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보다 ETF” 진화하는 해외 주식 직구, 미국 주식·신흥국·인컴형 등 증권사 추천 많이 받아
홍혜진 기자
입력 : 2020.02.04 10:21:18
수정 : 2020.02.08 13:41:16
해외 주식 직구가 진화하고 있다. 알주식 종목거래로 승부수를 띄우던 투자자들이 섹터나 시장을 아우르는 해외 지수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1월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해외 주식 거래 상위 10개 종목(결제금액 기준) 가운데 5개가 상장지수펀드(ETF)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해외 종목 10개 가운데 절반이 ETF였던 셈이다. 거래량도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6.2%로 개별 주식 거래와 비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2018년만 해도 1년간 거래 상위종목 10개 가운데 해외 ETF가 2개, 거래량 비중도 19.4%에 불과했지만 일 년 만에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주식에서 해외 상장 ETF로 머니무브
국내 투자에서 해외 투자로, 종목에서 지수로 투자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있는 새 최근 미국 증시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게 해외 주식 투자 수요를 부채질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지수형 투자상품의 약진이 주목된다. 2년 전만 해도 해외 주식 투자자 대부분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등 개별 종목에 몰두했지만 지난해부터 글로벌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ETF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을 필두로 이란사태, 경기 둔화 우려 등 각종 이슈가 겹치면서 개별 주식 변동성이 높아진 게 배경으로 꼽힌다. ETF는 지수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다양한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낸다.
예컨대 ‘CSI300 ETF’에 투자하면 중국 상하이거래소와 심천거래소 300곳에 골고루 투자하는 것과 같다. 지수에 포함된 기업이 지급하는 배당금은 덤이다. 증시에 상장돼 있어 실시간 매매가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과거 증권사의 주 수입원이던 국내 주식 매매중개 수수료가 증시 거래량 정체로 이전같지 않자 증권사들이 ETF를 포함한 해외 자산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직구족 양산에 한몫했다.
▶ETF도 직구하는 이유는 ‘세금’
S&P500지수, 나스닥지수, CSI300 등 글로벌 지수에 연동되는 ETF는 사실 한국 증시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ETF 직구에 나서는 까닭은 해외 상장 ETF에 유리한 과세체계에 있다.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ETF의 투자수익에는 양도소득세(22%)만 부과된다. 세법상 해외 상장 ETF는 해외 개별주식과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수익 250만원까지는 기본 공제 대상이다. 250만원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만 22% 세금을 내면 된다. 금융소득종합 과세 대상에서도 빠진다. 또 해외 상장 ETF는 해외 주식과 마찬가지로 손익통산 대상이기 때문에 1년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플러스 수익을 냈을 때만 세금을 낸다.
이에 비해 국내 상장 해외 ETF는 펀드로 분류돼 매매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15.4%)를 낸다. 해외 상장 ETF가 250만원의 수익까지는 기본공제 대상인 데 반해 국내 상장 해외 ETF는 기본공제 해당사항이 없다. 국내 상장 해외 ETF 매매차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2000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에는 최고 46.2%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에게는 특히 불리하다. 뿐만 아니라 손익통산이 적용되지 않아 1년간 여러 상품에 투자해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한 ETF에서 수익이 났다면 수익분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ETF 보수도 해외 상장 상품이 국내보다 저렴하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시가총액으로 가중한 미국 ETF의 평균 총 보수는 연 0.2%인 데 반해 국내는 0.36%다. ETF 상품 선택지도 해외가 국내보다 다양하다.
다만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에 비해 해외 주식 거래 수수료가 10배 가까이 높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해외 주식 거래 수수료는 증권사별로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온라인 0.2~0.25%, 오프라인 0.45~0.5% 수준이다. 해외 주식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부분 증권사가 수수료를 낮추는 추세라지만 여전히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보다 훨씬 비싸다. 달러 등 외화로 거래되는 해외 주식 특성상 환전 수수료도 따로 든다.
▶올해 살 만한 해외 ETF는…
5대 증권사에 물어보니
그렇다면 올해 주목할 만한 해외 상장 ETF는 뭘까. 자기자본 기준으로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증권사 다섯 곳에 물었다.
이들 증권사의 추천 상품을 종합한 결과 올해 ‘톱 픽’은 지난해 글로벌 주식 가운데 최고 성과를 낸 미국 주식 ETF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 주식 가운데서도 두 번째로 많은 추천을 받은 상품은 신흥국 주식 ETF였다. 고배당주를 주로 담은 인컴형 ETF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미국 국채 ETF를 추천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지만 보다 높은 이율을 기대할 수 있는 신흥국 채권 ETF는 돌아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밖에 미국 회사채 ETF, 금 ETF를 추천한 곳도 있었다.
