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자산운용 시장에 나타난 큰 특징은 회사 간 운용 성적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개별 펀드의 성적이 최고 31.89%에서 최저 마이너스 25. 71%까지 크게 벌어졌지만 회사의 평균 성적 역시 차이가 커졌다.
주식펀드의 회사별 수익률로는 신영자산운용이 12.89%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고 한국밸류자산운용이 12.28%,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12.03%로 역시 근소한 차이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이들 3사가 거둔 성적은 다른 회사들의 것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운용사의 투자원칙이 펀드 투자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이들의 뒤를 이어 라자드자산운용과 베어링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5%가 넘는 수익률을 보였다. 또 하이자산운용과 마이에셋자산운용이 3%대 수익률을 올렸고 유리, 칸서스자산운용은 2%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펀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트러스톤이나 아엔지, 동양, 프랭클린, 신한BNP자산운용 등은 1%대 성적을 내면서 그나마 중간 이하로 처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만족해야 했다. 대조적으로 절반 이상의 회사가 주식펀드에서 마이너스 성적을 냈는데 적자폭이 아주 크지는 않았다. 산은자산운용이 3.11% 손실로 가장 저조했고 유진자산운용과 JP모간자산운용도 2%대 손실을 냈다. 운용자산 규모가 1, 2, 3위인 회사들은 모두 마이너스 성적을 냈다. 시장 자체가 연초에 비해 저조한 상태가 지속된 것은 물론이고 대형주를 들고 있던 외국인들이 매물을 던진 때문에 수익률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쉽지 않은 장에서 눈이 확 떠질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둔 회사들은 어떤 비결을 갖고 있는 것일까.
가치주에 묻고 기다린 회사들 두각
주식펀드에서 1, 2, 3위의 성적을 올린 신영과 한국밸류 에셋플러스 등 3사는 이전부터 가치투자의 전도사로 꼽히던 곳들이다. 가치주가 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묻어두고 끈질기게 기다린 게 도움을 줬다고 할 수 있다. 가치투자에 집중하지만 세 회사의 스타일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신영자산운용의 경우 전체 주식펀드의 자산규모가 2조원이 훨씬 넘는 만큼 완전히 중소형주만 갖고 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형주 중에서도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해 가치주 성격을 갖게 되면 투자한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경우 가치주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원칙을 지키려고 펀드에 지나치게 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제한했을 정도다. 그러나 자산규모가 급증하면서 70%는 절대적으로 싼 가치주를 담고 나머지 20~30% 정도를 성장성이 아주 돋보이는 종목으로 채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된 종목을 편입하는 한편 중국 소비성장에 동참하고 시장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고령화와 모바일 관련주를 꾸준히 편입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중국기업과 부딪힐 수 있는 산업재 대신 중국소비 관련주, 고령화의 수혜가 되는 헬스케어주, 스마트폰 보급 팽창에 수혜를 보는 모바일 관련주 등이 그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데도 이들 3사가 비슷하게 12%대 성적을 올렸다는 점이다. 여기엔 3사 모두 시장에서 극도로 저평가된 우선주를 집중 편입했다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측은 “과도하게 저평가되어 있던 우선주가 과거보다 보통주와의 괴리를 좁혀 상대적으로 우선주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의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들에겐 이것 말고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다시 말해 시황에 따라 잦은 매매를 하지 않고 장기간 투자하면서 기업성장이나 주가상승의 성과를 꾸준히 누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성장성이 높아 보이는 종목이라면 일정 한도를 정해 편입한 뒤 주가가 오르면 비중 초과분만 처분해 이익을 취하고 나머지 지분에서 추가 상승의 이익을 다시 얻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