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명품주 주가에 상승기류가 불고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케링, 크리스찬 디올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주가가 올해에만 20%이상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확산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상승바람을 탔다. 글로벌 명품 소비재 제조업체에 투자하는 명품 펀드, 일명 럭셔리 펀드 역시 올해 10%대 수익률을 보이며 기지개를 켠 상태다.
중국발 수요 성장은 유럽 명품 업종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동력이다. 중국인들의 소비는 세계 럭셔리 소비 시장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럭셔리 소비 성장의 3분의 2를 기여했던 핵심 성장동력이다. 중국 소비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에 유럽 명품 업종은 유럽 증시에서 프리미엄을 받아왔다.
최근 10년간 유로스탁스 600지수가 120% 상승하는 동안 유럽 럭셔리 소비재 업종의 상승률은 450%에 달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럽 명품 업종의 주가 상승을 견인했던 ‘중국발 수요성장’의 모멘텀이 둔화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명품 대신 명품주’를 고르겠다는 투자자들에게 트렌드 변화를 읽어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고성장, 소득증가, 중산층 확대로 명품주들이 성장주로 프리미엄을 누려왔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국면에서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명품주에 불어온 봄바람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주가는 연초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주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주가가 올해에만 20% 이상 상승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완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결과다.
LVMH는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른 대표적인 명품주다. 지난해 연말 258.2유로에 거래되던 LVMH의 주가는 3월15일 318.6유로까지 치솟았다.
올해 주가 상승률만 23.4%에 달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루이비통 브랜드 매출 고성장은 LVMH의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아시아지역 매출비중은 2016년 26.4%, 2017년 27.9%, 2018년 29.3%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중국인의 럭셔리 브랜드 선호도가 상승한 결과다.
LVMH는 1987년 코냑과 샴페인으로 유명한 모엣 헤니시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루이비통이 합병하면서 설립된 글로벌 1위 명품 업체이다. 태그 호이어, 펜디, DKNY, 지방시, 겐조, 크리스찬 디올 등의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며 70여 개의 최고급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소비심리 약화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며 향후 중국이 이끄는 명품 판매 성장 속도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LVMH는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2018년 4분기에 중국 판매 추이가 3분기 대비 전혀 떨어지지 않았으며 향후에도 여전히 견고한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에서의 소비 품목별 판매 추이를 보면 일반 제품의 소비는 약화되고 있는 반면, 오히려 럭셔리 브랜드의 판매 추이는 여전히 높은 수치를 지속하고 있다”며 “중국인들의 양극화되고 있는 소비문화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명품 판매 증가는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구찌,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인기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대표 명품 사업자 케링의 주가 역시 같은 기간 20% 이상 올랐다. 1999년 구찌 인수를 시작으로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명품 업체들을 차례대로 인수하고 2013년 사명을 PPR에서 케링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스포츠 브랜드인 퓨마와 스텔라 매카트니의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면서 완전한 명품 브랜드 기업이 되었다.
증권가에선 케링의 독보적인 성장과 가파른 주가 상승은 구찌의 성공 덕분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구찌 매출액은 2017년 42% 증가라는 높은 기저에도 2018년 33%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2017, 2018년 각각 69%, 54% 증가했다. 주요 브랜드인 구찌는 2015년 무명 디자이너인 알렌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면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했다. 디자인의 큰 변화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멋지고 화려하다는 의미인 ‘It’s so Gucci’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김재임 연구원은 “핵심시장인 중국의 실적 기여 확대, 주요 구매층인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온라인 판매전략효과, 브랜드 가치상승과 초고가 라인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며 “구찌의 실적 기여로 올해 케링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4% 증가해 주요 경쟁사 대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에르메스 역시 올해 20% 이상 주가가 올라 상승세가 거세다. 다른 명품주와 달리 에르메스는 단일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다.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가운데 초과수요 상태를 유지해 낮은 매출 변동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메인 모델인 Birkin, Kelly는 초과 수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모델에 따라 통상 최소한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정도 대기를 해야 할 정도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르메스는 주요 제품 선주문 후 생산에 따른 안정적 실적 흐름과, 단일 브랜드 업체로서 36%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에르메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16.5억 유로로 전년대비 9.6% 상승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특히 아시아 시장 성장률 10%를 유지하며 실적 둔화 우려를 불식했다. 올해 제품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2020년까지 신규 2개의 생산 공방 설립 등 공급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9.5%, 8.5%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품주 골라 담는 ‘명품 펀드’도 주목
명품주의 주가 호조에 명품 펀드(럭셔리 펀드)도 명칭답게 반짝이는 높은 수익률을 과시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 업체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는 연초 이후 지난해 손실분을 빠르게 만회하면서 장·단기 수익률에서 모두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3월 1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4개 럭셔리 펀드는 연초 이후 3월 14일까지 평균 12.39%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럭셔리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9.91%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달도 안 돼 손실을 모두 만회한 셈이다.
