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눈길 끄는 세계의 이색보험… 美, 쌍둥이 태어나면 부담 덜어주고 中, 독신자 결혼하면 혜택… 외도보험도
이승훈 기자
입력 : 2021.01.05 17:19:36
수정 : 2021.01.05 17:20:11
종신보험,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험의 종류는 많지 않다. 그나마 최근 들어 펫보험이나 운전자보험과 같은 신상품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뿐이다. 정해진 보험만 있는 우리와 달리 전 세계에는 ‘이런 보험도 있었어?’라고 할 만한 신기한 보험들이 많다.
▶일본, 무덤 비석을 지켜드립니다
일본은 지진과 태풍, 해일 등 각종 자연재해가 넘쳐나는 곳이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에도 엄청난 쓰나미가 해안가 도시를 덮쳐 잿더미만 남기기도 했다. 자연재해로 인해 무덤의 비석이 파손되더라도 재구입이나 수리비용을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 비용은 최소 30만엔(약 3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엔(약 1억원)에 달한다.
이런 자연재해로 인해 무덤의 비석이 훼손되는 것을 대비하는 ‘무덤 비석보장 보험’이 일본에서 판매 중이다. 자연재해가 찾아올 때마다 부모님 무덤 앞 비석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탄생했다.
보험회사 리코라이프에서 판매되는 이 상품은 천재지변에 의한 비석 파손을 보상해줄 뿐 아니라 보험 가입자에 한해 부가서비스로 성묘 갈 때의 비행기 값, 근처 레스토랑 할인쿠폰 등도 제공한다.
네덜란드에는 직원들이 꾀병을 이유로 결근할 경우 보험사가 이를 대신 보상해주는 ‘결근보험’이 있다. 직원 결근이 가장 빈번한 때는 축구 시즌이다. 월드컵이나 유럽챔피언십이 열릴 경우 병이 났다는 핑계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사람이 급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직원이 몸이 아파 결근하는 경우에도 기업들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에 대비한 보험상품은 최소 결근 일수가 2주일 이상 되어야 한다. 따라서 축구를 핑계로 하루 이틀 결근하는 직원들 때문에 보험료도 내고, 임금도 줘야 해서 기업들의 불만이 많았다.
이에 대한 대비방안으로 네덜란드 한 보험사가 축구대회를 겨냥한 결근보험을 출시했다. 하루나 이틀 결근을 해도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상시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은 아니고 월드컵 등과 같은 큰 축구 행사가 있을 때 판매하는 이벤트성 상품이다.
▶영국, 축구 트라우마 보험에 복권보험까지
네덜란드만큼이나 축구 광팬이 많고 종주국이기도 한 영국에도 독특한 축구 관련 보험상품이 있다. 2006년 월드컵 때에는 한 남성이 ‘축구 트라우마 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다. 이는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예선 탈락해 받게 될 정신적인 충격을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이 남성은 약 20만원의 보험료를 냈고, 트라우마 증세로 고통을 겪을 경우 약 2억원가량을 받게 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잉글랜드는 이 해 치러진 월드컵에서 본선에 진출해 보험상품은 유야무야됐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이색보험에는 복권보험도 있다.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는 사람의 경우 직장을 그만두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고용주는 당장 직원을 구하기도 어렵고, 유능한 인재의 경우 이에 따른 손실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고용주를 위해 개발된 것이 복권보험인데, 직원 퇴사 시 이에 해당되는 보험료를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서 판매 중인 UFO보험
미국 사람들의 상당수가 UFO의 존재를 믿고 있다. SF 영화나 드라마 소재의 상당수도 UFO를 다룬 내용들이다. 지난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도 미국 독립기념일에 UFO가 나타나 지구를 습격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소한 일에 큰 걱정을 하는 미국인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출시된 상품이 UFO보험이다. 보험료는 불과 20달러에 불과한데, 가입자가 UFO에 납치될 경우 1000만달러를, UFO의 공격으로 사망했을 경우에는 2000만달러를 지급한다. 실용적으로 내놓은 상품이라기보다는 재미를 위한 상품이라는 평가다.
