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값으로… ‘MZ세대’ 겨냥한 미니보험, 소액으로 필수보장 ‘콕` 이해 쉽고 보장구조 단순
이승훈 기자
입력 : 2020.10.29 15:32:34
수정 : 2020.10.29 15:33:12
봄·가을에는 한강 자전거 타기,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는 직장인 원서현 씨(29)는 최근 스마트폰을 통해 오렌지라이프에서 판매하는 ‘오렌지 뼈펙트 상해보험 미니’ 상품에 가입했다. 이는 연간 5000원의 보험료만 내면 1년 동안 골절과 관련한 다양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골절되거나 깁스 치료를 받을 때마다 5만원의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 원 씨는 “대학생 때 스키를 타다 골절 부상을 입고 치료비가 많이 나와 고생한 기억이 있다”며 “스마트폰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고 비용도 커피 한 잔 값 수준이어서 부담 없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확산되는 비대면 문화
2030세대를 뜻하는 ‘MZ세대’를 겨냥한 미니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가 일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과 언택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가 보험시장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대면 소비활동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6월 조사한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비대면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4.7%가 비대면 소비활동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 분야의 비대면 방식 선호 비중이 70.4%로 쇼핑·음식·문화 등의 비중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비대면 소비활동을 경험한 사람들 가운데 80.1%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소비활동을 지속하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보험에서도 이러한 비대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의 대표적 비대면 영업채널인 온라인채널 실적이 최근 5년간 초회보험료 기준 2015년 76억원에서 2019년 169억원으로 123.6% 증가했다. 매년 20% 이상씩 꾸준히 성장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보험소비자가 정보탐색 등 보험가입 전에는 비대면 방식을 선호하지만 실제 보험 가입 시에는 복잡한 가입과정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한다는 점이다. 보험소비자의 주요 정보탐색 경로는 비교공시사이트나 포털 등과 같은 인터넷검색이다. 특히 MZ세대인 20~30대의 이용비율은 50% 안팎으로 높은 편이다. 반면 ‘복잡한 가입과정’ ‘상세한 개인정보제공 부담감’ 등이 온라인 보험 가입 시 불편한 점 또는 가입이 성사되지 못한 주요 이유로 조사됐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보험업계는 가입절차를 간소화하고 소비자 수요가 높은 보장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미니보험 상품을 개발·판매에 나섰다. 미니보험은 보장내용을 단순화하고 보험기간이 6개월에서 1년, 길어야 3년 정도로 기존 상품과 비교할 때 비교적 짧은 편이다. 보험료도 월 200원, 연 9900원 등 소액인 상품이 대부분이다. 간단보험이나 소액단기보험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속 보장 강조한 소액보험
미니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저렴한 보험료와 꼭 필요한 보장만 선택할 수 있는 실속형이라는 점이다. 보장성보험 기준으로 월 보험료가 190원부터 시작해 1만원 이하에 불과하다. 보장금액 규모에 맞춰 필요한 보장혜택을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보험기간은 1~3년으로 단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특정암의 필요한 보장만 골라서 내 맘대로 설계하는 ‘DIY(Do It Yourself)’ 암보험도 있다. 하나생명이 최근 출시한 DIY 암보험의 경우 일반암, 고액암, 소액암, 유방암, 전립선·요로암, 위암, 간암, 대장암, 폐암 중 꼭 필요한 보장만 골라 가입이 가능하다. 평소 생활습관이나 가족력으로 발병확률이 높아 걱정되는 암 보장만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30세 여자 기준으로 1종 갱신형, 전기납 선택 시 월 400원으로 간암 진단 시 2000만원 보장이 가능하다.
미니보험은 가입절차가 간편한 것도 특징이다. 온라인으로 보험 가입 시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카카오페이 인증만으로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 피보험자에 대해서도 무진단·무심사를 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거절될 것에 대한 걱정도 없다.
쿠폰으로 선물할 수 있는 미니보험도 출시됐다. 연간 1만~2만원대 수준의 저렴한 금액의 전자쿠폰을 가족이나 친지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 판매채널 특성상 판매수수료를 절감해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가입 한 달 후부터는 100% 원금을 보장해주는 저축보험도 있다.
