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이 외출도 모임도 외부운동도 불가능해진 시대. 맘 편히 숨 쉴 공간은 오직 집밖에 없다. 일상이 무너지고 반강제적인 실내활동이 늘어나며 코로나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취미를 넘어선 동반자의 개념이 가미된 의미의 반려식물이 주목받고 있다. 반려식물은 원예, 취미의 개념에 반려, 동반자의 개념이 더해져 식물을 가꾸고 기르며 교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홈가드닝(Home Gardening), 플랜테리어(Planterier, 식물을 의미하는 플랜트와 인테리어가 합쳐진 단어) 등 기존 식물을 기르는 개념에서 보다 정서적 개념이 가미되어 확장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전용호텔, 병원 등 서비스업이 등장하고 식물재배기 시장도 역시 부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늘어나는 홈가드닝 시장
코로나블루 극복 위한 그린하비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Ⅱ>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그린하비(Green Hobby)’에 대한 니즈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홈인테리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셀프 텃밭과 플랜테리어의 관심 증가로 화원·화초(+9%)와 비료·종자업종(+15%)의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랜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더해 도시농부의 증가와 셀프 텃밭과 주말농장에 대한 관심도 늘어난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농업용품의 매출도 전년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식물을 포함한 홈가드닝 시장은 국내외적으로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블루’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여가생활 제약 및 감염 우려 등으로 개인들의 정신건강 이슈가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 중 하나로 반려식물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감염 우려와 감염으로 인한 타인에 대한 피해 가능성 등으로 인한 불안감,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리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 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여행·레저 및 사모임이 줄어들었고 야외 활동도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 처하게 되면서 코로나블루를 호소하는 환자의 증가로 신경정신과(+14%)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우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실내에서 관상용 화초, 공기정화 식물, 또는 식용 채소 등 초록 식물을 가꾸면서 심리적 위안을 받고자 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려식물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원 웰스가 출시한 새싹재배기(왼쪽)와 식물재배기 ‘웰스팜’
▶반려식물 병원에 식물재배기도 인기
홈가드닝 시장은 국내외적으로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의 소매판매 업종이 급격한 매출 감소세를 겪었으나, 홈가드닝 분야는 10%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매년 5% 내외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왔는데 지난해에는 성장세가 이전 연도들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홈가드닝 관련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점들이 관련 코너를 확대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식물·원예 관련 상품이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데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마트 가드닝 상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1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가드닝 매출은 1.4% 늘었다. 식물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방문해야 살 수 있는 악조건을 가진 상품임에도 관련 매출이 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씨앗을 직접 구매하는 사람도 늘었다. 지난해 롯데마트 화분 매출은 46.5%, 화병 매출은 22.3% 신장했다. 이마트에서도 삽이나 화분 같은 가드닝용품의 매출이 10% 늘었고, 식물에게 필요한 영양제와 씨앗 매출도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반려식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별도로 식물 카테고리를 선보이고 있는 당근마켓에서는 식물 무료분양 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재배한 후 야채나 열매의 섭취를 위한 목적으로 인식되던 홈가드닝이 정서적인 측면의 반려식물의 개념으로 확장되어가며 관련 서비스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 케어센터와 같이 장기간 여행이나 출장으로 주인이 집을 비워야 할 때 반려식물을 맡길 수 있는 반려식물 전용호텔 서비스나 반려식물을 치료해주는 식물병원도 등장한 것이다.
롯데백화점 미아점에 입점한 ‘실라파티오’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실라를 운영하는 청양엔에프가 선보인 ‘플랜트 호텔’이다. 반려견 호텔의 개념과 유사하게 키우는 반려식물을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텔이지만 숙박비는 무료다. 최대 한 달간 숙박할 수 있는 이 반려식물 호텔은 반려식물의 투숙기간 동안 자연 채광 전구시설이 갖추어진 공간에서 수분과 영양제를 공급받으며 관리 받을 수 있다. 호텔 공간은 식물들로 꾸며진 카페로 활용되어 수익을 내는 구조다.
