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승유 매크로통상 대표 |Honor Society와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매년 흑자인 회사, 그건 직원들 덕분입니다”
입력 : 2014.09.02 17:22:30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수입하는 600여 가지 가공식품, 여기에 브랜드를 불문한 백화점, 대형마트, 할인점, 온라인 쇼핑몰, 편의점, 슈퍼마켓, 커피숍, 베이커리 등 유통채널까지. 언뜻 식품 대기업의 사업군이 떠오를 만큼 거대한 규모가 연상되지만 이 모든 건 직원 70명의 중소기업 매크로통상이 직접 발품을 팔아 일군 사업 성과다.
회사 설립 이후 20여년간 계속 흑자 기록
지난해 매출 250억원을 달성한 매크로통상은 업계에서 소문난 알짜기업이다. 우선 적자 없는 매출구조가 화제다. 회사 설립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 단 한번도 적자가 없었다. 3년치 평균이익보다 수익이 많으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으니, 연말이면 으레 성과급 규모가 업계 화두가 되곤 한다. 은행대출이나 어음거래가 없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갖고 있는 만큼 투자하니 아쉬운 소리 할 필요가 없었다. 이 모든 화제의 중심에 예승유 대표가 있다. 1992년 식품수입유통에 첫발을 내딛은 예 대표는 “하나부터 열까지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직접 뛰어야 했다”며 22년 전 사업 첫날을 회고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손윗동서가 임원으로 있던 회사에서 일본 철판요리전문점을 시작했어요. 일본의 고급 브랜드였는데, 수요를 예측할 수 없으니 현지에서 된장, 간장 같은 식자재를 컨테이너로 보냈더군요. 명절에 그 형님을 만났더니 대뜸 유통기한이 정해진 제품인데 한번 팔아보지 않겠냐는 거예요. 대학 졸업하고 자동판매기 판매회사에 근무하고 있을 때였는데,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 일단 해보자고 한 게 지금까지 왔습니다.”(웃음)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도대체 일본식자재를 쓰는 곳이 어딘지 누가 소비자인지도 막막했다. 막연히 일본인들이 많이 산다는 동부이촌동을 찾아갔고 그곳 쇼핑센터 지하 수입매장에 물건을 부렸다. 그날부터 매일 상가를 돌았다. 서울 시내 일식집엔 출근 도장을 찍었고 일본 요리를 한다는 곳은 어디든 찾아갔다.
“수입식품 시장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알려주는 이가 없었어요. 덕분에 사업이 자리 잡는 데 10년 이상 걸렸습니다. 내내 발품을 팔았죠. 그래도 노력보단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이 생기면서 유통채널을 넓힐 수 있었고 2002년 월드컵이 수입식품 소개에 큰 역할을 해줬거든요”
불황에도 리스크가 적은 피자형 사업구조
쇼페앤슐츠 핫초코, 갈모판 쿠키, 폰티 소스, 타블론 초콜릿, 듀크도 초콜릿, 본마망 잼, 큐피 드레싱, 기꼬만 간장 등 전 세계 27개 대형 식품회사의 제품을 수입하는 매크로통상은 한 업체 제품이 매출의 20%를 넘지 않는 피자형 사업구조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조금씩 성장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죠. 예를 들어 거래하던 대형 식품 회사 제품의 판권을 대기업에서 가져가면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게 됐습니다. 한 업체 제품이 회사 매출의 20%를 넘지 않고 국내유통 채널도 20%가 넘는 거래처는 없습니다. 그랬더니 한 가지 아이템이 없어지거나 경기불황이 닥쳐도 타 기업에 비해 리스크가 덜하더군요.”
오랫동안 연을 맺은 거래처와의 관계와 사업 마인드가 알려지자 최근엔 해외제조사에서 먼저 독점판매권에 대한 러브콜이 오기도 했다. 이미 수입하던 제품은 해외 본사에서 직접 한국 내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매크로통상도 사업규모 확장을 위해 다시금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식품과 관련된 사업만 고집하려고 합니다. 지난해부터 수입과 제조의 중간단계인 소분을 시작했는데, 해외에서 벌크로 수입해 작은 사이즈로 재포장해 우리 브랜드로 유통하는 겁니다. 현재 젤리와 사탕은 ‘LEON’, 식자재는 ‘She’s Fun’이란 브랜드로 첫걸음을 뗐어요. 계획처럼 성장한다면 이 브랜드로 식품 제조에 나서려고 합니다. 회사가 잘된다는 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방증이죠. 저희 회사의 안정은 제가 아니라 직원들의 애사심이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 소사이어티’에 직접 가입한 예 대표는 “22년 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나눔을 이야기했다.
“그동안 바쁘게 지내다보니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어요. 그러다 제 나이를 보니 지난해 50살이 됐더라고요. 헉 했는데,(웃음) 무일푼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는데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언론을 통해 아너 소사이어티를 알게 돼 직접 가입했는데, 왜 그런지 오히려 제가 든든하더군요. 임직원 모두가 행복한 회사, 그게 제 평생 목표입니다.”
‘아너 소사이어티’를 알고 계십니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위해 2007년 12월에 설립한 개인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이다.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5년간 1억원을 약정할 경우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기부 활동에 적극적인 갑부 2만여 명으로 구성된 미국의 ‘토크빌소사이어티’를 벤치마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