보험금 발생정도에 따라 만기에 보험료를 돌려받는 사후 정산형 미니보험도 출시됐다. 미래에셋생명이 내놓은 이 상품은 기존 보험과 달리 가입자를 묶어 보험금 지출 정도에 따라 보험금지급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만기에 보험료를 정산하여 돌려준다. 현행 무배당 보험은 보험료와 보험금 사이에서 발생한 차익을 주주에게 넘겨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차익의 90% 이상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험기간 6개월에 30세 남성 기준 월 보험료 4000원인 상품을 가정하자. 이 가운데 위험보장 보험료는 3600원이다. 10명의 고객이 이 상품에 가입하면 보험사는 총 21만6000원(3600원×10명×6개월)의 위험보장 수입이 발생한다. 이 가운데 보험사가 입원비 보험금으로 6만원을 가입자에게 지급했다면 15만6000원이 잔여 이익으로 남게 된다. 기존에는 15만6000원이 모두 보험사의 이익으로 돌아갔는데, 이 상품은 15만6000원을 고객에게 분할해서 지급하게 된다. 따라서 가입자들이 건강할수록 지출되는 보험금 총액은 줄어들고 환급금은 커지는 구조다.
▶보장보험에 저축보험까지 ‘미니’ 시대
교보생명은 보장보험뿐 아니라 저축보험까지 미니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6월 선보인 ‘교보미니보장보험’과 ‘교보미니저축보험’을 부담 없는 보험표로 필요한 기간에 고객의 니즈에 맞게 보험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험 가입에 부담을 느끼는 MZ세대를 위해 몸집을 줄이고 합리적인 보장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보미니보장보험’은 저렴한 보험료로 질병·재해로 인한 입원비와 수술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보장성보험이다. 폭넓은 고객 보장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생하는 입원과 수술 보장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1구좌(가입금액 1000만원) 가입 시 병원에 입원하면 1일당 2만원의 입원비를,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하면 1일당 5만원의 입원비를 받을 수 있다. 크고 작은 수술에 대비할 수 있도록 수술 종류(1~5종)에 따라 수술비를 1회당 1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보장하는 것도 장점이다.
미니보험 가입 고객에게는 건강관리서비스인 ‘교보미니헬스케어서비스’도 제공된다. 이는 교보미니보장보험 가입 시 부가되는 서비스다. 교보생명 상품부가서비스 앱을 통해 전문 의료진의 일대일 건강상담은 물론 질병 발생 시 전문 병원과 유명 의료진 안내, 진료 예약 대행 등을 돕는다. 상품 가입은 15세부터 최대 50세까지 가입할 수 있고 3년·5년 만기 중에 선택하면 된다. 보험료는 월납이나 연납 형태로 납입할 수 있는데 30세 남성 기준으로 월 4500원(3년납·3년 만기)이다.
‘교보미니저축보험’은 매월 3만~1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하면 3년이나 5년 후 목돈 마련이 가능한 저축성보험이다. 이 상품은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공시이율로 적립되기 때문에 한 달만 계약을 유지해도 원금을 보장해준다. 납입보험료가 아닌 적립금 이자에서 사업비를 차감하는 방식을 도입해 가입 1개월 후부터 환급률이 100%를 초과하게 되는 것이다. 만 15세부터 최대 50세까지 가입 가능하며 3년·5년 만기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미니보험의 인기 속에 미래에셋생명의 온라인 미니암보험 시리즈는 지난 9월 신계약이 4000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온라인 잘고른 여성미니암보험’과 올해 5월 출시한 ‘온라인 잘고른 남성미니암보험’의 합산 판매 건수가 4000건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국내 온라인보험 시장에서 가장 빠른 추세다.
이 상품의 흥행 요인은 압도적으로 낮은 보험료다. 단 몇 백원으로 주요암을 모두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에 소비자들이 주목한 것이다. ‘온라인 잘고른 여성미니암보험’은 여성이 걸리기 쉬운 3대암인 유방암·갑상선암·여성생식기암에 대해 30세 기준 월 1000원의 보험료로 최대 500만원을 보장한다. ‘남성미니암보험’은 30세 남성 5년 보장 기준 월 250원이라는 보험료로 위암·폐암·대장암·전립선암·간암 등 남성 5대암을 1000만원 보장한다.