전 세계에서 유독 쌍둥이 출산이 많은 미국 특성을 반영한 쌍둥이보험도 있다. 쌍둥이의 경우 육아비용도 많이 들지만, 육아에 따른 부모의 피로도도 두 배 이상이다. 이를 반영해 1980년 미국의 한 보험사가 쌍둥이가 태어날 경우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쌍둥이보험을 선보였다.
보험금 지급 조건은 ‘아기의 출생일이 예정일보다 6주 이상 빠르지 않아야 하며, 쌍둥이 중 한 명 이상이 태어난 후부터 24시간 이상 생존해야 한다’이다. 국내의 메리츠화재도 지난 2018년 쌍둥이보험을 선보여 화재가 됐다. 이 상품은 어린이보험인데 다태아(쌍둥이)도 가입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상품이다.
▶중국의 대식가보험·외도보험
전 세계 인구수 1위에 디지털금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는 상상하기 힘든 보험상품들이 있다. 세계 3대 미식의 나라답게 중국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데, 이들을 탐식하다가 소화불량에 걸렸을 때 치료비용을 보장하는 ‘대식가보험’이 인기다.
외도보험과 이혼보험도 있다. 중국의 선샤인 생명보험이 내놓은 상품인데 외도보험의 경우 남편이나 아내가 바람을 피우면 상대 배우자가 보험금을 탈 수 있다. 보장성 보험에 특약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가입할 수 있는데 부부 이름으로 가입했을 때 바람을 피운 쪽은 아예 보험금을 못 받거나 큰 손해를 봐야 한다. 외도보험의 연장선상으로 이혼보험도 있다. 두 보험의 주 타깃은 예비부부나 신혼부부다. 보험사도 이를 노려 대형 예식장이나 결혼박람회 등을 중심으로 가입자를 모집한다고 한다.
중국에는 독신자보험도 있다. 중국 내 독신자 수가 2억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최근 인기를 끄는 보험 가운데 하나다. 연인이 없던 미혼자가 가입 후 결혼하면 보험금과 함께 호텔 이용권, 여행권, 결혼식 부가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가입 후 1년이 지나면 이 보험금을 포함한 모든 혜택이 자동 소멸되기 때문에 가입자는 반드시 1년 이내에 결혼을 해야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잠잠한 상황이지만 연말에는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중국에는 대리운전 이용 시 집까지 안전하게 사고 위험을 보장해주는 보험도 있다. 가입 기간을 10분 단위로 쪼개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에서는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엄지족들이 늘어나면서 제품을 구매하고 반송하는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반송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반송보험은 가입자가 제품 구매 후 반품을 하게 될 경우 운송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보험사에게 대신 지급해주는 상품이다. 보험료가 1위안(약 200원)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유명인이 가입하는 키퍼슨보험
특정 국가에만 판매하는 보험은 아니지만 이색보험으로는 키퍼슨(Key Person)보험을 꼽을 수 있다. 유명인이 특정 신체 부위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드는 보험이다. 주로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 악기 연주자 등 유명인사들이 많이 가입한다. 국내에도 많은 연예인이 키퍼슨보험에 가입했다. 일찍이 가수 겸 배우 이혜영은 12억원의 다리보험, 배우 강수연은 2억원에 달하는 얼굴보험을 들었다. 가수 보아는 20억원, 가수 비는 무려 100억원 상당의 성대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뮤지컬배우 겸 가수인 바다는 10억원짜리 목소리보험에,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의 유라는 5억원 다리보험에 든 것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최근에는 ‘페이커(FAKER)’라는 아이디로 더 잘 알려진 한국 프로게이머 이상혁의 ‘오른손보험’이 나왔다. 이상혁이 소속된 SK텔레콤 e스포츠 전문기업 ‘T1’이 하나금융그룹과 최근 계약한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이상혁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다. 추정 연봉은 약 50억원. e스포츠는 물론 축구나 야구 등 국내 모든 스포츠 선수를 통틀어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