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을 뒤로한 채 여름이 지나갔다. 한결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가을은 남심도 흔들고 있다. 올가을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다면 다음 트렌드에 주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복고 열풍이 이어지는 뉴트로 패션부터, 컴포트&코지까지 다양한 올가을 패션 트렌드에 대해 알아봤다.
▶올가을 트렌드는 90년대 복고풍
2021년 가을·겨울 패션은 봄·여름 시즌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화려한 복고풍 분위기를 재해석한 뉴트로 패션이 계속해서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가을·겨울 시즌은 패션의 황금기였던 19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갑갑한 제약에서 벗어나 과거 행복했던 일상으로 다시금 돌아가고 싶은 소비자 심리가 패션으로도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문화의 한국화’가 이뤄졌던 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X세대에게 복고 패션은 풍요롭던 과거에 대한 향수로, 이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는 못했던 MZ세대에게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21FW
이와 동시에 남성복에서는 ‘컴포트(Comfort)&코지(Cozy)’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편안한 복장에 매력을 이미 느낀 소비자들의 니즈가 더욱 커지는 것.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편안함의 가치를 최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패션에서도 가속화된다. 이 때문에 딱 붙는 핏보다는 여유롭고 편안한 실루엣이 강세를 띠며, 신축성이 우수해 스포츠웨어에서 주로 사용된 사계절용 저지 소재와 애슬레저풍 디자인이 남성복에서 중요하게 활용된다.
소재는 울을 기본으로 캐시미어, 알파카, 카멜, 시어링, 비큐나 등 부드러운 터치감과 자연스러운 실루엣, 우수한 보온성을 지닌 고급 보온 소재들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코듀로이, 스웨이드, 울펠트, 트윌 코튼, 데님 등 둔탁한 느낌의 복고 감성의 캐주얼 소재들이 많이 선보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소재 중 이번 시즌에 특히 주목해야 할 소재는 코듀로이다. 일명 골덴으로 불리는 코듀로이가 레트로 감성에 힘입어 유행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코듀로이는 원단 자체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느낌 때문에 캐주얼한 매력을 드러낼 뿐 아니라 도톰한 질감에 내구성이 뛰어나 추운 계절에 활용도가 높다. 이 외에도 동물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에코 레더에 대한 활용이 다양한 아이템에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 실용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인해 라운지웨어를 연상시키는 여유롭고 편안한 핏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상의는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오버 사이즈 숄더핏, 드롭 숄더핏의 인기가 지속된다.
아우터에 있어서는 루즈핏의 강세와 동시에 복고풍의 영향으로 짧은 크롭 기장감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바지에서는 편안한 착용감을 위한 핀턱 디테일, 허리 밴드 디자인이 강조되며, 밑단이 고정되는 조거팬츠, 스웨트팬츠 그리고 다양한 상의와 코디 시 활용도가 높은 세미 와이드핏 바지가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컬러는 남성복에서 꾸준하게 강세를 보이는 블랙, 그레이, 화이트의 모노컬러의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여성복의 가을 시즌 제품에서 많이 쓰이던 브라운 컬러가 다양한 명도로 확장되어 선보여진다. 부드러우면서 자연스러운 톤의 베이지, 아이보리, 카멜, 라이트 그레이, 카키, 올리브 카키 등의 컬러가 새롭게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글로벌 컬러 연구소 팬톤에서 2021 올해의 컬러로 발표한 ‘일루미네이팅 옐로’와 ‘얼티밋 그레이’의 조합도 주요하게 등장한다. 회색빛은 평온함과 안정감을 선사하는 만큼 다크 그레이, 차콜 그레이, 카키 그레이 등 다양한 채도로 변화되어 기본 컬러로 사용되며, 옐로 색상이 생기를 불어넣는 포인트 컬러로 활용된다. 이 외에도 기존에 남성복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던 파스텔 컬러도 캐주얼웨어에서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패턴으로는 체크 패턴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패턴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므로 매년 다채로운 체크 패턴을 볼 수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클래식한 느낌의 체크부터 다채로운 컬러가 섞인 힙한 느낌의 체크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깅엄, 타탄, 아가일 체크 등 복고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체크 패턴은 물론, 글렌, 하운즈투스 등 도시적인 분위기의 체크도 곳곳에 쓰인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체크로 포인트를 주는 룩보다는 과감히 룩 전체를 체크로 맞추는 경향도 찾아볼 수 있다. 체크 패턴 아이템을 다양한 옷들과 겹쳐 입는 레이어드 스타일링으로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분위기를 강조한다. 이 외에 이번 시즌 클래식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할 수 있는 헤링본 패턴도 새롭게 부상한다.
