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노화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건강하게 나이 드는 ‘슬로 에이징(Slow Ag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우리는 식단과 운동을 챙기는 수준이지만, 여기에 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등 첨단 기술이 맞물리면 노화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노화는 더 이상 두려움과 거부의 대상이 아니다. 노화에 대한 개입과 제어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며 우리는 이제 자신의 노화를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책은 두 의사와 한 마케팅 전문가가 함께 썼다. 노화 연구 40년의 박상철 교수와 국내 최초 스마트병원을 기획한 권순용 교수, 정보통신(IT) 산업 전략을 이끌어온 강시철 박사가 공동 저자다.
노화 과정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AI와 바이오 기술의 융합이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으로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는 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을 발생시켜 생명과학의 지평을 넓혔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백질 연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특히 단백질 구조 변화는 노화 과정, 생명 유지 메커니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AI와 함께 의료 혁신을 이끌 기술로 양자컴퓨터, 디지털 트윈, 나노 기술이 주목받는다.
현대 생명과학의 수명 연장 연구로는 크게 노화 세포를 조절하는 접근법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텔로미어 조작을 통한 세포 노화 억제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에 존재하는 반복적인 DNA 서열로, 대부분의 체세포에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가 점차 짧아지고 결국 세포 노화와 사멸로 이어진다. 둘째, 칼로리 제한 등 대사 조절을 통한 수명 연장 기술이다. 셋째, 호르몬 대체 및 최적화 요법이다. 주요 대상 호르몬은 성장 호르몬,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여성의 에스트로겐, 갑상샘 호르몬 등이다. 나이가 들수록 호르몬 수치가 감소하거나 불균형해지면서 근육 감소, 피로 증가, 대사 저하 같은 다양한 노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보완해 젊었을 때의 호르몬 상태를 유지해준다. 화학적 수명 연장의 핵심은 영생(永生)이 아닌 영존(永存)이다. 이는 단순한 생물학적 수명 연장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며 질적 가치를 보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고령화 시대일수록 활동 능력과 인지 능력이 중요하다.
개인의 이동성 및 활동 능력은 엑소스켈레톤(착용형 로봇)과 자율주행기술이 개선해줄 수 있다. 의료용 엑소스켈레톤은 더 이상 단순한 재활 보조 장비가 아니라 노화를 설계하는 시대를 여는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경량화와 소형화로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활용이 가능해졌고, 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은 기계와 인간의 공생을 실현한다.
하지만 이런 기술 발전은 새로운 철학적·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노화에 대한 의료적 개입은 어느 범위까지 허용해야 할까. 평균 수명의 급격한 증가는 사회 구조에 어떤 불안과 변화를 야기할까. 새로운 의료 기술의 혜택은 과연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건강하게 더 오래 살고 싶은 인류의 욕망이 첨단 기술을 만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신간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수학자인 저자가 ‘왜 내가 타려는 엘리베이터는 항상 늦게 오는 걸까’처럼 우리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60개 역설을 분석해 소개했다. 이를 통해 당연시돼온 명제나 현상에 질문을 던지고 또 세상의 부조리를 들여다봄으로써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운다. 저자는 “역설 탐구라는 우리의 모험을 일상에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들에서 시작해보자“고 제안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의 친구들이 그 사람보다 페이스북 친구가 더 많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이는 그저 통계적인 우연일 뿐이다. 2012년 페이스북 사용자의 평균 친구 수는 245명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 친구의 평균 친구 수는 359명이었다. 자신보다 친구 네트워크가 작은, 그래서 친구 수가 적은 사람을 친구로 둔 사람은 친구 수가 적어도 780명 이상인 사용자뿐이었다. 쉽게 말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보다 더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과 친구를 맺고 있다는 뜻이다. 책은 이렇듯 일상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 삶 전반을 파헤친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당신은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될지 모른다.
왜 대규모 화재가 갑자기 일어난 것일까.
생태학 전문가 존 베일런트는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대형 산불의 원인을 기후 변화에서 찾는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그에 따른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이 지구를 화재에 취약한 환경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사실 인류가 지구에 살아온 이래로 대기가 인간에 의해 변할 수 있다는 건 누구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불과 한 세기 전, 인류가 자동차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실상 석유 시대가 열린 이래 대기로 배출되는 물질(이산화탄소 등)은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 더욱이 인간이 만들거나 방출한 물질은 모두 어디 가지 않고 대기 안에 고스란히 쌓인다. 대기의 이산화탄소는 열을 정체시키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대기에 정체되는 열도 많아진다. 대기에 열이 정체될수록 화재가 잦아지고 화재 적란운(대형 화재의 대표적 특징)은 더욱 많아진다. 대기에 열이 많아지면서 화재 종류에 상관없이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요건이 충분해졌다. 이런 새로운 화재의 양상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이제 화재에 최고치(한계)는 없다는 것. 저자는 “21세기 화재의 특징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인류의 중대한 성취에서 발생한 부산물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비를 맞은 지금, 책은 이제 우리가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는 건 불이 아니라 우리 자신임을 적시에 일깨워준다.
고대 로마부터 현재의 미국까지, 인류 역사상 모든 국가와 사회는 반복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렸다. 평화로운 시기는 100년, 길어야 200년을 넘기지 못한다. 왜 인류는 안정적인 사회를 지키지 못하는 걸까.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저자 피터 터친 옥스퍼드대 인류학과 교수는 사회가 붕괴하는 원인으로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의 과잉 생산’을 꼽는다. 궁핍함에 지쳐 불만을 표출하는 대중과 권력을 얻고자 내분을 일으키는 엘리트들이 국가를 무너뜨린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나폴레옹 전쟁부터 현대까지 300여 건의 역사적 사례를 분석, 주장에 근거를 더한다.
터친의 경고는 현대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은 1980년대 이후 대학 졸업자를 양산하며 엘리트를 과잉 생산한 지 40년이 넘었다. 2010년대 이후로는 불평등도 악화됐다. 성별부터 세대까지,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이다. 그 와중에 계엄과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법원의 권위마저 허물어지고 있다.
터친은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 과잉 생산,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난 엘리트 내부 충돌이 점차 우리의 시민적 응집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런 국민적 협력 의식이 사라지면 국가는 내부에서부터 순식간에 썩는다”고 지적한다.
[김병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