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돈을 맡겨도 연 1%대 이자를 받는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돈을 맡길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이 출시한 특판 상품인 ‘하나더적금’ 가입자는 마감까지 132만 명을 넘어서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기본금리 연 3.56%에 온라인 채널 가입 등 일부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5.01% 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1년제 상품이며 월 최대 납입액은 30만원이다. 1년간 적금을 넣어 8만원 조금 넘는 이자를 받는 셈이지만 몰려드는 고객에 은행 창구가 마비될 정도였다.
더 이상 은행 예·적금에만 돈을 맡겨서는 자산을 모으기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최근에 떠오른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을 떠나는 고객들을 잡기 위한 새로운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소득과 지출을 관리해주는 자산관리 서비스부터 잔돈을 재미있게 모으는 상품, 연 5% 안팎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새는 돈 막자… 재테크 시작은 자산관리
재테크 시작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매달 통장에 입금되는 돈은 정해져있는데, 소비가 늘면 모을 돈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소비를 줄이려면 소득과 지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산관리가 핵심이다. 매달 쓸 예산을 정하고, 계획에 맞게 지출하고 있는지를 매일 점검하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은행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됐다.
핀테크 업체 레이니스트는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뱅크샐러드’를 선보였다. 뱅크샐러드 앱에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은행·카드사·보험사와 연동된다. 모든 예·적금과 대출, 보험, 카드, 연금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차 번호를 입력해 자동차 시세를, 주소로 부동산 시세를 추가할 수도 있다.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을 한 번에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뱅크샐러드 앱에선 본인이 어디에 돈을 썼고,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일별·주별·월별로 확인할 수 있다. 식비와 주거·통신, 패션·쇼핑, 의료·건강, 문화·여가 등 소비 내역을 상세히 볼 수 있다. 한 달 예산을 원하는 분야별로 미리 정해 촘촘한 지출 관리가 가능하다.
소비습관을 바꿔주는 ‘금융비서’는 본인 지출 습관을 되돌아보는 데 유용하다. 금융비서는 고객 금융 내역을 분석해 소비습관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서비스다. 주간 리포트는 ‘이번 주는 좀 알뜰하게 지출하셨군요’ ‘이번 주는 지출이 조금 많은 편이네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주는 식이다. 지나친 소비를 하면 ‘조금 더 부지런하면 아낄 수 있는 지출이 있습니다’라는 경고장을, 아껴서 소비하면 ‘그 어려운 걸 해내지 말입니다’라는 칭찬이 돌아온다.
본인 소비 성향에 맞는 카드도 추천받을 수 있다. 매달 받는 카드 혜택을 확인한 뒤 어떤 카드를 이용하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다. 뱅크샐러드 ‘카드 추천’ 서비스로 카드를 바꾼 고객들의 소비는 평균 7% 줄었고, 1인당 연평균 46만2908원 상당 혜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머니랩스가 운영하는 ‘브로콜리’도 인기 가계부 앱이다. 브로콜리 앱에선 은행·증권사·카드사 등에 흩어진 개인 자산과 빚, 수입·지출 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 과거 신용·체크카드 결제 내역을 기반으로 한 달이나 하루 예산을 정해주고 소비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뱅크샐러드와 브로콜리 모두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춘 앱이라 본인 입맛에 맞게 골라 이용하면 된다.
▶티끌 모아 태산
‘재미’와 ‘재테크’를 잡아보자
최근 푼돈을 모아 저축, 투자를 하는 ‘잔돈금융’ ‘짠테크’도 인기다.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푼돈이라도 모으려는 2030 사회초년생과 직장인이 늘어나면서다. 짠테크란 돈에 인색한 사람을 의미하는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다.
