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운용된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이다. 최근 5년간 수익률도 1.88%에 불과하다. 시점을 10년으로 넓혀 잡아도 고작 3.22%다.
부진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매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90조원으로 전년 대비 21조6000억원이나 증가했다. 퇴직연금은 매년 20조원씩 늘어나는 추세다.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05년 도입됐다. 과거에는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금을 내부에 유보했다가 퇴직인원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지급하는 구조였다. 이렇다보니 내부에 유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외환위기 때처럼 회사가 경영위기로 도산할 경우에는 근로자들이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를 막기 위해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를 사외에 적립·운용하다가 근로자가 퇴직할 때 지급하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이 연 1%에 불과하다고 해서 투덜대기만 하면 곤란하다. 금융회사는 퇴직금 적립금의 운용방법과 금융상품 목록만 제공할 뿐 어떤 상품에 운용할 것인지는 결정해주지 않는다.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주체는 바로 가입자인 것이다. 퇴직연금에 대해 ‘스스로’ 운용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노후자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금융감독 당국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최소한 1년에 한 번만이라도 본인의 퇴직연금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한다. 연말 무렵에 시점을 정해 연금 납입내역을 한 번쯤 조회해보고, 세약공제 한도에 못 미칠 경우에는 추가 납입을 하는 것도 좋다. 또 세액공제한도 이상으로 돈을 납입했더라도 다음연도 이후 납입금으로 전환해 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또 수익률이 너무 저조할 경우 운용사를 옮기거나 다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
▶DC·DB·IRP는 제도의 종류
퇴직연금제도는 크게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눌 수 있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 때 받을 퇴직급여가 근무기간과 평균 임금에 의해 확정된 것을 말한다. 즉 사용자가 매년 부담금을 금융기관 등에 적립해 운용하고 근로자는 퇴직 시에 확정된 퇴직급여를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형태다.
이와 달리 DC형은 근로자의 책임 하에 적립금을 운용해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방식이다. DB형은 적립금 운용 시 손실이 나면 회사가 떠안아야하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한다.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반대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위해 보수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DB형이 기존의 퇴직금과 수령하게 되는 돈이 거의 비슷한 반면, DC형은 자신의 운용성과에 따라 받게 되는 돈에 큰 차이가 생긴다.
2012년 도입된 개인형퇴직연금(IRP)은 이직·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적립하거나 본인 부담으로 퇴직금을 추가로 납입할 때 필요한 제도다. IRP에 적립된 퇴직급여는 만 55세 이후에 연금형태로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제도는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형태다. 사용자는 퇴직연금 부담금 납입액이 손금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법인세 절감효과가 있다. 근로자도 이직할 때나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때에 부과되던 세금이 은퇴 후 연금수령 시까지 이연되기 때문에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린다. 특히 이직 시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급여도 IRP 계좌를 통해 계속 적립할 수 있어 과세이연은 물론 다양한 노후설계가 가능해진다.
▶가입 문턱 낮아진 IRP
퇴직연금제도가 정착되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IRP는 근로자가 퇴직 시 수령한 퇴직금을 운용하거나, 재직 중인 근로자가 회사에서 적립해 주는 확정급여형(DB, 회사책임형) 또는 확정기여형(DC, 근로자책임형)의 퇴직연금제도 이외에 자신의 비용으로 추가 적립할 수 있는 연금제도다. 기존에는 DB형 또는 DC형 퇴직연금제도에 가입된 근로자만 IRP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2017년 7월부터 자영업자와 교사, 공무원, 군인 등도 가입이 가능해졌다.
개인이 IRP에 자기의 부담으로 납입 가능한 최고 금액은 연금저축 납입액을 포함해 연간 1800만원이다. 즉 연금저축에 1000만원을 납입했다면 IRP에는 800만원까지만 납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IRP에 가입하면 연금저축을 포함해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통상 연금저축으로 4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고, IRP에 가입해 추가로 300만원을 납입하면 700만원까지 혜택을 받는 구조다. 물론 연금저축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IRP에만 700만원을 납입해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세액공제율은 총 급여가 5500만원 이하인 사람은 16.5%, 총 급여가 5500만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13.2%를 적용받는다. 또 IRP에 연간 세액공제한도를 초과해 납입한 금액은 다음연도 이후 연금 납입금으로 전환해 세액공제 신청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총급여액이 5000만원인 사람이 연금저축에 400만원, IRP에서 700만원을 납입했다면 돌려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액은 115만5000원이 된다.
또 총급여액에 따라 세액공제율이 달리 적용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의 경우 총 급여가 적은 배우자가 우선적으로 세액공제 한도금액까지 납입하는 것이 세금 혜택을 받는 데 유리하다.
IRP 가입 후에는 가급적 중도해지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IRP를 중도 해지할 경우에는 세제혜택을 받은 납입금액과 운용수익을 합한 금액에 대해 16.5%의 세율을 적용한 기타소득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본인의 소득과 공제요건뿐 아니라 연금수령 전 필요자금 수요 등을 충분히 고려해 IRP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또 퇴직 직후 바로 퇴직금 전액을 일시에 사용할 계획이 아닌 경우 IRP 계좌로 퇴직금을 이체한 뒤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 부과되는 퇴직소득세를 30% 줄일 수 있다.
