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수 고려철강 대표 경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Honor Society 와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 “직원들에게 사비로 5만원 기부봉투 나눠줬죠”
입력 : 2014.08.05 08:57:59
“마산지역 경제가 심각하게 침체돼 있습니다. 마산과 창원, 진해가 통합된 후 그나마 자리 잡고 있던 기업과 행정기능이 창원으로 이전하다보니 한때 50만여 명이던 인구가 점점 줄고 있어요. 결국 기업이 들어와야 하는데….”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마산 걱정이다. 살짝 방향을 틀어 서너 마디 묻고 답하다가도 구수한 사투리가 구성지게 꺾였다 싶으면 다시금 마산으로 돌아왔다. 그저 맹목적인 부르짖음이 아니라 고향의 정치, 경제, 사회를 빗대고 아우르며 때로 정곡을 찔렀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진북일반산업단지에 둥지를 튼 한철수 고려철강 대표는 마산지역 토박이이자 손꼽히는 일꾼이다. 그가 일군 고려철강은 자동차·산업·공작기계 구조용강, 중장비 부품용, 방위산업용 특수강과 파이프 등 기계 공업 전 분야 원자재를 취급하는 유통업체다.
한 대표는 이곳에서 나고 자라 마산 중·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서울로 진학했다. 하지만 타향살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말(馬)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했건만 기껏 어렵게 공부해 올라온 서울은 적어도 그에겐 살 만한 곳이 아니었다.
“서울에선 정말 살기가 싫더라고.(웃음) 1970년대 말이었는데, 당시는 워낙 경기가 좋아서 이력서만 내면 대기업에 합격하던 시절이었어요. 기계과였는데, 전공에는 관심도 없는 운동권이었으니 학점이 턱도 없었지. 그런데 받아줬어요. 서울서 하숙은 못하겠고 무조건 집 근처, 창원에서 근무하는 게 내 조건이었는데 군포에서 근무하고 내려가라더라고. 그렇게 창원공단에 있던 기아기공에 입사하면서 철강과 연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주변에선 안정적인 대기업에 자리 잡으라고 말렸지만 당시 30%가 넘는 철강 유통 마진율에 승부를 걸었다.
“직장생활 3년 동안 모은 돈 700만원을 갖고 아는 분 사무실에 책상 하나 올렸어요. 혼자 영업하고 배달했는데, 첫 달 수입을 1500만원이나 올렸습니다. 힘들어 죽겠는데 오히려 힘이 나더라고. 2년 뒤에 전세를 얻어 독립했고 간판 올린 지 5년 만에 땅 사고 번듯한 회사가 됐습니다.”
그렇게 1991년 마산 봉암공단에 공장을 지어 이전했을 땐 첫 매출이 100억원을 돌파했다. 한창 경기가 좋을 땐 매출이 월 60억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외환위기 때 위기도 있었어요. 당시 신용으로 많은 돈을 끌어다 쓰고 부도 낸 후 재기를 꾀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전 그렇게는 못하겠더군요. 제가 뿌리내린 고향에서 불명예스럽게 살 순 없잖아요. 이를 악물었더니 주거래 은행에서 낮은 이자율로 도움을 줬습니다. 지금은 경쟁이 치열하고 철강 유통 마진율이 2~3%에 불과하지만 그때의 다짐과 은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소중한 기억이죠.”
직원들과 함께하는 기부 봉투
2009년 마산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된 한철수 대표는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된 후 경남 창원상공회의소 마산지회장이자 경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엔 한 달에 100만원씩 7년 동안 모은 1억원을 기부하며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나눔에 대한 한 대표의 관심은 마산 지역의 발전과 맞닿아 있다. 그만큼 일상이 됐다.
“자발적인 기부도 중요하지만 때로 반강제적인 기부가 습관을 낳기도 합니다. 소속된 조직에서 월급의 동전을 뗀다든지 하는 식이 처음엔 부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첫걸음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가하면 연말이면 사비를 덜어 30여 명의 직원에게 5만원이 든 봉투를 건넨 ‘회장님의 봉투’가 업계에 회자되기도 했다. 직원들이 직접 기부할 곳을 정해 행동에 옮기는 이른바 기부봉투였다.
“직원들이 직접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보고 생전 처음 기부했다며 소감을 전할 땐 저도 찡합니다.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천이죠. 제 아이들에게도 기부할 수 있는 통장을 만들어줬더니 대학입시 때 자기소개서에 어디에 어떻게 기부하고 있다고 한줄 올리더군요. 4년 동안 기부가 진행됐으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 저도 놀랐습니다. 그래서 요즘 주변 분들에게 당신이 아니라 자손이 꾸준히 기부할 수 있게 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시작은 아니더라도 습관은 뿌리칠 수 없거든요.”
‘아너 소사이어티’를 알고 계십니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위해 2007년 12월에 설립한 개인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이다.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5년간 1억원을 약정할 경우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기부 활동에 적극적인 갑부 2만여 명으로 구성된 미국 단체 ‘토크빌 소사이어티’를 벤치마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