폴 스미스 21FW
▶화려함과 특색 돋보이는 가을 슈트
올가을 멋쟁이가 되고 싶다면 컬러와 패턴에 주목해보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은 예전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제약을 받고 있지만, 패션은 더욱 유쾌하고 감각적인 요소들을 보여주고 있다. 눈에 띄는 밝은 색상과 독특한 프린트가 대표적이다. 가을 패션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슈트나 니트웨어에 모두 색다른 포인트가 적용돼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딱딱하고 격식을 갖춘 슈트를 입으면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편안함과 활동성을 중시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강조하기 원하는 MZ세대를 겨냥해 슈트의 스타일과 소재, 색상이 다양해졌다.
이번 시즌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특유의 편안한 우아함과 도회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진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정형화되지 않은 유연한 스타일의 슈트를 선보였다. 재킷과 팬츠 모두 오버사이즈로 제작돼 멋스럽고 편안하게 착용 가능하다.
‘드리스 반 노튼’은 포멀 룩과 스포티 룩이 어우러진 컬렉션을 통해 친밀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스타일의 의상들을 선보였는데 모던하면서 편안한 느낌의 셋업슈트는 이를 잘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상하의를 같은 니트 소재로 제작한 우아한 느낌의 반바지 셋업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라르디니’는 도톰한 겨울 소재의 체크 재킷과 코듀로이 팬츠를 브라운 계열 톤온톤으로 연출해 고급스러우면서 동시에 특색 있는 셋업 룩을 완성했다.
이번 시즌엔 화사한 색상과 프린트로 나만의 개성과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도 눈에 띈다.
‘폴 스미스’는 이번 컬렉션에서 풍부한 컬러 팔레트를 보여주는데 계절감을 적용해 톤 다운된 핑크 색상 슈트가 대표적이다. 봄·여름 시즌에 이어 생생하게 표현된 플라워프린트가 돋보이는 블랙 슈트도 공개했는데 정형화된 슈트의 형태를 벗어나 상의를 셔킷(셔츠+재킷) 형태로 제작해 새로운 느낌을 줬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창의적인 가능성과 유쾌함을 보여주고자 한 이번 컬렉션을 통해 남성 슈트에도 밝고 여유로운 코드를 더했다. 마치 천을 조각조각 이어붙인 듯한 디자인의 슈트가 대표적이다. 브랜드 특유의 자유로움과 캐주얼한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새로운 유형의 슈트로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디자인의 재킷과 셔츠가 유행할 전망이다.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는 일반적인 청색의 데님 재킷보다는 그레이 컬러를 활용한 데님 재킷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돈되고 깔끔한 디자인에 다소 콤팩트하고 롭된 기장감으로 전개되며 박스형 실루엣이 강세를 보인다. 뉴욕 감성의 컨템퍼러리 브랜드 ‘질스튜어트뉴욕 남성’에서는 해군 유니폼인 N-1 재킷을 모티브로 살린 ‘데님 덱 트러커 재킷’을 선보인다. 칼라 부분이 좁게 디자인되고, 변칙적인 박음질 디테일이 있어 칼라를 세워서 입을 때 포인트가 된다. 어깨 라인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세미오버핏 실루엣에 소매와 몸판에 볼륨감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그레이 스톤워싱 컬러가 특징으로 블랙 슬랙스, 화이트 기본 반팔 티셔츠와 매치하면 감각적인 캐주얼 룩을 완성할 수 있다.
디스퀘어드2 21FW
▶편안한 스타일의 인기는 계속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편안한 스타일에 대한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일상을 보낼 때뿐만 아니라 집 앞 가까운 거리에 나갈 때, 가벼운 운동을 할 때 두루 입을 수 있는 원마일웨어의 인기는 올가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마일웨어라고 다 같은 원마일웨어는 아니다. 올가을에는 눈에 띄는 프린트나 패턴, 독특한 소재, 장식 요소를 넣어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제품들이 출시됐다.
‘필립플레인’은 눈길을 사로잡는 형형색색의 컬러가 ‘타이다이’ 패턴 방식으로 적용된 트레이닝복부터 독특한 그림이 패턴처럼 반복적으로 적용된 제품, 강렬한 오렌지 색상의 한 벌 원마일웨어까지 다양한 종류를 선보였다. 상의는 집업 형태, 하의는 조거팬츠 스타일로 트렌디함을 더욱 살렸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원마일웨어에서도 브랜드 특유의 우아함과 도회적인 느낌을 잘 보여줬다. 후드 집업과 팬츠로 구성된 올 블랙 색상의 원마일웨어는 부드러운 벨벳 소재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가슴 중앙 부분의 패턴이 포인트로 작용해 단조로움을 없앴다. ‘드리스 반 노튼’은 원마일웨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우아하면서 볼륨이 있는 독특한 형태와 소재의 트레이닝복으로, 곳곳에 셔링 장식을 넣어 의상 자체가 한 점의 예술 작품 같은 느낌을 준다.
