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는 금값, KRX거래소 통하면 소액거래·절세 가능… 대안 찾아 은·니켈 등에도 투자수요 몰려
김제림 기자
입력 : 2019.10.01 11:02:37
수정 : 2019.10.01 11:02:53
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이 됐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던 금값이 6월 미중 무역분쟁의 재발 우려에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부각되며 고공행진하기 시작했다. 올 6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온스당 1300달러에 거래되던 금값이 9월 4일 온스당 1550달러까지 갔다. 6년 내 최고치다.
최근의 급격한 금 가격 상승과 9월 초 들어서 가격이 살짝 꺾이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금 가격의 추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역사적 경험에서 볼 때 경기 확장 후반기(late cycle)의 경우 금 가격이 추가로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1990년대 이후 첫 번째와 두 번째 레이트 사이클 시기에 금 가격은 각각 29%와 141% 상승했다”며 “레이트 사이클에 진입하기 시작한 작년 연저점 대비 지금 금 가격이 30% 올랐음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경기 상황과 수급 여건상 금의 매력은 높다”고 말했다
레이트 사이클은 경기순환 사이클상 정점에 도달한 후 하락국면에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선 주요국 금리도 금의 몸값 높이기를 부추기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 가격은 미국 국채수익률(금리)이나 달러와 반비례하는 관계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는 선진국 중심의 마이너스 채권 규모 확대를 의미한다”며 “2016년부터 전 세계 마이너스 채권 규모와 동일 방향성을 띠는 금 가격 강세 지속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 국채·달러 대신 금 매입
개인투자자들만 금에 몰려드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진행되던 달러 강세가 꺾인 지금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 대신 금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져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전통자산 운용처인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신 금을 매입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전 세계 중앙은행 금 매입량은 374톤으로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되는 기준금리 인하는 금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도 금은 유효하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 금 가격 밴드를 온스당 1380~1800달러까지도 내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액거래와 절세 가능한 KRX 금시장
단기적으로 금값이 너무 오른 만큼 조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장기 투자 측면에서 조정이 있을 때마다 분할매수를 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상황에 가장 알맞은 금 투자 방식을 택해야 한다. 금 투자 방법엔 골드바 직접 매입, KRX 금시장, 금 펀드, 국내상장 금 ETF, 해외상장 금 ETF 등이 있다.
KRX 금시장은 정부가 2014년 금 거래 양성화 계획에 따라 설립한 국내 유일의 제도권 금 현물 시장이다. 장점은 소액거래와 절세다. 금 펀드와 비교하면 세금 면에서 앞선다. 금 펀드가 매매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를 부과하는 것과 달리 KRX 금시장에선 금 매매 시 배당 및 이자소득세가 없다. 이 때문에 2000만원 이상에 대해 부과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누진세율 부담이 없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1g 단위 투자도 가능하다. 공공기관인 한국조폐공사가 인증하고 금을 증권사를 통해 국제가격에 가장 근접한 가격에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KRX 금시장 이용 방법은 일단 주식과 비슷하다. 증권사 계좌가 있는 고객이라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주식처럼 매수 및 매도할 수 있다. 증권사를 통해서 투자한 금에 대한 실물 인출도 할 수 있다.
다만 금을 실물로 인출할 때는 10%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금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27%
채굴기업 투자도 가능
금 펀드는 국내에 12개 정도 나와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금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6.7%이며 1년 수익률은 34.92%다. 언뜻 보면 안전자산이면서도 어지간한 위험자산을 압도하는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년 수익률로 보면 2.86%에 불과하다. 3년 전 금값이 고공행진하던 시기와 지금 금값이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금 펀드의 수익률은 비슷한 편이다. 총 보수만 0.4~1.2% 정도로 차이가 있다. 9월 1일 기준으로 KB스타골드특별자산 펀드는 1년 수익률이 24.4%이며 미래에셋인덱스골드특별자산펀드는 25.75%다.
금 실물을 담은 펀드보다는 채광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이 최근엔 더 높았다. IBK골드마이닝펀드 같은 경우 1년 수익률이 63.9%다. 연 보수는 2% 후반으로 비싼 편이지만 뉴크레스트마이닝(NEWCREST MINING), 뉴몬트 골드회사(Newmont Goldcorp), 배릭(Barrick Gold) 등의 글로벌 금 채광기업 등을 주로 담고 있어 금값 상승과 함께 기업 실적의 상승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기업이다.