▶미국 주식 ETF 중에서는
나스닥 커버드콜 ETF ‘강추’
미국 주식 ETF 가운데 증권사별 복수 추천이 쏠린 상품은 GLOBAL X Nasdaq 100 Covered Call ETF다. 미래에셋대우가 2순위로 추천했고, NH투자증권이 3순위, 한국투자증권이 5순위로 추천했다. 변동성이 낮고 고배당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배당주와 성격이 유사한 상품이다. 티커(약칭)는 QYLD다.
QYLD는 기본적으로 나스닥10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을 편입한다. 그러나 나스닥100 지수보다 진폭이 작다. 나스닥100 지수가 오를 때 덜 오르는 대신 떨어질 때도 덜 떨어진다. 나스닥100 지수 매입과 동시에 나스닥100 콜옵션 매도를 통한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커버드콜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커버드콜 전략은 이름 그대로 주식 시장을 콜 옵션으로 커버하는 전략이다. 기초지수를 매수하고 해당 기초지수의 콜 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얻는다. 옵션 매도 프리미엄에서 발생하는 배당금도 투자 포인트다. 이 ETF는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는데, 연 단위로 따지면 배당수익률이 10%에 달한다.
이 상품이 증권사들의 복수 추천을 받았다는 것은 현재 나스닥이 과열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30% 이상 오른 나스닥이 올해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면 나스닥 지수에 정방향으로 연동되는 QQQ를 매입하는 게 지수 상승분을 수익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박스권에서 소폭 오르내리는 흐름이 나타날 때 성과가 좋은 QYLD를 추천했다는 것은 올해 나스닥 상승 탄력이 둔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의 발로다.
삼성증권이 1순위로 추천한 First Trust Dow Jones Internet Index ETF는 미국에 상장된 대형 인터넷 기업 40개에 집중 투자하는 ETF로, 다우존스 인터넷지수(DJNET)를 추종한다. 티커는 FDN이다. 지난 2006년 6월 출시됐다.
이 상품은 매출의 상당분을 인터넷 관련 사업에서 창출하는 기업을 담는다. 업종별로 미국 시장에 상장된 인터넷 기업을 32.5%로 가장 많이 담고 있다. 이어 IT서비스(16.3%), 소프트웨어(16.1%), 커뮤니케이션(12.1%) 등 순으로 편입했다. 구체적으로는 아마존(8.8%), 페이스북(7.4%), Cisco Systems(5.38%), salesforce.com(5.1%), 넷플릭스(4.8%), 페이팔(4.5%), 알파벳(4.47%), 트위터(2.8%), 이베이(2.7%) 등 종목을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퍼스트트러스트가 운용하는 이 ETF의 보수는 연 0.52%다. 총자산(AUM)은 81억7000만달러다. 배당금은 따로 없다.
KB증권의 강력한 추천을 받은 iShares Edge MSCI USA Momentum Factor ETF는 미국 증시에서 ‘잘 나가는’ 종목을 골라 담은 상품이다. 최근 꾸준하게 상승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중대형주 가운데 지난 3년간 주가 움직임과 비교했을 때 최근 6개월에서 1년 새 주가가 모멘텀을 받아 오른 종목이 편입 대상이다. 싼 종목을 고르는 게 아니라 오른 종목 가운데 더 오를 만한 종목을 매입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업종별로 대세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면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5.2%)다. 이어 비자카드(5.1%), 프록터앤갬블(4.8%), AT&T(4.8%), 마스터카드(4.8%), 넥스트에라에너지(3.4%) 등도 편입 상위 종목이다. MSCI USA 모멘텀지수를 추종하며, 티커는 MTUM이다.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락의 ETF 브랜드인 아이셰어즈가 만든 상품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미국 불마켓을 견인한 기술주가 올해도 선전할 것으로 본다면 한국투자증권이 1순위로 추천한 iShares North American Tech ETF도 주목할 만 하다. 티커는 IGM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IT 기업 비중이 40%로 절반에 가깝다. 보수는 연 0.46%로 섹터지수형 ETF치고 저렴하지는 않다는 평가다. 총자산 규모는 19억6000만달러다.
반도체 업종에 투자하는 ETF 가운데 대표 격인 VanEck Vectors Semiconductor ETF도 추천받았다. 티커는 SMH다. 미국 자산운용사 반엑이 내놓은 상품으로 총자산은 20억7000만달러다. 이 상품은 미국에 상장된 핵심 반도체 기업 25개에 집중 투자한다.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로부터 반도체 장비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반도체 기업들을 포함하고 있다.
