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화승원을 찾았다. 화승그룹 현승훈 회장이 40년 동안 가꾼 비밀의 정원. 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고요를 찾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무수한 자연의 소리로 시끄럽다. 새소리,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그곳에선 결코 혼자가 아니다. 번잡에 지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다른 종류의 소통이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말했다. 누군가가 함께 걷는 사람들과 보폭을 맞추지 않는다면 그는 어쩌면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을 거라고. 사람의 말소리가 안 들린다고 해서 그의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그는 다른 소리를 듣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내면의 소리를.
[글 손현덕 매일경제 주필 사진 류준희 기자 수어 최은경 수어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