미국과 영국 등에선 수년 전부터 잔돈금융이 인기를 모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활동을 시작한 젊은 세대가 목돈을 모으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에이콘스(Acorns)와 콰피털(Qapital), 레볼루트(Revolut) 등이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들이다. 에이콘스는 앱과 연결된 신용카드 고객 자투리 돈을 자동으로 저축해준다. 콰피털은 고객이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소액을 자동 저축해준다. 예를 들어 점포별로 목표 예산을 정한 뒤 예산보다 돈을 적게 쓰면 남은 돈을 저축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핀테크 업체들도 편하고 재미있게 돈을 모으는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핀테크 대표 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토스’에서는 물건을 구매한 뒤 1000원 미만 잔돈을 토스머니 계좌에 저축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토스카드로 4700원을 결제하면 300원이 저축되는 셈이다. 게다가 매달 자신이 원하는 혜택을 고를 수 있다. 오프라인 결제 때 0.5% 할인받거나 편의점·마트·택시·커피 분야에서 10% 할인을 받는 식이다. 편의점과 지하철 ATM기기에서 토스머니 출금 시 수수료도 면제된다.
핀크의 ‘습관적금’은 소비 패턴에 따라 결제금액의 일정 비율을 자동 저금해준다. 카페·쇼핑·편의점·치킨집·빵집·패스트푸드 등 총 6개 분야에서 결제금액의 5~50%를 정해 저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를 선택해 저축금액을 커피 결제금액의 10%로 설정하면 5000원짜리 커피를 마실 때마다 500원이 자동 저축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저금통’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뱅크 저금통은 1000원 미만 잔돈을 매일 자동으로 모아주는 소액저축상품이다.
카카오뱅크 앱에서 저금통을 만들면 매일(월~금요일) 카카오뱅크 입출금 계좌에 있는 1000원 미만 잔돈이 저금통으로 자동 이체된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 입출금 계좌에 50만4123원이 있다면 다음날 오전 123원이 저금통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저금통에 쌓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10만원이다.
영 액티브 시니어(4050), 프리미엄 자산 관리 서비스 인베스트멘토(inbestmentor)를 찾는다
실제 저금통에 쌓인 돈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저금통 금액을 매달 5일 확인 가능한 ‘엿보기’ 기능도 추가했다. 대신 자판기 커피와 떡볶이,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등 저축액을 짐작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10만원을 다 모으면 연 2%(세전) 상당의 이자를 받는다.
티끌은 카드 결제 뒤 1000원 미만 잔돈을 미래에셋대우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준다. 예컨대 4100원짜리 커피를 구매하면 900원이 계좌에서 빠져나가 CMA에 쌓이는 방식이다.
핀테크 업체 우디는 외화 잔돈을 포인트로 바꿔주는 ‘버디코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환전이 어려운 외국환 잔돈을 포인트로 바꿔준다. 버디코인 키오스크에 외화 잔돈을 넣고 QR코드가 찍힌 영수증을 받은 뒤 모바일 앱으로 스캔하면 포인트가 쌓인다. 적립한 포인트는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의 모바일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다. 수수료도 20% 내외로 시중은행보다 저렴하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는 카드 결제 시마다 자투리 돈을 모아 국내 펀드나 해외 주식을 살 수 있게 했다. 카드 사용 횟수에 따라 정액을 투자하거나 결제금액에 따라 1000원 또는 1만원 미만 잔돈을 투자할 수 있다. 만약 커피를 4800원에 결제했다면 1000원 미만 투자 방식은 200원을, 1만원 미만 투자 방식은 5200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정액 투자는 고객이 미리 설정한 금액을 결제 건당 인출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건당 최소 100원부터 최대 2만원까지 투자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는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맞춤형 해외 주식을 추천해준다. 고객은 0.01주 단위로 아마존, 애플, 나이키 등 해외 유명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소액 부동산 투자도 가능해진다. 카사코리아는 올 상반기 부동산 거래 모바일 플랫폼을 선보인다. 은행과 부동산 신탁사가 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고, 투자자가 이를 소액으로 사고 파는 방식이다. 개인 투자자는 최소 5000원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임대수익은 물론 건물 매각 시 시세 차익도 얻을 수 있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손쉽게 서울 강남 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뱅크샐러드 서비스 화면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
핀테크로 자산 굴려보자
전문적인 투자 자문도 모바일 앱으로 가능해졌다.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사 영역이었던 투자 자문·일임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두나무투자일임이 운영하는 모바일 투자 일임 서비스 ‘맵플러스(MAPLUS)’는 고액 자산가에 한정되던 투자 일임 서비스를 보편화했다. 소액 개인투자자를 위해 투자 전문가들이 만든 투자 전략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내 손 안의 투자 전문가’가 맵플러스가 추구하는 목표다. 그동안 고객이 투자 일임 계약을 맺으려면 직접 사무실을 찾거나 직원이 고객을 방문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투자자는 맵플러스에서 두나무투자일임과 계약을 맺고 삼성증권 계좌를 연동하면 된다.