▶경기 반등, 약달러 탈 수 있는
신흥국 주식 ETF도 추천
미국 주식 다음가는 ‘픽’은 신흥국 주식 ETF다. 5곳의 증권사 가운데 세 곳이 신흥국 주식 ETF를 1순위 내지는 2순위로 추천했다. 지난해 신흥국 증시는 중국A주를 제외하면 대체로 부진했지만 올해는 경기 반등 및 달러 약세를 타고 강세를 나타낼 것이란 관측에 기반했다. 추천 ETF 리스트에서는 특히 올해 중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중국 증시 비중이 높은 ETF나 아예 중국 증시에 연동되는 ETF가 유망 상품으로 꼽혔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국가별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 해외 채권 가운데서도 신흥국 채권의 투자 수익이 높았다”며 “국내 채권 수익의 세 배를 상회하기도 했는데, 올해도 투자 환경을 고려하면 국내보다는 선진국 채권,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채권 투자 수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추천한 Vanguard FTSE Emerging Markets ETF는 한국을 제외한 신흥국에 투자한다. 티커는 VWO다.
NH투자증권은 중국A주 지수 흐름에 연동되는 XTRACKERS HARVEST CSI 300 ETF를 1순위로 추천했다. 도이체방크 자산운용사의 ETF브랜드인 엑스트레커에서 내놓은 상품으로, 티커는 ASHR다. 이 상품은 CSI300지수를 추종한다. CSI300은 중국 상해증시, 심천증시에 상장된 A주 가운데 대표성이 큰 대형주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중국A주는 원칙적으로 외국인의 매매가 불가능하다. 외국인적격투자자(QFII)나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자격이 있어야 매매가 가능하다는 장벽이 있다. 도이체방크는 이 같은 거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주식 전문 자산관리기업인 하베스트글로벌인베스트먼트를 끼고 이 상품을 운용한다. 업체가 보유한 적격외국인투자자 자격을 활용해 ETF에 자금이 유입되면 중국A주를 직접 매입한다.
핑안보험(6.7%), 구이저우마오타이(4%), 중국상업은행(2.8%), 그리가전유한공사(2.3%), 메이디그룹(2%), 중국공상은행(2%), 항서제약(1.9%), 우량예(1.4%), 중신증권(1.4%) 등 순서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2순위로 추천한 iShares MSCI China ETF는 보다 포괄적인 범위의 중국 주식을 다양하게 담는다. 티커는 MCHI다. 이름처럼 MSCI중국지수를 추종한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A주만 포함하는 CSI300과 달리 미국, 홍콩, 중국 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고루 포함한다. CSI300지수에 연동되는 ETF가 미국 시장에 상장된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기업은 포함하지 않는 것과 달리 중국 본토 기업 및 이들 미국 상장 중국 기업까지 담고 있어 균형감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저금리 시대, 인컴 ETF도 필수
저금리 시대일수록 따박따박 나오는 고정수입이 귀해진다. 고배당 우선주, 리츠 등 인컴자산을 편입한 ETF가 미국 주식, 신흥국 주식 다음가는 순위에 오른 배경이다. 자산배분 차원에서 미국 주식 ETF와 신흥국 주식 ETF로 적극적인 시세차익을 노리는 한편 인컴형 ETF로 고정수입을 확보하는 전략은 올해 각 증권사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투자법이기도 하다.
KB증권이 3순위로 추천한 Real Estate Select Sector SPDR Fund가 인컴형 ETF에 해당한다. 미국 부동산 업종에 투자하는 ETF로, 티커는 XLRE다. 지난 2015년 10월 출시됐으며, 스테이트스트리트의 ETF브랜드 SPDR에서 내놓은 상품이다. 배당수익률은 연 3.02%로 높은 편이다. 아메리칸타워(13.1%), 크라운 캐슬 인터내셔널(7.4%), 프로로지스(7.2%), 이퀴닉스(6.3%),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5.7%), 웰타워(4.3%), 퍼블릭 스토리지(4.3%) 등을 보유하고 있다.
KB증권은 “이 상품의 기초자산은 미국 리츠로 높은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주식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 전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종류의 ETF로 VNQ, IYR 등이 있다. 총 운용 규모는 38억4000만달러다. 보수는 연 0.13%로 낮다. 한국투자증권이 추천한 iShares Preferred and Income Securities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우선주를 편입한다. 티커는 PFF로, 미국에 상장된 우선주 ETF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총 운용자산은 174억6000만달러다. 보수는 연 0.46%로 꽤 높은 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상품에 대해 “시장 대비 변동성이 낮은 한편 높은 배당수익률(5% 중반)로 보수적 투자자들에게 추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