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를 통해 ‘갤럭시링(가칭)’의 실물을 공개했다. 갤럭시링은 손가락에 끼우는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실제 모습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갤럭시링은 삼성전자가 ‘넥스트 스마트워치’를 목표로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결과물이다. 갤럭시워치와의 간섭효과와 시장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이유로 양산을 미뤄왔다. 하지만 올 초 갤럭시링을 연내 출시할 것임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링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실 시기가 문제였지 삼성전자의 스마트링 출시는 기정사실화돼 있었다. 과연 갤럭시링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에 이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스마트링 시장의 예측과 삼성전자 갤럭시링의 경쟁력을 가늠해봤다.
기존에도 링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마트링은 너무 두껍거나 크기가 큰 제품이 많았다. 손에 끼면 걸리적거리고 너무 두꺼워 손이 작은 사람들은 불편했다. 당연히 상품성이 떨어져 시장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2023년 글로벌 스마트링 시장 규모는 약 2000만달러(약 265억원) 수준으로 다른 스마트 기기에 비해 초라했던 이유다. 하지만 올 MWC에서 공개된 갤럭시링은 삼성전자의 매뉴팩처링 노하우가 집결된 초소형, 초박형 디자인으로 관람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갤럭시링은 기존 스마트링에 비해 훨씬 부담이 없고 크기가 작다. 이 때문에 손가락에 끼더라도 불편함이 덜하다.
소재나 크기는 어떨까. 이번 MWC에는 9개의 사이즈에 블랙, 골드, 실버 등 3가지 색상이 전시됐다. 무게는 3~4g으로 추정된다. 스마트워치와는 달리 밴드 사이즈를 조절할 수 없는 특성상 손가락 크기에 따라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소형화에 따른 또 하나의 난관은 배터리. 크기가 작은 스마트링 특성상 고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하기 힘들다. 다만 현재 시장에 나온 경쟁제품 ‘오우라링(Oura Ring)’의 경우 완충 시 최대 7일 사용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가 없기 때문에 예상보다 긴 배터리 시간을 확보했다. 갤럭시링은 디스플레이가 없을 경우 3~7일, 디스플레이를 채택할 경우에 1~2일의 배터리 시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헬스케어 기능은 스마트워치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 스마트링은 손가락에 착용하는데, 미세혈관이 몰려 있는 손가락은 심박수 측정과 심전도 측정 시에 스마트워치에 비해 더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워치는 시계와 손목이 정확히 접촉해야 해서 측정시에 행동을 멈추고 있어야 할 때도 있다. 스마트링은 그런 불편함이 없어 더 정확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또한 수면기록 시에도 스마트워치에 비해 한층 가볍고 부담감이 적어 유리한 점이 있다. 다만 메시지 확인이나 메시지 보내기, 음악 감상, 지도 보기 등의 스마트폰 보조 기능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구조상 큰 화면의 디스플레이를 장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진동기능이나 알림음 정도만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와 연동돼 조명을 켜거나 알림을 제공하는 등의 IoT 기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피트니스 기능은 서로 장단점이 있다. 러닝이나 수영,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은 스마트워치에 비해 유리하다. 하지만 손으로 기구를 잡아야 하는 근력운동에선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시장 규모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256억달러(약 33조6000억원)로 평가됐다. 반면 스마트링 시장은 아직 2000만달러(약 265억원) 시장에 불과하다. 다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에 따르면 스마트링 시장은 2028년 경 9400만달러(약 1250억원)로 확대되면서 연평균 22%의 고성장이 기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애플이 진입한다면 시장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갤럭시링에 대한 구체적인 스펙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스마트워치의 기능 중 헬스케어 기능 대부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손가락에 끼우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발명을 특허출원하고 상표권 확보도 계속해왔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내놓은 특허들을 통해 갤럭시링의 모습을 그려보자. 우선 디스플레이가 장착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미국 특허출원 시에 스마트링 상단에 둥근 디스플레이가 보이는 출원서를 냈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달려있어 알림이나 걸음수, 심박수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대부분의 스마트링들은 디스플레이가 없어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기술적 문제 때문에 도입되지 못했다. 심전도 기능 관련 내용도 미국 특허출원서에 기입돼 있다. 심박수, 산소포화도, 체지방률 등 각종 헬스케어 센서가 들어갈 확률이 높다. 사실 이런 기능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갤럭시링을 살 이유도 없겠지만. 재미있는 것은 확장현실(XR)과 관련된 특허다. 최근 애플이 출시한 비전프로와 같은 증강현실 기기를 제어하기 위한 기술로, 스마트링으로 손의 관절과 위치 정보를 획득해서 증강현실 기기에 적용하는 내용이다. 갤럭시링을 단순히 헬스케어 기기가 아닌 가상현실 기기와 연계해 사용하는 방법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삼성전자는 기어 VR이라는 증강현실 기기를 내놓은 적이 있다. 다시 VR 기기 열풍이 분다면 기어 VR 후속작을 내놓고, 갤럭시링을 통해 제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갤럭시링이 올해 출시한다면 경쟁사인 애플의 행보도 궁금하다. 애플 역시 스마트링을 차곡차곡 준비 중이다. 애플링(가칭)이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우선 기능상으로는 현재 애플워치가 제공하는 헬스케어 기능들이 대거 포함될 것이다. 심박수나 심전도, 칼로리 소모, 수면 추적 등 다양한 헬스케어 기능이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애플워치가 워낙 잘 팔리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간섭현상을 줄이기 위한 애플의 고심이 눈에 띈다.
애플은 스마트링 관련 특허를 다수 신청했는데 삼성과 마찬가지로 XR 관련 특허를 여러 가지 내놓았다. 피부 간 제스처 감지 기술, 스마트링을 통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제어 관련 특허는 현재 출시한 비전 프로의 마우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의 증강현실, 확장현실 기기들은 손의 제스처를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 별도의 조이스틱을 손에 쥐어야만 하는 제품이 많다. 하지만 애플링이 이런 역할을 대신하면 손이 자유로우면서도 정확한 제스처 감지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커서 이동, 스크롤, 작업 수행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해진다. 그 밖에도 아이폰, 아이패드 제어, 애플 펜슬과의 연동 등 애플의 다양한 기기와 액세서리 등을 제어하는 역할로 애플링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애플워치와의 간섭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링을 이르면 8월, 늦어도 연내 정식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 기기 인증을 받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피트니스 트래커 기능을 갖춘 기본적인 형태로 출시한 뒤 시장 상황과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기능을 늘리고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애플은 구체적인 제품 생산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고, 의료 기기 인증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내 출시는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이기에 갤럭시링은 메이저 업체가 내놓은 최초의 대중적인 스마트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가장 완성도 높고 유용한 스마트링으로 갤럭시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링은 시장규모 예측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에 비해서는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IT 역사상 가장 작고 몸에 항상 부착되는 스마트 기기라는 점에서 확장현실 기기와의 연계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의 보조 역할로서는 무한한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따라서 IT 기기는 물론 방대한 가전제품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에는 의외의 실마리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갤럭시링은 삼성전자의 절대반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올가을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정철 디지털칼럼니스트(유튜브 ‘기즈모’ 운영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