금융위원회가 2018년 6월 비대면 투자 일임을 허용하면서 영상 통화만으로 비대면 투자 일임 계약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고객은 투자자문사나 자산운용사가 짠 전략을 비교·분석해 본인 투자 성향에 맞는 전략을 선택하면 끝이다. 투자금액은 물론 상품도 앱에서 바꿀 수 있다. 최소 투자 한도는 100만원이며, 상장지수펀드(ETF)는 50만원이다.
수수료도 기존 자산운용사보다 저렴한 편이다. 기본형 상품 수수료는 연 1.5%다. 성과형은 기본 수수료가 없는 대신 발생한 수익의 15%를 성과보수로 낸다. 혼합형은 기본 연 1.0~1.5% 수수료에 수익률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내는 상품이다.
자산 관리 플랫폼 ‘에임’은 고객이 플랫폼에서 재무 상황과 투자 목표, 기간 등을 정하면 인공지능(AI)이 맞춤형 자산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주는 서비스다. 77개국 1만2700여 개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해 리스크를 낮춘다. 최소 가입 금액은 300만원이다. 에임은 지난 2018년 시장 급락에도 3년 누적 수익률 25%를 기록했다.
에임의 가입자 수는 최근 3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4050 고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투자액 기준 상위 10% 고객 중 4050이 차지하는 비중이 56.88%로 절반을 넘는다. 투자 금액이 높고 재테크에 큰 관심을 보이는 4050이 핀테크 기업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연 6% 안팎 P2P 금융도 인기
부실업체는 유의해야
연 6~10% 상당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개인 간 거래(P2P) 금융 상품도 여전히 인기다. P2P는 돈이 필요한 사람이 P2P 회사에 대출을 신청하면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서비스다. 비대면으로 회원 가입부터 투자까지 가능하다. 특히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이 오는 8월 시행되면서 투자자 보호 조치도 마련된다. 다만 은행과 달리 원금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투자할 땐 유의해야 한다.
P2P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본인 투자 성향에 따라 투자 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라면 원금 손실 우려를 안고 연 10% 가까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혹은 수익이 낮더라도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적은 안전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리스크가 큰 점은 투자의 기본이다.
수익률뿐만 아니라 투자 대상과 기간, 상환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P2P 상품은 부동산대출 투자 상품이다. 주택담보대출 건물 건축 비용을 빌려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품이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경기에 민감하므로 부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개인신용대출 상품 가입 땐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 신용대출 상품은 담보가 없어 대출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부실이 생긴다. 투자금을 나눠 여러 채권에 분산 투자해야 원금 손실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맵플러스 앱스토어 이미지
매출채권담보 상품도 인기다. 물건을 팔고 배송을 마친 매출채권(정산대금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물건을 판매한 온라인 사업자는 정산대금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이 때 영세 자영업자들이 원재료 구입 등에 쓸 돈이 없어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기도 한다. P2P 업체는 전자상거래 업체와 합의해 미리 돈을 빌려주고 정산대금을 받아 갚도록 돕는다. 온라인 사업자에게 연 10%대 수수료를 받고 투자자에겐 연 6~6.5% 상당의 수익을 준다.
P2P 금융 투자를 하기 전엔 우선 해당 업체가 금융위원회에 등록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P2P 업체가 ‘고객 예치금 분리 보관 시스템’을 도입했는지와 투자금 입금 계좌, 예금주 확인도 필요하다.
고객 예치금 분리 보관 시스템은 P2P 업체 파산·해산 시 투자 예치금을 보호하기 위해 은행명의 계좌에 예치하거나 신탁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