AK플라자 분당점의 가든어스 역시 반려식물 호텔서비스를 운영한다. 이곳은 호텔서비스를 통해 맡겨진 식물을 전문가들이 직접 케어해준다. 이 외에도 식물 중고거래 플랫폼은 물론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편집숍도 운영하고 있다.
식물이 보이는 각종 증상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병원서비스도 등장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사이버 식물병원’을 운영 중이다. 병이 든 식물의 사진과 증상을 적어 ‘사이버 진단의뢰서’를 올리면 분야별 전문가들이 처방과 관리 방법을 알려준다.
이 외에도 대전시청은 2013년부터 ‘화분병원’을 운영 중이다. 반려식물을 위한 치료실과 입원실도 갖춰져 있으며 관리가 까다로운 식물을 위한 전용 치료실도 운영 중이다. 화분병원은 전문 원예사 또는 식물 의사가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치료를 해준다.
롯데백화점은 봄을 맞아 꽃과 반려식물을 선보이는 유럽 감성 플라워 마켓 ‘블로썸 마켓 By 소공원’ 팝업 행사를 오는 5월 21일까지 진행한다.
▶식물재배기·식물전용 LED조명
가전산업도 반려식물이 대세!
반려식물을 비롯한 홈가드닝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식물재배기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교원 웰스가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 SK매직, LG전자, 삼성전자 등 가전 대기업들 역시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교원 웰스는 시장 선두주자로 2018년 출시한 제품인 ‘웰스팜’의 판매량이 지난해까지 2만5000대를 넘어섰다. 기존 렌털사업에 식물재배기 렌털도 추가해 구독서비스 분야에도 진출했다. SK매직은 지난해 하반기 식물재배기 스타트업인 AIPLUS를 인수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관련제품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AIPLUS는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 의해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인공지능(AI) 식물재배기인 ‘플랜트박스’를 출시했다. SK매직은 지난해 10월 22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를 인수해 제품출시를 앞두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도 지난해 CES 2020을 통해 자사의 식물재배기를 선보였으며, 특히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반려식물 호텔 ‘실라파티오’
기존 교원 웰스나 SK매직의 제품이 소형가전이라면,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준비 중인 제품은 대형 프리미엄 제품으로 냉장고의 정밀 온도 제어 및 정온 기술, 인버터 기술, 정수기의 급수 제어 기술, 에어컨의 공조 기술, LED 파장 및 광량 제어 기술 등을 탑재해 보다 전문성을 갖출 예정이다.
제품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LG전자는 식물재배기에 디오스 냉장고의 정밀 온도제어 및 정온 기술, 퓨리케어 정수기의 급수 제어 기술, 휘센 에어컨의 공조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집약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채소 재배과정을 자동화하고 식물재배기 내부 선반에 일체형 씨앗 패키지를 넣고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빛·물·공기·온도 등이 최적화된다. 총 4개의 선반을 이용해 한꺼번에 24가지 채소를 키울 수 있으며 새싹채소는 2주, 잎채소는 4조, 허브는 6주면 모두 자란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채소의 생장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식물재배기를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은 채소 재배 단계마다 꼭 필요한 정보와 수확 시기 등을 알려준다.
이 외에 방안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서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고민을 덜어줄 전용 LED가 장착된 스탠드 제품도 등장했다. 주식회사 씨더스 농업회사법인은 식물 생장을 도와주는 반려식물조명 루아앤루카(LUA x LUCA)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식물의 광합성을 돕는 파장대의 가시광선 빛을 조합하고 실내 각 공간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고려하여 테이블 위에 올려 두어도 예쁜 빛을 구현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식물재배기 시장이 2023년까지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은 세계 식물재배기 시장이 2022년 184억달러(약 22조2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 외에도 반려식물을 타기팅한 다양한 소형가전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홈가드닝과 차별화된 반려식물을 타기팅한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업 시장도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