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롱폼(Long-Form)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선택의 기로에 맞닥뜨리게 하는 다양한 ‘맞수’들의 이면을 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보고 분석해 볼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로 국내 대표적인 여행지 강원도와 제주도의 매력을 살펴봤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주말이나 휴가를 통해 국내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은 어디일까? 아마 대다수는 강원도와 제주도일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인 두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 인프라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볼거리와 놀거리가 풍부한 두 관광지는 산과 바다의 풍광을 감상할 수도 있고, 이 주변으로 형성된 리조트, 호텔, 펜션을 비롯하여 스키장, 워터파크, 놀이공원, 수족관, 목장 같은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다. 두 지역 모두 도심에서 찾기 힘든 맛집들도 넘쳐난다. 바다에 인접해 있는 만큼 신선한 수산물은 물론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유명하다.
몇 년간 들어선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들과 제과점, 한식(생선조림, 생선구이, 미역국 등), 닭갈비, 닭강정, 국수, 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맛집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이 두 지역의 여행계획을 세운다면 맛집 리스트와 여행 중 이동계획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 ‘성공적인 여행’의 핵심이다.
다른 지역이라고 해서 놀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자연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하면서 관광객을 위한 시설과 여행코스가 짜임새 있게 준비된 곳은 아마 두 지역밖에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이 두 지역은 여행일정이 조금 길더라도 충분히 소화할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타 지역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만일 당신이 두 지역 중에 3박4일 여행을 떠난다면,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각각의 매력이 넘치는 두 지역을 좀 더 심도 있게 파헤쳐 보자.
강원도 원주시 소금산 출렁다리
반기엔 제주, 하반기엔 강원
성장성 앞선 강원도 커피 업종 라이징
그래프에 나타나듯이 두 지역 모두 여름철 집중도가 높은 전형적인 관광지 특징이 나타난다. 다만, 강원도의 여름철 집중도가 더 높은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제주도는 상대적으로 3~5월 봄철 수요가 큰 특징을 보인다. 평창올림픽이 있었던 2018년 2월 전후로 전년 대비 1분기 매출비중이 조금 오르기는 했으나, 여전히 여름 매출이 더 높은 강원도다. 가을·겨울이라면 두 지역 비중이 비슷하나, 봄에는 제주, 여름은 강원도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커피 업종이 최고의 블루칩
다음으로 두 지역의 먹을거리에 대해 업종별 성장률을 살펴봤다. 전체 매출규모로 강원도는 2017년 19%, 2018년 14.1%, 2019년 8.3%를 나타내며, 연평균 15.8%의 성장률을 보였고, 제주도는 2017년 21.6%, 2018년 5.2%, 2019년 7.4%를 나타내며, 연평균 11.8%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강원도가 제주도에 비해 더 높은 성장성을 보였다. 반면 제주도는 2018년 대비 2019년으로 가면서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다. 두 지역 모두 전국 평균 외식업 성장률(8~9% 수준)보다는 높게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두 지역 공통적으로 예상외의 업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률 기준으로 1위부터 3위까지 공통적인데, 1위는 커피/음료 업종, 2위 중식, 3위는 제과/떡/케이크 업종이다. 매출규모나 인지도 차원에서 보면, ‘수산물’이나 ‘고깃집’이 훨씬 높지만(▲강원도 2019년 기준, 한식 1조7191억원 > 일식/수산물 8479억원 > 고기요리 7935억원 ▲제주도 2019년 기준, 한식 1조2719억원 > 일식/수산물 4836억원 > 고기요리 3271억원) 성장하고 있는 업종은 커피/음료 > 중식 > 제과/떡/케이크가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강원도는 4위 호프 > 5위 패스트푸드 > 6위 분식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제주도 역시 4위 분식 > 5위 양식 > 6위 닭/오리요리 업종 등 주요 업종이 아닌 업종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특징은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일단 예전에 비해 두 지역에서 ‘분위기 좋은 카페’가 얼마나 늘었는지 생각해보면, 커피/음료 업종의 비정상적인 성장이 이해될 것이다. 카페는 고깃집이나 수산물, 닭갈비, 한정식 등과 같이 주식이 되는 업종이 무엇이든 보완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는 업종이다. 경치 좋은 관광지에서 잠시 밥만 먹고 가는 게 아쉬운 관광객들에게 좋은 경치와 휴식, 체험을 선사할 수 있다. 그래서 두 지역의 카페들은 규모가 크고, 전망이 좋으며 꽤 고급스러운 맛과 높은 가격대를 가지고 있다. 유명한 고깃집이나 횟집, 지역 시장이 있다면 그 주변에 반드시 큰 카페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제과/떡/케이크 전문점은 어떨까? 