▶국내 ETF 포함한 금 펀드는
종합소득세 부담 있어
다만 금 펀드는 금의 가격 상승에 대한 과세가 배당소득세로 과세된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금값이 올라 1억원 투자한 펀드를 1년 후에 1억2000만원을 받고 환매했다면 2000만원이 배당수익으로 계산된다는 얘기다. 이때 문제는 금융소득종합과세다. 금융소득을 모두 더해 연간 2000만원이 넘는 경우에는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로 과세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최고 세율이 46.2%에 이른다. 세금뿐만 아니라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경우 건강보험에서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기 때문에 실질 세후 수익률은 더 낮을 수밖에 없다. 빠르면 내년 말부터 건강보험공단은 금융소득 1000만원 이상의 경우에도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라 금 펀드 투자자들이 느끼는 조세 및 준조세 부담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 ETF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상장된 파생상품 ETF에 대해선 배당소득세로 과세된다.
국내에 상장된 금 ETF는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ODEX골드선물(H)이 있다. 3개월 수익률이 15%가량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TIGER금은선물(H)도 3개월 만에 17% 올랐다.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거래량도 많다. 선물에 투자하는 ETF인 만큼 현물 투자 ETF보다 금값 상승폭을 덜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하락폭도 적게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상장 금 ETF는 배당소득세 대신
양도세 과세
금융종합소득세를 피하고 싶다면 그 대안으로 해외상장된 ETF도 있다. 다만 해외상장 ETF는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금 가격 변화에 달러가치 변화까지 감안해야 한다. 최근처럼 달러가 원화 대비 오르는 경우는 상관없지만 달러 가격이 하락할 경우엔 금 가격이 올라도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금 가격은 달러가치와 반비례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에는 이익을 깎아 먹을 수 있다.
미국에 상장된 금 ETF는 양도세로 과세된다. 개별 종목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이때 250만원을 제외한 양도차익의 22%가 과세된다. 대표적인 달러표시 금 ETF로는 블랙록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아이셰어골드트러스트(iShares Gold Trust)와 SPDR골드트러스트(SPDR Gold Shares ETF)가 있다.
물론 금값이 강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가격 부담은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온스당 1511달러까지 상회한 금 가격에서 역대 수준으로 높아진 선물 투자 순매수는 단기 과매수 우려를 낳고 있다”며 “가격이 소폭 조정될 때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골드뱅킹은 고객이 투자한 자금으로 금을 매입하고 은행에서 보관하는 방식인데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다. 평가차익에 대해선 펀드와 마찬가지로 배당소득세를 내며 KRX 금시장과 마찬가지로 현물 인출 시는 부가가치세가 10%다.
▶금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는 은과 니켈
금 투자에 대한 대안으로는 은 투자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은은 귀금속이라는 측면에서 금과 가격이 동행하지만 최근 금값이 너무 많이 오르면서 오히려 덜 올랐다고 생각하는 은으로도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특히 은은 안전자산인 동시에 글로벌 수요의 50% 이상이 전기 전자와 태양광 등에서 발생하는 산업용 금속이다.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노트북, 휴대폰 생산에 주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태양광 산업의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
이 같은 특성 탓에 2011년 이후 최대 산업금속 소비국인 중국의 성장률 둔화 속에 은 가격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여전히 금처럼 인플레이션 헤지 국면에서 궁극적으로 뛰어난 상승 모멘텀을 지닌다는 평가다. 특히 귀금속과 산업금속이 모두 상승 국면인 상황에서는 가격 상승 모멘텀이 크다.
대표적인 은 ETF는 국내상장된 KODEX은선물(H)이 있다. 3개월 사이 30%가 오를 정도로 가격이 급등했다. 해외상장된 ETF로는 아이셰어 실버 트러스트(iShares Silver Trust·티커명 SLV)와 글로벌X 은 채굴(GlobalX Silver Miners·티커명 SIL)이 있다.
금과 은 외에 상승을 보이고 있는 원자재는 니켈이다. 2019년 말부터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을 금지한다는 소식에 가격이 급등했다. 니켈 외 다른 비철금속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니켈로 투기적 수요 쏠림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아연, 연, 전기동 모두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은 나타나고 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니켈 선철 생산 차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니켈 재고를 쌓아놓으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가격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연초 랠리를 보였던 철광석은 가격이 다소 안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철광석 역시 올 상반기 높은 상승세를 누렸다. 한때 철광석 가격은 연초 대비 60% 이상 상승해서 6년래 최고치인 톤당 120달러를 상회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산 공급 과다 우려로 떨어졌던 철광석이 올 들어 상승한 이유는 브라질과 호주에서의 공급 차질 때문이다.
연초 브라질 페이자오댐 붕괴 후 브라질 정부가 자국 최대 철광석 광산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호주에서도 항구 화재에 이은 사이클론 베로니카 여파로 철광석 생산과 항구 운영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공급 차질 이슈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
브라질 발레(Vale)사는 6월에 다시 정부로부터 광산 재가동 승인을 받고 연간 3000만 톤 규모의 생산을 재개했다. 지난 8월 브라질 철광석 수출도 9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호주의 리오틴토(Rio Tinto)사 역시 사이클론 피해를 입은 모든 시설 보수를 완료해 올해 철광석 공급 차질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된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 심화 속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