두 상품은 출시 직후 시장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여성미니암보험’은 출시 첫 달에만 400건이라는 판매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 5월 판매를 개시한 ‘남성미니암보험’도 보름 만에 500건을 돌파하며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택트 추세를 반영하듯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한 20대 가입자도 대폭 증가했다. 출시 전 미래에셋생명의 기존 온라인 암보험 가입자 중 20대 비중은 6%였으나, 미니암보험 출시 이후 10.3%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높은 가성비와 모바일 기반의 손쉬운 접근에 따른 젊은 고객층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신용카드 앱에서도 가입 가능
미니보험은 보험사 인터넷 사이트 외에 신용카드 앱에서도 가입할 수 있다. BC카드가 자사 종합금융플랫폼 페이북을 통해 미니암보험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이번에 출시한 미니암보험은 BC카드 페이북 내 금융 카테고리에서 가입할 수 있다. 월 보험료 1000원대(30세 남성 기준 월 1298원)로 암진단비 1000만원뿐만 아니라 암수술비, 암입원비를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 3가지 필수 담보를 합리적인 보험료로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공인인증서 없이 전자서명만으로 24시간 가입할 수 있다.
BC카드는 미니보험 출시와 함께 보험비교 전문 스타트업인 해빗팩토리와 제휴, 페이북 ‘금융’ 카테고리에 보험 최저가 비교 서비스를 탑재했다. 대표적인 암보험과 어린이보험, 실손보험뿐 아니라 태아보험과 반려견보험도 비교할 수 있다. 보험료 비교 후 해빗상담원과 전화 등을 통한 상담도 가능하다.
또한 BC카드는 핀테크 스타트업인 마이뱅크와 제휴해 핵심 보장만으로 구성된 실속형 간편보험 가입 서비스도 탑재했다. 운전자, 암, 해외여행자, 그리고 반려견 관련 간편보험 상품을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BC카드는 올해 말까지 페이북 금융 카테고리에서 운전자·반려견 간편보험을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첫달 보험료 전액 캐시백(운전자보험), 매월 보험료 10% 할인(반려견보험) 혜택을 제공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디지털 금융 플랫폼 토스(Toss)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MZ세대 여성의 주요 질병을 보장하는 ‘한화생명 여성건강보험’은 여성 발병률이 높은 유방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등 주요 암 진단이 확정되면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한다. 특히 유방암으로 진단받는 경우 유방절제 수술 자금과 유방재건관련 수술자금으로 각 500만원 한도로 보장받을 수 있다.
또한 건강·미용상의 이유로 관심이 높아진 하지정맥류도 보장해준다. 하지정맥류 진단 시 1회 입원당 30일 최고 한도 내에서 1일당 2만원의 입원비를 지급하며, 수술 1회당 50만원을 보장한다. 이 상품은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도 토스 앱을 통해 1분 만에 가입할 수 있다. 대면 가입을 꺼리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젊은 여성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다. 가입연령은 20~49세로 30세 여성 가입 시 월 보험료 3800원(5년납, 10년 만기)이다. 이 상품은 5년간 보험료를 납입하면 10년간 보장받을 수 있다.
울산시 아파트 화재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주택화재보험도 미니상품으로 나왔다. 한화손해보험은 월 3700원의 보험료로 아파트 화재사고로 인해 발생한 건물·가재도구 손해, 화재배상책임, 화재벌금, 12대 가전제품고장수리비용, 주택 화재임시거주비, 건물복구비용지원 등을 집중 보장하는 ‘한화3700 아파트가정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자가 거주자와 임차자 플랜으로 구성한 이 상품은 재물·비용손해와 배상책임을 보장한다. 담보내용은 화재손해(건물 1억원, 가재도구 2000만원), 화재배상책임(대인 1억5000만원, 대물 10억원), 화재 벌금(2000만원), 12대가전제품고장수리비용(100만원), 주택화재 임시 거주비(4일 이상, 1일 10만원), 건물복구비용지원(2000만원)으로 구성됐다. 온라인 장기보험 상품이라 한화다이렉트 홈페이지와 모바일을 이용해 누구나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보험기간은 5년, 1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