전국 다른 지역에도 맛있는 빵집이나 케이크, 떡 가게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관광객 수요를 타깃으로 한 이 지역의 가게들은 다른 운영전략이 특징이다. 오전 일찍부터 하루 준비한 재고까지 예약제로만 판매하는 식빵, 타르트, 티라미수, 페이스트리, 롤 케이크, 떡 전문점 등 일반 점포와는 다른 운영 및 메뉴 전략이 눈에 띈다. 어디에나 있지만 이곳이 아니면 체험할 수 없는 빵이나 떡을 판매하는 것이 이 지역 제과/떡/케이크 전문점들의 특징인 것이다. 아울러 이들 점포는 ‘선물용’ 제품을 꼭 동시에 판매한다. 다만 며칠이라도 여행을 다녀오면 남아있는 가족이나 동료들에게 빈손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감성을 정확히 자극한다.(이런 특징은 제과/떡/케이크 업종뿐만 아니라 두 지역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맛집들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이제 강원도나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면 한우나 흑돼지, 횟집이나 수산물전문요리점은 기본이고 근처에 분위기 좋은 카페, 사들고 돌아올 수 있는 빵이나 떡, 지역 맛집 특산품 정도는 고려한 여행 계획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로 서핑전용 비치를 마련한 강원도 양양 하조대 해수욕장
남성은 강원, 여성은 제주 선호
제주 주력 여행층은 3040
먹을거리 외에도 관광지라면 중요한 부분이 숙박시설과 놀이시설이다. 두 지역의 숙박업을 비교해보면, 2019년 기준 강원도 1조697억원, 제주도 9425억원으로 유사한 규모를 보였다. 성장세로만 보면 강원도는 평균 6.8% 성장한 반면, 제주도는 13.4%를 나타냈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게스트하우스’, ‘캠핑’, ‘민박’ 문화가 퍼진 것도 이유로 뽑을 수 있지만, 애초에 강원도는 대형 호텔, 리조트를 중심으로 숙박업이 자리 잡으면서 전체적인 숙박업이 외형적인 성장을 이어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제주도는 비교적 온화한 기후와 함께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있었다.
반면 놀이시설은 강원도가 조금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워터파크, 스키장, 카지노 등 대형 놀이/오락시설이 많은 강원도는 평균 25.5% 성장했고, 특정시설보다 전반적인 지역 자체가 관광지인 제주도의 대형 놀이시설은 평균 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유로 관광학 전문가들은 지역 범위로는 강원도가 훨씬 넓게 분포하지만 막상 특정 지역을 여행할 때, 집중되는 성격이 강한 강원도를 ‘관광 거점형’, 범위는 보다 작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동선을 계획해야 하는 제주도를 ‘관광 분산형’으로 구분 짓기도 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주상절리대 앞 바다에서 관광객들이 카약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주는 3040, 강원도 20대와 5060선호
두 지역의 내수 소비(도내 소비)가 더해진 값이므로 전체를 관광객 소비 트렌드로 보기는 힘들지만, 두 지역은 확실하게 성비 차이를 보이고 있다.(음식업 대상으로 분석) 강원도는 60%가 넘는 고객이 남성으로 집계된 반면, 제주도는 10%p 정도 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원도는 10~20대와 50~60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제주도는 30~40대 집중도가 높았다.
제주신라호텔 ‘플로팅 시네마’
▶제3의 경쟁자들 부상… 관광매력 높여야
올 1분기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온 나라를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나 상권, 대형 시설들은 발길이 뚝 끊겼고, 외부 소비보다는 될 수 있으면 집에 머무는 걸 선택하면서 전체적인 경기가 대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대표적인 관광지인 강원과 제주는 이런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성수기를 맞아 북적여야 할 강원도 스키장이나 유원지, 리조트들은 한산했고,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주도는 그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가 무사히 지나가고 다시 회복기가 올 때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외부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뿐이다.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고깃집과 수산물 외에 카페나 양식, 패스트푸드 맛집을 준비한 것은 좋은 시도였고 결과적으로 지역에 다양성을 부여했으나, 근간이 되던 고깃집과 수산물 전문점은 외부 고객의 발길이 주춤해지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현상도 나타난다.
65년 만에 개방한 속초 외옹치 해안
대표적인 관광지의 명성과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 관광객들은 점점 국내여행보다는 해외여행을 선호하고 있고, 국내여행을 한다 해도 강원이나 제주지역 외에 갈 만한 중소 관광지역이 계속 개발되고 발전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의 트렌드를 충분히 반영하는 만큼 보다 재미있는 체험시설과 맛집을 유치하고 있고, 지역특성과 연계한 새로운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를 찾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표적인 두 관광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특성과 연계한 특색 있는 마케팅이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지금보다 안정적이고 유명한 점포·시설·상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