내놨다. 그때마다 떨어지던 자산 가격이 상승해 시장에선 ‘그린스펀 풋’이란 용어까지 나왔다. 그러나 거기에 맛을 들인 나머지 시장에 자금이 넘치도록 풀어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기도 했다.
그의 뒤를 이은 버냉키 의장은 초기엔 과잉유동성을 회수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 했다. 그러나 거기에 준비가 되지 않은 시장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마비되자 오히려 시장 참가자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자금을 쏟아내 결국 경제를 회생의 길로 돌려놨다. 그는 시장이 경제에 회의를 가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부양책을 내놔 ‘버냉키 풋’이란 말이 나오게 했다.
지금 중국과 관련해서 세계 전문가들이 ‘리커창 풋’이란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리 총리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나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쏟아내는 가운데 경제성장 마지노선까지 제시하며 목표했던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뿐 아니라 글로벌 전문가들의 우려를 잠재우려고 대출 최저금리제를 폐지하고 감세나 구조조정 카드를 제시하는 등 대책을 잇달아 쏟아냈다. 그 효과로 6월말 1900선 밑으로 떨어졌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8월 14일 2100선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구실을 해온 중국을 지켜보던 세계의 전문가들이 리 총리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은 당연했다.
팅 루 BOA메릴린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리커창 총리가 최근 한 약속을 믿는다. 리 총리는 성장률이 일정한 바닥 밑으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깨질 수도 있는 시장에 최종 확신을 주었다. 그의 새 정부는 아직도 안정적인 성장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리 총리는 중국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무모한 ‘추잡한 싸움’이나 ‘충격 요법’ 접근법 대신 점진적 접근을 택했다. 우리는 이러한 한시적 정책적 접근을 ‘리커창 풋’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리커창 정부가 성장의 경착륙이나 금융위기를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란 의미다. 시장에서 중국 성장률과 금융 안정성에 관련한 패닉으로 자산가격이 붕괴될 경우 좋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