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인에선 깊은 허브향이 먼저 풍겼다. 탄닌은 부드럽게 녹아들었지만 워낙 강인한 질감은 여전히 근육질 느낌을 남겼다. 그 뒤로 피어오른 농축된 열대 과일의 달콤함과 어우러진 발사믹향은 목 안 깊은 곳까지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깊은 풍미의 이 와인은 슈퍼 움브리아로 불리는 산조르지오(San Giorgio)다.
최근 이 와인을 만든 룽가로티 와이너리의 키아라 룽가로티 CEO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룽가로티는 한국인에겐 생소한 이탈리아 중앙 움브리아 지역에 있다고 소개했다. 또 움브리아는 로마에서 차로 2시간쯤 걸리는 곳으로 프란체스코 성인의 고향 아씨시도 이곳에 있다고 했다. “움부리아의 풍광은 정말 멋지다. 청정지역이라 환상적인 자연환경을 보여준다. 포도원과 올리브 과수원, 또 포도원과 올리브 과수원이 계속 겹쳐져 있다. 음식과 와인 또한 굉장하다. 블랙 트러플(송로버섯) 산지이기도 하고….”
룽가로티 CEO의 움브리아 자랑은 끝이 없었다. 룽가로티는 이곳에 230헥타르의 포도원을 소유한 중규모 와이너리지만 이탈리아 각 지역 대표 와이너리 모임인 ‘그란디 마르키’의 멤버라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호텔과 레스토랑은 물론 개관 40년 된 와인 뮤지엄도 운용하고 있는데 뉴욕타임스로부터 와인 뮤지엄 중 이탈리아 최고이고 세계 와이너리 뮤지엄 중에도 최고 수준이란 평을 들었다고 했다. 예술을 전공한 어머니의 큐레이팅으로 중세부터 현대까지 도자기와 피카소 작품까지 소장하고 있다는 것.
룽가로티는 1999년 아버지가 타계하면서 지금은 어머니와 언니 등 셋이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움브리아에 집중한 전통 와이너리
“아버지가 타계하던 해 몬테팔고 포도원 20헥타르를 샀다. 아버지가 결정한 것이다. 다른 와이너리들이 시실리 등으로 확장할 때인데 우리는 그 뒤 움브리아 잔류를 결정했고 움브리아를 강화했다.” 인지도가 낮은 움브리아 지역을 끌어올리기로 했다는 것. 그는 “움브리아는 분지 지역으로 가운데는 해발 300m 정도인데 날씨 변화가 무쌍해 페루자 대학과 협업해 날씨를 연구 중”이라고 했다. 기후에 따라 포도의 집중도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룽가로티는 산지오베제 품종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나 카비네 쇼비뇽 비중도 적지 않다. 그에게 이탈리아 대표적 와인 산지인 키안띠와 움브리아의 산지오베제가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이곳 산지오베제는 부드럽고 라운드하다. 아주 높지 않고 둥글둥글한 이 지역 땅의 지형 특성과 같다. 대조적으로 투스카나는 경사지인데 와인도 그런 특성이 있다. 다만 우리는 카나이올로 포도를 블렌딩해 색깔과 구조감을 강하게 한다. 탄닌과 근육질 느낌을 준다.” 카나이올로 품종 포도가 이곳 와인의 컬러와 스트럭처를 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룽가로티의 시그니처 와인으로 불리는 ‘루베스코’를 한 모금 마셨다. 부드럽고 농축미 짙은 과일향과 잘 녹아든 탄닌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느낌이다. 그러나 그리 단순하지 않고 과일향 뒤로 입 안 가득히 민트 같은 허브의 풍미가 이어졌다. 룽가로티 CEO는 “‘루베스코 리제르바’는 산지오베제와 카나이올로 모두 싱글 빈야드를 사용한다. 20~25년은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와인의 잠재력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산지오베제는 대단한 품종이다. 생산량을 낮추면 엄청난 포도를 맺는다. 역량이 그만큼 뛰어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