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권 최대 재개발 구역 광명뉴타운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소위 ‘가성비 뉴타운’의 대명사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수도권 일대 알짜 입지 입주권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황제뉴타운’으로 불리는 한남뉴타운에 가려면 초기 투자금액이 많게는 20억원 넘게 든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역시 초기투자금액으로 적게는 10억원 넘는 돈을 한번에 준비해야 된다. 강남 아파트를 팔아 넉넉한 자금으로 재개발 투자를 노린다면 한남이나 성수에 가면 된다. 큰 금액을 투자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모은 적금과 대출을 한데 긁어모아 어렵게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이 5억원 안팎인데, 그래도 재개발 투자 수익을 맛보고 싶다면 광명뉴타운이 제격일 것이다. 서울과 바로 붙어있는 지하철 7호선 역세권 입지에 사업 역시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어 낡은 빌라가 새 아파트가 되기까지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광명뉴타운 시작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권 전역을 강타했던 뉴타운 붐을 타고 무려 23개 구역이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뉴타운 사업성이 극히 떨어지면서 ‘사업을 할 것인가’를 놓고 주민 간 극심한 분쟁이 벌어졌다. 광명뉴타운도 분쟁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었다. 양측 간 극한의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를 수차례, 결국 몇 곳은 사업을 포기하고 만다. 2014년에 전체 23개 구역 중 절반이 넘는 12개 구역이 뉴타운에서 공식 제외된다. 그래서 지금 남은 건 11개 구역이다.
절반에 가까운 구역이 해제됐지만 남은 구역만으로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재개발이 모두 끝나고 광명에 들어서는 새 집만 2만5000가구에 달할 정도다. 웬만한 미니신도시급에 버금가는 물량이다.
광명재정비촉진지구
▶사실상 ‘인서울’ 재개발 물량 많아
게다가 광명에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낡은 아파트들이 산재한다. 재건축 물량에 더해 뉴타운 사업까지 완료되면서 광명 일대 전체가 새 아파트만 즐비한 신흥 주거지역으로 우뚝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광명은 서울 주변에서 재개발 이후 가장 균질적인 신규 아파트촌으로 자리 잡게 된다”며 “재개발, 재건축이 동시다발로 일어나고 있어 천지개벽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명의 최대 강점은 서울이 아니지만 서울로 볼 수 있는 입지다. 광명을 관통하는 지하철 7호선은 서울을 넘어 광명까지 달려오다 광명을 지나 다시 서울로 들어간다. 전화번호 역시 서울 지역 국번 ‘02’를 쓴다. ‘경기도 광명시’지만 사실상 ‘서울시 광명구’로 불려도 큰 어색함이 없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광명은 서울의 26번째 구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고 7호선을 통해 가산·구로디지털단지의 배후 주거단지 기능이 자리 잡은 상황이라 경기도가 아닌 서울이라 생각해도 논리 비약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에는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과 ‘철산’역이 지나간다. 여기서 지하철을 잡아타면 서울 강남의 환승 메카 ‘고속터미널’역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차를 타고 서울 서부 교육의 메카 목동까지 20분이면 닿을 수 있다. 구로디지털밸리 등을 보유한 서울 구로구와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또 광명에는 광명KTX도 자리 잡고 있다. 광명 이케아, 광명 코스트코 등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교통·교육·편의시설 등이 두루 갖춰진 알짜입지를 자랑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사업을 통해 일자리도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지난 8월 광명시흥 도시첨단산업단지계획 변경승인을 고시했다.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조성이 본격화된다는 얘기다. 광명시흥 테크노밸리는 수도권 서남부 대표 융복합 첨단거점을 조성하기 위하여 2024년까지 2조4000여억원을 투입해 광명시 가학동과 시흥시 논곡·무지내동 일원 245만㎡에 도시첨단산업단지, 일반산업단지, 유통단지, 배후 주거단지 등 4개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광명시흥테크노밸리 조성으로 약 2200개 기업 유치를 통한 9만6500개의 일자리 창출이 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다본다. 광명 일대가 직주근접의 중심지로 단번에 도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위원은 “단순한 베드타운과 일자리가 가득한 직주근접 단지는 근본적인 부동산 가치가 다르다”며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사업이 속도를 내면 광명 일대 집값이 오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속도 빨라 실수요자 관심
광명뉴타운의 또 다른 장점은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이미 입주를 완료한 16구역을 축으로 상당구역이 사업 7부능선을 넘은 상황이다. 따라서 굳이 장기간 묻어놓지 않고 투자 이후 빠른 시간 안에 새집이 지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광명뉴타운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다.
