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여름 해양스포츠인 요트(Yacht) 체험을 위해 6월 중순의 어느 일요일 저녁 서울 한강 중심부에 자리 잡은 700요트클럽(www.700yachtclub.com)을 찾았다. 저녁 7시임에도 불구하고 해는 반포대교 위쪽에 걸린 채 붉은 햇살을 쏟아내고 있었고 ‘피어 39’ 선착장에는 야경을 즐기려는 요트 마니아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체험을 위해 간택된 요트는 동체가 두 개 달린 10인승 쌍동선 ‘월리니스 호’이다. 요트는 동체 수에 따라 단동선과 쌍동선, 삼동선으로 구분된다. 시동을 건 배는 동작대교 부근에서 출발해 반포대교로 향했다. 밤마다 시간대별로 분수쇼를 열고 있는 반포대교가 야간 요트족에게는 색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해 인기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오랜 요트 운전경력의 베테랑 선장은 배가 한강 한가운데 도착하자 시동을 껐다. 순간 사방이 조용해졌고 배는 바람과 물살에 따라 서서히 제 갈 길을 갔다. 이동 길을 바꾸기 위해 선장이 두 개의 세일(돛)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내 힘을 받은 배는 물살을 거세게 헤치고 속력을 냈다. 배와 바람, 물살만이 살아 있는 나만의 시간이었다.
▶동체 수와 인승에 따라 요트 종류 다양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고급 스포츠가 대중화되는 추세다. 요트가 그 대표주자다. 유명 헐리웃 스타나 세계적 부호들이나 애용할 법한 요트를 국내에서도 손쉽고 저렴하게 렌트해 직접 몰고 강으로 바다로 나가거나 가족과 친구들과 선상 파티를 즐길 수 있다.
700요트클럽(대표 이희정)은 한강에서 요트를 대여해주는 요트 클럽이다. 10년 전인 2006년 서울 상암동 한강변에서 출발한 700요트 클럽은 지난해 한강반포지구로 자리를 옮겼다. 이희정 대표는 “배도 오랫동안 물살에 부딪치면 멍이 들어요. 상암동 쪽은 물살이 세서 요트를 오래 정박시켜 놓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었어요. 이용객들이 찾아오기에 거리가 멀기도 하고요. 계속 이전을 시도하다가 지난해 반포지구에 자리가 나서 옮겨 오게 됐습니다”라고 말한다.
700요트클럽에서는 세일링 요트를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다. 보유한 요트는 총 14척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단동선인 ‘모노훌(Monohull)’은 선체가 하나여서 다루기는 쉽지만 속도가 빠르진 않다. 같은 모양의 선체 두 개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갑판 위에서 연결한 쌍동선인 ‘카타마란(Catamaran)’은 크기에 비해 마찰이 작고 가벼워 속도가 빠르다. 직진 안전성도 높다. 삼동선인 ‘트라이머랜(Trimaran)’은 가볍고 빨라 시속 15노트 이상으로 달리면 바다에서 날아다니는 느낌을 준다. 이 밖에도 길이는 21피트(ft)에서 41피트까지, 1~2인승인 ‘딩기(Dingy)’부터 5~6인승 ‘크루징(Cruising)’, ‘레이싱(Racing)’, ‘클래식(Classic)’ 요트 등 수많은 요트를 즐기고 배울 수 있다.
▶요트 레슨 10시간 받으면 직접 몰 수 있어
최근에는 개인 배를 소유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10인승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요트 한 대 가격은 5억~7억원대이다. 선박 문화가 발달된 유럽이나 미국에서 제작된 배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최근에는 다소 저렴한 국산이나 중국산을 선호하는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일본 배의 경우는 중고 수요가 많은 편. 요트 개인 소유주의 경우 요트 클럽에 정박료와 관리비를 내면서 맡기고 원하는 시간에 이용한다. 하지만 국내는 회원제 이용이 대부분이다. 700요트클럽의 경우 70여 명의 회원들이 있으며 국내와 외국인 이용객 비율은 7대 3 정도다. 10년 전만해도 외국인 지사장이나 주재원들이 절대적으로 많았는데 최근에는 외국서 요트문화를 즐겨본 국내인들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희정 대표는 요트의 매력에 대해 “혼자서 할 수도, 여러 명이 함께 할 수도 있고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을 가서 하고 싶은 대로 시간을 맘껏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한강의 한가운데를 누구나 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물위에 떠서 책을 보거나 잠깐 잠을 잘 수도 있고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요트를 빌리기 위한 이용료는 12인승을 기준으로 1시간에 33만원이다. 정원을 넘지 않는 한 사람 수가 아닌 배 한 대를 빌리는 가격이다. 면허를 따기 위한 레슨과 세일링 레슨은 각각 16시간 기준으로 55만원이다.
요트는 직접 조정하는 묘미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대표는 “10시간 정도 강습을 받으면 요트를 직접 몰 수 있어요. 어렵지는 않지만 나중에 바다로 나가려면 여러 가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합니다”라고 전한다.
요트클럽에서는 각종 모임을 위한 파티를 열기도 한다.
▶한국 해양레저스포츠 현황
요트수 1만5000대, 동호인 10만명
해양레저스포츠는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생활의 일부로 정착되어 있다. 세계해양협회(ICOMIA)에 따르면 세계 레저 선박 수는 2840만 척이며, 시장 규모는 445억달러에 달한다. 이 중 북미와 유럽의 수요·공급이 전 세계 시장의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인당 소득이 3만달러에 가깝고, 주5일 근무제 정착으로 여가가 늘어나면서 해양레저에 대한 관심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기준 국내 등록된 레저 선박 수는 1만 2985척으로, 2013년보다 27% 증가한 수치다. 또한, 2005년 4만 2000여 명이던 요트·보트 조종면허 취득자 수도 2014년 기준 15만 3559명으로, 연평균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해양레저스포츠가 아직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삼면이 바다라 해양레저스포츠를 즐기기에 적합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고 있으나 국민들의 인식이 형성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해양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마리나 등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마리나가 30여 개로, 500개가 넘는 마리나를 갖춘 일본에 비하면 미미하다.
해양수산부는 이에 국민이 보다 손쉽게 해양레저를 접할 수 있도록 지난 2009년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제1차 마리나항만 기본계획을 마련, 보완하여 해양레저의 기본 인프라인 마리나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항에도 레저 선박이 계류할 수 있도록 어촌 마리나역도 16개소를 선정하여 관련 시설을 조성 중이다.
▷700요트클럽 | 서울의 중심 한강에서 새로운 레저문화를 보급하고 있는 700요트클럽은 한국에서 최초로 국제적인 전문가들과 국내 사업가들로 약 50대 50 비율로 조성된 국제적인 멤버십을 가진 요트클럽이다. 2007년 10월 7명으로 구성된 레이싱 팀을 발족하여 통영 이순신 배와 싱가폴 국제요트대회에 출전을 하여 좋은 성과를 이루었고 푸켓, 캐나다 등 국제요트대회에 계속 출전을 하고 있다. 2010년 호주의 가장 큰 요트대회에서 1등을 하여 요트계의 이슈가 되었다. 회원들의 꾸준한 요트경기 참여와 바다 세일링으로 여느 팀 못지않은 기량이 있고, 크고 작은 회원행사가 매달 있으며 회원들 간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다.
700요트클럽의 회원들은 5년 후 요트 세계 일주를 목표로 꾸준히 경험을 쌓고 세계 각지 요트인들과 우정을 쌓고 있다. 현재 요트 문화를 창조하고자 기업 요트 대회 주최, 요트제작과 판매, 요트사업자문을 700요트클럽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