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500여 전자업체들이 기술력을 과시하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4’가 지난 9월 10일 독일 베를린 만국박람회장(Messe Berlin)에서 막을 내렸다. 올해 IFA를 관통한 키워드는 스마트홈(Smart Home), 커브드(Curved·곡면), 웨어러블(Wearable)이었다.
IoE 시대 열기 시작한 스마트홈
스마트폰으로 TV, 냉장고, 에어컨, 조명, 세탁기를 켜고 끄는 것이 지금까지 스마트홈이었다면 ‘IFA2014’에서 시연한 스마트홈은 가전제품이 먼저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손가락 하나조차 까딱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작동한다.
가전업체들은 당장 올해 말 또는 내년부터 이런 세상을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베를린 만국박람회장 내 ‘시티큐브 베를린’에 대규모 전시장을 확보하고 전시장 중앙에서 스마트홈 서비스를 시연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삼성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 제품들까지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윤 사장은 “내년 정도면 스마트홈 제품이 시장에 많이 쏟아질 것이며 앞으로 3~5년 후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초기엔 중·고급형부터 시작해 보급형까지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스마트홈 2.0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의 스마트홈 1.0이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로 집안 가전제품들을 제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스마트홈 2.0인 ‘퓨처홈’은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꺼내기 전에 가전제품이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퇴근길에 스마트폰을 통해 에어컨을 켜고, 음식 조리를 시작하도록 명령하는 것이 1세대라면 2세대는 사용자가 집 근처에 오면 에어컨과 조명이 스스로 켜지고, 로봇청소기는 청소를 중단하고 충전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집이 스마트기기로부터 취합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라이프스타일 패턴을 학습하고, 가정 구성원에게 맞춤 솔루션을 제공해 ‘인간 배려’를 극대화한다는 게 윤 사장의 설명이다.
LG전자는 올해 초에 공개한 스마트홈 서비스 ‘홈챗’을 업그레이드해 내놨다. NFC(근거리통신망)와 와이파이 클라우드를 통해 가정 내 가전제품을 연결한 후 스마트폰 앱으로 이들 가전제품을 제어하거나 가전제품들이 스마트폰 앱에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갖췄다.
홈챗을 구글 스마트홈 서비스 ‘네스트’와 연동시키고 연동 가전제품 종류도 기존 세탁기, 냉장고, 오븐, 에어컨에서 청소기, 조명, 오디오 기기로 확대했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담당 사장은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스마트홈 세상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가전제품이 커넥티비티 레디 상태(연결이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지멘스 가전 브랜드인 BSH도 스마트홈 솔루션 ‘홈커넥트’를 공개했고, 밀레도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앱을 선보였다. 중국 전자회사 하이센스도 ‘스마트홈’을 선보였으며 하이얼도 스마트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하이얼 공기청정기 ‘천전’은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스스로 작동하며, 세탁기 ‘인텔리어스’에도 각종 스마트 기능이 들어갔다. 세탁물 종류와 양에 따라 세제 투입량도 조절된다.
확대되는 웨어러블 시장
웨어러블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 종속 제품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기기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삼성 기어S’는 독자 이동통신망을 탑재해 독자적인 통화가 가능하다. 2.0형 커브드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3G 이동통신, 와이파이, 내장 키보드 등을 탑재했으며 나이키와 손잡고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을 장착해 여러 가지 운동 앱도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의 무기는 원형 스마트워치 ‘G워치R’이다. 네모난 디스플레이의 삼성 기어S와 달리 G워치R은 원형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메탈 보디와 천연가죽 소재 등 고급스러운 시계 느낌도 풍긴다.
심박센서를 이용해 사용자의 건강관리도 도와준다. 자사 스마트폰과만 연동되는 삼성의 기어S나 애플의 애플워치와는 달리 안드로이드4.3 이상의 모든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41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오래 쓸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소니 ‘스마트워치3’도 삼성과 LG에 뒤지지 않았다. 1.6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고 방수 방진 그리고 원격 음악감상 기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니 ‘스마트아이글라스’는 ‘구글 글라스’와 맞짱을 뜰 만한 제품이었다. 아이글라스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각종 정보를 안경 화면으로 제공하는 웨어러블 기기다.
플레이스테이션4와 스마트폰을 와이파이로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리모트플레이’도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밖에 중국회사인 화웨이는 웨어러블 기기 ‘토크밴드’를 내놨다.
애플은 IFA가 폐막한 직후인 지난 9월 9일(현지시간) 미국 쿠퍼티노 플린트 센터에서 ‘애플워치’를 공개했다. 애플은 시계 본체와 시계 줄의 조합으로 총 34종에 달하는 세부 모델을 파생시켜 패션 아이템으로서 애플워치의 매력을 본격 발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사각형 모양의 애플워치는 한 변의 길이를 38㎜, 42㎜ 두 가지 크기로 나눠 여성용·남성용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준비도 끝마쳤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는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가 올해 700만 대에서 내년 282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TV는 커브드가 대세… 중국업체 부상
TV에선 커브드와 OLED, 그리고 중국업체들의 부상이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은 105인치 벤더블 UHD TV였다. 이 제품은 평면과 커브드 화면을 하나의 TV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밖에 삼성은 48~105인치 커브드 UHD TV와 커브드 풀HD TV 등 총 72개 커브드 TV 제품군을 선보였다. 삼성이 커브드에 초점을 맞췄다면 LG의 전략은 화질을 강조한 OLED였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UHD OLED TV는 3300만 개의 화소가 마치 실물을 눈으로 보는 듯한 화질을 제공했다.
‘8K UHD TV’도 눈에 띄었다. 이 제품은 98인치 디스플레이에 8K(7680×4320) 해상도를 적용해 4K UHD보다 4배 더 선명했다. 소니는 4K UHD 브라비아 TV 시리즈를 소개했다.
TCL과 하이얼 등 중국 기업들도 커브드 UHD TV나 OLED TV 등 기술력을 보유해야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IFA 2014’에서 선보였다.
TCL은 세계 최대 110인치 커브드 UHD(초고화질) TV를 내놨다. 삼성과 LG전자가 선보인 105인치 커브드 UHD TV보다 5인치 큰 제품으로 겉모습만 봤을 때는 삼성과 LG 제품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TCL은 커브드 UHD TV뿐 아니라 ‘퀀텀닷(양자점) TV’를 이번 IFA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QD라 불리는 ‘퀀텀닷 TV’는 빛을 내는 광원으로 형광등이 아닌 퀀텀닷이 사용된다.
퀀텀닷은 전류를 흘리면 빛을 내는 퀀텀을 넣은 소재로 LCD(액정표시장치) 기반 TV에 쓰인다. TCL은 내년엔 차세대 TV라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창훙은 65인치 커브드 UHD OLED TV를 공개했다. LG전자가 지난 8월 세계 최초라며 UHD OLED TV를 선보였는데 같은 사양의 제품을 중국회사 창훙도 내놓은 것이다.
이 회사가 출시한 105인치짜리 5K UHD TV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5K(5120×2160) TV는 4K(3480×2160)인 UHD보다 화질이 뛰어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