광명뉴타운은 지하철 7호선을 축으로 북쪽과 남쪽으로 나뉜다. 북쪽에는 1·2· 4·5구역이 있다. 4개 구역 모두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상황이다. 재개발 사업 불확실성을 거의 다 제거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2구역은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다. 매일경제가 방문한 2구역 철거현장에는 포크레인이 활발하게 부지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기존 건물은 이미 해체가 완료돼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에는 대우건설, 현대건설, 롯데건설이 총 3344가구 규모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2구역과 접한 1·4·5구역도 모두 이주를 진행 중이다. 2구역보다 더 북쪽에 자리 잡은 1구역은 GS건설 한화건설 포스코건설이 합작해 3583가구를 짓는다. 다만 이곳은 지하철 광명사거리역까지 사실상 도보 이동이 어려워 추후 시세에 이런 점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소장은 “가진 돈이 많지 않아 싼 매물을 먼저 잡고 싶은 투자자라면 비교적 저렴한 1구역 매물부터 먼저 검토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광명뉴타운 북쪽 지역에서 가장 알짜입지는 지하철이 가까운 4·5구역이다. 매일경제가 방문한 5구역은 이미 이주절차가 상당히 진행돼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곳곳에 ‘비어있는 건물’을 표시하는 스티커가 붙어있었고 다수의 건물은 대문이 뜯긴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조만간 대대적인 철거 작업이 진행될 것을 예고하는 셈이다. 4구역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1957가구를, 5구역에는 GS건설·SK건설·현대건설이 총 3091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광명뉴타운 남쪽 지역에는 9·10·11· 12·14·15·16구역이 자리 잡고 있다. 사업이 다 끝나 이미 입주가 끝난 곳이 있는 반면, 광명뉴타운에서 속도가 느려 아직은 갈 길이 좀 남은 곳이 혼재한다.
16구역은 ‘광명 아크포레자이위브’라는 2104가구 규모 아파트로 이미 옷을 갈아입었다. 11월 입주를 시작해 이사가 한창이다. 14구역과 15구역도 이미 분양을 마쳤다.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예정대로라면 14구역(광명푸르지오포레나)은 2023년 9월, 15구역(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은 2022년 10월 입주를 시작한다.
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의 경우 지난 5월 분양해 평균 8.87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 1순위 당해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총 272가구 모집에 2414명이 청약을 접수하면서 평균 8.87대 1, 최고 12.21대 1의 경쟁률로 전 가구 1순위로 당해 마감한 것이다.
주택형별로는 전체 5개 타입 중 전용 59㎡A가 42가구 모집에 513명이 몰리며 최고 경쟁률 12.21대 1을 기록했다. 전용 59㎡C타입은 1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광명뉴타운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푸르지오 브랜드 아파트로 관심이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7월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이 분양한 ‘광명 푸르지오포레나’가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됐다. 총 233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2979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평균 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49㎡B 타입의 경우 65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광명푸르지오포레나는 지하 3층~지상 27층, 14개 동, 총 1187가구 규모다. 전용면적 32~84㎡의 중소형 타입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서울과 다름없는 입지에 저렴한 분양가까지 각광받으며 광명 신규 아파트가 히트상품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15구역과 맞닿아 있는 10구역 역시 철거를 진행 중이다. 그러면 이제 9구역과 11구역 12구역이 남는데, 이곳 3개 구역 모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놓은 상황이다. 광명뉴타운 안에서는 속도가 늦은 편이지만 이미 7부 능선은 모두 넘었다고 봐야한다. 관리처분 인가가 떨어지면 이주·철거까지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달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광명뉴타운과 인접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철산주공 10·11단지
▶11·12구역 규모 커 관심 높아
특히 11구역과 12구역에 쏠리는 관심이 클 것이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11구역은 재개발 이후 가구 수가 4520가구에 달해 규모가 광명뉴타운에서 가장 넓다. 대단지 아파트가 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7호선 광명사거리역과 접해 있는 입지를 자랑한다. 또 12구역은 광명에서 가장 중심지로 평가되는 철산역과 가장 가깝다는 이점이 있다. 2097가구 규모 단지를 GS건설이 홀로 짓는다.
