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맘’을 연기한 개그우먼 이수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트로트 가수 김호중,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생뚱맞은 질문의 답은 ‘블레임룩’이다. 비난하다는 의미의 블레임(Blame)과 외형, 스타일을 의미하는 룩(Look)을 합친 말로 논란의 대상이 된 인물이 착용한 아이템이나 패션브랜드가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중 롤러코스터 같은 궤적을 그린 브랜드는 단연 ‘몽클레르(MONCLER)’다.
지난해 2월, 개그우먼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온 영상 하나가 단 며칠 만에 조회수 700만 회를 돌파하며 이슈가 됐다. 서울 대치동 도치맘(고슴도치 엄마)의 일상을 패러디한 영상에서 이수지는 고야드 가방에 몽클레르 패딩을 입고 포르쉐 카이엔에서 하차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논란과 현상이 이어졌다. 영상이 공개된 후 20여 일간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쏟아진 몽클레르 의류는 약 1190여 개. 영상 공개 전과 비교하면 무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창피해서 더 이상 못 입겠다” “유치원 하교 길에 몽클레르 패딩입고 나오던 엄마들이 오늘은 아무도 안 입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댓글 내용 중 일부다. 강남 엄마들의 ‘교복’이라 불리던 몽클레르가 단 며칠 만에 도치맘 패션으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여기서 잠깐, 그럼 그 이후 몽클레르의 국내 판매량은 어떻게 됐을까. 아이러니하지만 이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몽클레르코리아는 2024년 사상 최대 매출(2025년 4월 공시)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3441억원, 전년 대비 3.6% 늘어난 금액이다. 과연 몽클레르는 어떻게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한국 고객들은 왜 이 패딩을 얻기 위해 선뜻 수백만원을 지불하는 걸까.
몽클레르는 1952년 프랑스 그르노블의 작은 산악 마을 모네스티에 드 클레르몽(Monestier-de-Clermont)에서 시작됐다. 몽클레르(MONCLER)란 브랜드명이 바로 이 마을의 약자다. 브랜드를 설립한 르네 라미용은 처음엔 높은 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패딩 침낭과 후드 재킷, 텔레스코픽 텐트를 만들었다. 브랜드의 전환점은 2년 후인 1954년에 다가왔다. 라미용의 친구이자 프랑스의 산악인 리오넬 테레이가 재킷의 기술적 성능에 주목하며 제품화를 요구했고, 그렇게 세계 최초의 퀼팅 다운재킷 ‘리오넬 테라이를 위한 몽클레르’ 라인이 완성됐다. 거위털을 넣어 만든 이 재킷은 보온성이 뛰어나 스키어와 산악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이듬해 마칼루 정상 등반에 오른 프랑스 원정대가 몽클레르의 다운재킷을 착용했고, 1964년엔 리오넬 테라이가 이끄는 알래스카 탐험의 후원사가 됐다. 몽클레르가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결정적인 순간은 1968년 프랑스 그레노블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이었다. 프랑스 활강 스키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가 된 몽클레르는 유니폼을 제작하며 프랑스의 국조인 수탉 형태의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이 로고는 몽클레르의 상징이 됐다.
브랜드의 변곡점은 2003년에 맞닥뜨리게 된다. 몽클레르는 당시 이탈리아 사업가이자 현 회장인 레모 루피니에게 인수되며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위상을 새롭게 쓰기 시작한다. 몽클레르의 본사를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전한 루피니 회장은 제품의 가격대와 품질 고급화에 나선다. 매장도 여느 명품 브랜드처럼 고급스럽게 리모델링했다. 당시 몽클레르에 합류한 준야 와타나베, 니콜라 제스키에르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은 명품 다운재킷을 만들기 위해 재킷의 무게는 줄이고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데 집중했다. 2006년엔 알레산드라 파키네티와 지암바티스타 발리가 진두지휘한 오트 쿠튀르 컬렉션 ‘몽클레르 감므 루즈’를 론칭한 후 몽클레르는 2009년 당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디자이너 톰 브라운을 영입해 남성복 컬렉션 ‘몽클레르 감므 블루’를 완성했다. 2013년 12월 16일, 이탈리아 밀라노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몽클레르는 첫 거래일에 46.8%가 상승하며 그 해 유럽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이러한 성장세를 기반으로 2020년에 컨템포러리 브랜드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를 약 11억 5000만유로(약 1조 500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건 20년 전인 2006년이다. 당시 신세계 MSF의 편집숍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2015년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운영했고, 2020년에 몽클레르코리아가 설립되며 직진출한다. 국내 시장에서 3040 여성들의 지지를 얻으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게 된 건 2018년 무렵. 당시 정재계 인사들의 가족과 연예인들의 착용 컷이 보도되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고, 이후 강남 사모님 패션, 강남 교복이라 불리며 꾸준히 매출을 늘렸다. 해외여행이 제한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명품 소비 증가와 맞물리며 매출이 껑충 뛰기도 했다.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46.7% 급증해 2198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3년 3222억원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고, 2024년엔 도치맘 패딩 논란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렇다면 유독 한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명품 브랜드 수입사의 한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기록적인 한파에 고가의 아웃도어 패딩 수요가 여전한데, 가볍고 슬림한 핏을 유지할 수 있는 몽클레르가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여기에 고가의 명품에 지갑을 여는 한국의 명품 문화도 불을 지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잘 팔린다고 물건을 더 찍지 않는 몽클레르의 재고 정책도 희소성을 높이는 이유지만 무엇보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효과가 트렌드화되며 ‘강남 기본템’이 된 게 가장 큰 견인차”라고 분석했다. 반면 지금까지 성장세를 이어온 요인이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명품 컨설팅사의 한 관계자는 “도치맘 패션이란 풍자가 단기적으론 브랜드를 대중에게 각인시켰지만 숏패딩이 300만원대 후반, 롱패딩은 400만원대 중반인 고가의 가격에도 찾는 이가 많아지며 오히려 충성 고객층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n차 가격인상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몽클레르는 오는 2월 6일 개막하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브라질 올림픽 위원회의 공식 스폰서이자 브라질 스노 스포츠 연맹 알파인 스키팀의 테크니컬 스폰서로 참여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1968년 프랑스 그레노블 동계올림픽 이후 58년 만에 복귀하는 올림픽 무대다. 몽클레르는 이번 올림픽에서 브라질 선수단의 개·폐회식 의상과 경기용 장비를 모두 지원한다. 레모 루피니 몽클레르 회장은 “동계올림픽으로의 귀환은 몽클레르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다”라며 “하이 퍼포먼스와 하이 스타일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브랜드 정신을 전 세계 겨울 스포츠 무대에서 다시 한번 선보이는 상징적인 발걸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몽클레르는 데님, 스웨이드, 플란넬, 울 개버딘 등 도심에서 주로 사용되던 소재를 산악 환경에 맞는 기능성 소재로 재해석한 ‘몽클레르 그레노블 2025 가을·겨울 캠페인’을 공개했다. 스키와 스노보드용 퍼퍼 아우터에는 코듀로이와 울, 벨벳 소재를 사용하고 금속과 가죽을 더했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스키 이후 휴식과 이동, 일상 착용까지 고려한 아프레 스키(Apre… s-Ski, 스키 직후 활동) 스타일을 반영해 디자인됐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몽클레르코리아]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