▶퇴직연금은 늦게·길게 수령해야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금저축은 수령기간을 길게, 수령시점은 늦춰야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연금 수령 시 10년 이상, 연금수령한도 이내의 금액으로 받아야 낮은 세율의 연금소득세 또는 감면된 퇴직소득세가 부과된다.
또 가입자의 연금수령 나이가 많을수록 세금이 줄어든다. 55~69세의 경우 확정기간형 연금의 세율은 5.5%, 종신형은 4.4%다. 하지만 70~79세에 연금을 수령하면 확정기간형 연금의 세율은 종신형과 마찬가지로 4.4%로 줄어든다. 80세 이상의 경우 3.3%까지 낮아진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본인추가납입액)에서 받는 연금은 통상 3.3~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연금수령액이 연간 12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연금수령액 전체에 대해 종합소득세가 부과된다. 다른 소득과 합산해 세율이 6.6%에서 최대 44%에 달한다. 따라서 연금수령액이 연간 총 1200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연금의 수령시기 또는 수령기간을 조정하는 것이 좋다.
연간 총 연금수령액 한도를 산정할 때에 국민연금 등과 같은 공적연금과 퇴직금으로 받는 퇴직연금, (구)개인연금은 제외된다. 또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에서 본인이 추가로 납입한 금액의 경우 소득·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금액에서 지급받는 연금액도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본인이 가입한 연금종류와 예상연금액을 잘 모른다면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금융소비자정보 포털사이트인 ‘파인(fine.fss.or.kr)’의 통합연금포털을 통해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통합연금포털’을 검색해도 된다.
참고로 연금종류별로 과세체계가 모두 다르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공단에서 종합소득세를 원천징수한 뒤에 연금을 지급한다. 퇴직연금은 퇴직자가 금융회사에 개설한 IRP 계좌에 입금된 퇴직금을 본인이 정한 연금개시 시점(55세 이후)부터 10년간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금수령 시 퇴직소득세의 70%(30% 감면)를 납부하게 된다. 반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의 100%를 납부하게 된다.
개인연금과 본인이 추가납입한 퇴직연금은 소득·세액공제를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지급받은 연금에 대해서는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구)개인연금과 연금보험은 연금수령 시에 부과되는 세금이 없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운용능력 보고 골라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전문 사업자는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근로복지공단 등 총 48곳에 달한다.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할 때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안정성이다. 퇴직연금자산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신용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함께 고려할 부분이 운용능력이다.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는 재산인데,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자산배분은 위험자산과 비위험자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좋다. 안전한 운용방법에만 투자하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고, 수익성이 높은 방법만 고집하면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형 상품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말라’는 격언처럼 분산투자해야 한다. 투자위험과 기대수익률이 서로 다른 자산에 나눠 담으면 가격 변화에 대해 좀 더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퇴직연금에 가입하게 되면 수수료가 발생한다. 크게 운용관리수수료, 자산관리수수료, 펀드총비용으로 구분된다.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는 퇴직연금사업자가 각각 운용관리·자산관리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다. 펀드총비용은 펀드 관련 보수, 판매수수료 등 적립금을 펀드로 운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다.DB와 DC형의 경우 수수료는 사용자가 부담하지만 IRP는 가입자 본인이 내야 한다.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수수료를 내리는 곳들도 늘고 있다. 신한금융을 시작으로 은행권이 수수료 인하 검토를 시작한 가운데 IBK연금보험도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제시하고 나섰다. IBK연금보험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전액 출자한 국내 유일의 연금전문 보험사다.
IBK연금보험은 확정급여형(DB)의 최소 수수료(장기유지할인율 적용)를 종전보다 최대 0.25%포인트 줄어든 0.17%, 확정기여형(DC)은 0.1%포인트 감소한 0.3%를 받기로 했다. 수수료 인하는 신규 가입고객뿐 아니라 기존 가입 고객에게도 일괄 적용된다. 이에 따라 1000억원을 DB형으로 IBK연금보험에 맡길 경우 연간 수수료는 0.2%인 반면 삼성생명에서는 0.5%를 내야 한다.
같은 보험업권인 한화·교보·미래에셋생명도 수수료를 0.4%나 받는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이 50.7%에 달하는 은행권도 같은 상품에서 0.38~0.4%의 수수료를 내야 하고, 그나마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 증권업계도 IBK연금보험과 비교하면 최고 0.1%포인트 가까이 수수료가 높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DB형에서 5년 연평균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IBK연금보험(2.44%)으로 조사됐다. 이어 신한금융투자(2.32%)와 DB손보(2.31%), 하나금융투자(2.28%) 순이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은행권의 경우 신한은행이 1.91%를 기록해 28위에 그친 것이 가장 높았다.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부문에서도 각각 IBK연금보험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임금피크제 앞두고 있으면 DC형으로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있는 DB형 가입자의 경우 퇴직급여를 손해보지 않기 위해서는 DC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계속고용을 위해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는 대신 소정의 기간 동안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즉 현재 받는 급여보다 줄어든 급여를 퇴직 전에 받게 된다.
통상의 DB형 퇴직연금제도에서 퇴직급여는 퇴직일 이전 3개월 평균임금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근로자는 줄어든 평균임금만큼 퇴직급여도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DB형 가입자는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에 DC형으로 변경하고, 임금피크제 시기에는 DC형으로 운영하는 것이 퇴직급여액의 감소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임금피크제뿐 아니라 근로시간 감축 등으로 퇴직 전 급여가 줄어들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전략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