현재 광명뉴타운에서 전용 59㎡를 배정받을 수 있는 매물 초기투자금액은 4억~5억원가량을 호가한다.
지하철에서 가장 먼 1구역 매물은 4억원 밑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4·5·11구역 등 지하철이 가까운 곳 매물은 이미 5억원 근처까지 시세가 점프했다.
전문가들은 낡은 빌라를 4억5000만원에 사서 추가분담금을 약 3억~3억5000만원가량 내면 전용 59㎡ 새집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전망한다. 이 경우 미래의 전용 59㎡ 새집을 현 시점에서 7억5000만~8억원을 지불하고 미리 사는 것이다.
그런데 입주가 진행 중인 16구역(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 전용 60㎡ 호가는 현재 8억원대 초중반에 나와 있다. 낡은 빌라를 사놓고 기다려서 새집을 받을 때 시세와 지금 새 아파트를 바로 살 때 간 시세에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일견 투자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김 소장은 “지금 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는 낡은 빌라 사이에 아파트가 홀로 들어간 상황이라 제값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주위에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인프라도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아 1등 주거지로의 매력은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명뉴타운 사업 전반이 다 마무리되고 이 일대가 새 아파트로 정비된 이후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2021년 입주 예정인 재건축 아파트 철산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 호가는 11억원대 중반에서 높게는 13억원에 달한다”며 “광명뉴타운이 지금은 시세가 눌려있지만 정비 사업이 속도를 내면 낼수록 재건축 아파트 시세에 근접하게 시세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명뉴타운이 자리를 잡을 무렵 예상 시세를 전용59 ㎡ 기준 11억원이라고 보수적으로 가정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분담금 포함 8억원을 투자해 시간이 걸려 11억원 아파트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초기투자 금액만 감안하면 4억원을 넣고 3억원을 벌 수 있는 투자처를 발굴하는 셈이다. 다만 향후 부동산 시세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광명뉴타운 주변 재건축 아파트도 관심을 끌고 있다. 철산주공과 8단지와 9단지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최근 이주를 시작했다. 철산주공 10단지와 11단지 역시 공동으로 관리처분인가 대기 중이다.
철산주공 12·13단지는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광명 일대는 뉴타운과 함께 재건축이 동시에 진행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잊을 만하면 신규분양 물량이 쏟아지며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광명을 바라볼 때 개별 단지 하나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광명 전체가 송두리째 바뀌고 있는 큰 흐름을 먼저 봐야 한다”며 “재개발·재건축이 모두 끝나면 광명은 서울 서부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 중 하나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광명뉴타운 곳곳에 이가 빠진 것처럼 재개발 해제구역이 자리 잡고 있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지하철 주변 역세권 알짜부지 주변으로 해제된 구역이 많다.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낡은 구도심을 관통해 집까지 오가야 한다는 얘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광명동의 뉴타운 사업, 철산동의 재건축 사업 여파로 광명은 인서울 미니신도시급 입지로 각광받고 있다”며 “낡은 인프라가 개선되며 동네 전체가 바뀌는 것에 따르는 기대감을 감안하면 시세 역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광명의 대변신은 이제부터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