1990년대 복고 패션이 유행함에 따라 대학가 스웨트셔츠를 새롭게 재해석한 그래픽 맨투맨 티셔츠가 유행할 전망이다. 폰트를 차용하여 브랜드 이름 혹은 메시지를 담아내거나 심벌, 로고 등을 재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질스튜어트뉴욕 남성은 뉴욕에 기반한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성조기와 ‘뉴욕(NEWYORK)’ 단어를 페인팅 방식으로 프린트한 티셔츠를 출시했다. 앞면 가슴 부분과 뒷면 등판에 페인팅이 들어간 디자인으로 자유로운 감성과 세련된 멋을 동시에 담았다. 탄탄하고 신축성이 좋은 면 소재로 제작됐으며, 루즈핏의 면바지 혹은 청바지와 함께 매치하면 스타일리시한 캐주얼 룩을 연출할 수 있다.
필립플레인 21FW
▶컬러풀한 니트웨어의 향연
올가을에는 독특한 컬러와 패턴의 니트웨어를 입어보자. 단독 아이템으로도 제격이며 이너, 아우터로 화려한 니트웨어를 걸치면 감각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을 패피(패션피플)로 거듭날 수 있다. ‘디스퀘어드2’는 레드, 그린 등 원색의 컬러와 귀여운 동물의 얼굴, 단풍 모양 등이 그려진 니트웨어를 다수 선보였다. 마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는 화사한 색상의 조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니트웨어와 함께 세트로 착용할 수 있는 가방 등의 소품도 함께 선보였다. 이번 시즌 다양한 컬러의 조화를 보여주는 ‘폴 스미스’는 카멜, 그린 등 고급스러운 컬러 스트라이프 패턴의 카디건을 선보였다. 좌우 컬러를 다른 방식으로 적용해 언밸런스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다양하게 믹스매치할 수 있는 고급스러우면서 편안한 의상을 선보였다. 베이지, 그레이 색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패턴 스웨터는 같은 톤의 코트, 팬츠와 함께 입으면 한 벌의 스타일리시한 가을 의상이 완성된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좌우 화이트와 다크 그레이가 반씩 적용된 터틀넥 스타일 니트웨어를 통해 도회적인 느낌의 가을 룩을 완성했다.
▶로고 패턴·프린트·컬러블록 돋보이는 남성 가방
가방과 같은 소품으로 전체적인 룩에 포인트를 주고 싶어 하는 남성들을 겨냥해 올가을 남성백도 다양한 장식 요소들이 가미됐다. 로고 패턴, 포인트 색상, 독특한 소재의 조화 등이 자칫 어둡고 단조로울 수 있는 가을 패션에 멋을 더한다.
‘라르디니’는 올가을 자수 패치와 레터링 프린트가 돋보이는 큼지막한 더플백을 선보였는데, 베이지 톤과 대비되는 화이트 톤의 스크랩이 경쾌한 느낌을 더한다. 슈렁큰 가죽 소재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며 토트와 숄더로 모두 맬 수 있어 편리하다. ‘필립플레인’은 이번 시즌 로고 패턴과 프린트가 눈에 띄게 적용된 가방을 다수 선보였는데, 심플한 블랙 색상의 클러치에도 화이트 색상의 패턴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부에 분리된 포켓이 있어 수납이 편리하며 탈부착 가능한 손목 스트랩이 실용적이다.
전체적으로 원 톤이 아닌 여러 색상, 혹은 각기 다른 소재가 함께 적용된 제품들도 눈에 띈다. ‘마르니’는 다크 그레이와 톤 다운 오렌지의 조화가 돋보이는 컬러블록 디자인의 캐주얼 백을 선보였는데, 가벼우면서 넉넉한 수납공간이 실용성을 더한다. 심플한 가죽 로고 장식은 포인트로 작용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가방 덮개와 몸체 부분이 톤온톤 브라운 색상으로 적용돼 가을 시즌에 제격인 트래블백을 선보였다. 가방 덮개는 다크 브라운의 가죽 소재이며 몸체는 스푸마토 스웨이드 소재의 브라운 컬러가 적용돼 같은 톤이지만 대비되는 느낌을 준다. 벨트식 잠금장치가 포인트로 작용하며, 큼지막한 크기로 사용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