럭셔리 펀드는 1년 이상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최근 1년 기준 수익률은 -2.02%로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7.92%를 크게 웃돌았다. 2년 수익률(20.01%), 3년 수익률(41.03%), 5년 수익률(52.42%)로 연평균 꾸준히 10%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큰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에 467억원의 투자금이 순유입되기도 했다.
올해 13.39%의 수익률을 기록한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그야말로 ‘명품’에 집중하고 있다. 이 펀드의 편입 비중을 살펴보면 LVMH의 비중이 8.74%로 가장 컸고, 케링(7.49%), 디아지오(4.89%), 페라리(4.74%), 크리스찬 디올(4.23%), 에르메스(3.88%) 등 흔히 명품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종목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이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 기준으로는 -3.75%로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최근 3년 기준으로는 32.27%의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럭셔리 펀드라는 이름으로 같은 테마형 상품에 묶이긴 하지만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와 한국투자글로벌브랜드파워2 펀드는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사뭇 다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네슬레 등 통상 일반인들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명품과는 거리가 있는 종목들도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다. 유럽 명품 업종의 전반적인 부진이 찾아오더라도 브랜드 파워가 있는 다른 종목을 통해 손실을 회피(헤지)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포트폴리오의 성격이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 펀드와 다소 차이가 나지만 두 펀드 역시 중장기 수익률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는 올해 13.71%의 수익을 거뒀는데, 최근 3년 기준으로는 수익률이 43.55%에 달했다. 한국투자글로벌브랜드파워 펀드 역시 최근 1년간 -5.93%의 수익을 내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연초 이후를 기준으로는 11.33%의 수익을 냈다. 3년 수익률도 29.47%로 성과가 좋았다.
▶中 수요 둔화 대비 명품
‘디지털라이제이션’ 주목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장기간 유럽 명품 업종의 주가상승을 견인했던 ‘중국발 수요성장’ 모멘텀의 급속한 둔화를 경계하고 있다. 향후 유럽 명품 업종의 주가 흐름은 중국인들의 수요만으로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확산과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의 소비 심리 둔화로 명품주들이 고전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지적은 설득력을 얻는다.
증권업계에서는 명품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디지털라이제이션’을 꼽고 있다. 미래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데 인구구조 변화에 기반한 디지털라이제이션이라는 새로운 축이 과거 중국이라는 성장의 축을 대체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노동인구에 진입하며 주도적인 경제력을 보유함에 따라 베이비부머를 대신해 본격적인 글로벌 소비 인구로 등장한 결과다.
삼성증권이 인용한 베인 알타감마(Bain Altagamma)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시장에서 밀레니얼·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추산된다. 업종 성장 기여도의 85%가 이들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명품 브랜드 기업 매출에서 밀레니얼·Z세대의 기여도는 이미 브랜드별로 30~5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기준 구찌와 프라다는 매출의 50%, 루이비통은 3분의 1, 생로랑은 65%가 밀레니얼 세대에 의해 판매됐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2000년대 생인 포스트밀레니엄(Z세대) 세대가 소비력을 갖게 되는 시점부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중 50% 이상으로 더욱 높아질 것임은 분명하다”며 “소비 세대의 교체는 기존 세대 중심으로 고객 타깃이 맞춰져 있던 기업들에게 전통적인 전략에서의 탈피라는 과제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웨이보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밀레니얼·Z세대의 소비를 결정하는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라는 평가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일종의 구전효과는 이미 미디어 수익 가치로 확인되며, 기존 명품의 마케팅 수단을 빠르게 대체하는 중이다.
가령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증가율은 매출 증가율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며, 브랜드 파워와 주가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명품 구매 채널 역시 다변화되었으며, 2025년에는 온라인으로 명품 구입을 하는 비중이 전체의 4분의 1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 디지털 채널 도입의 과도기에서 앞장설 수 있는 기업,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로 성장성을 이어 나가는 명품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증권은 소셜미디어 모멘텀이 있거나, 다변화된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우위를 확보한 기업, 디지털라이제이션에는 소극적이나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구글 트렌드나 인스타그램 동향에서 강점을 보유한 기업으로는 케링이, 높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파워확대, 채널투자 확대 경쟁 우위를 보유한 기업으로는 LVMH가 꼽힌다.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으로는 에르메스를 주목하고 있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명품 산업의 소비 특성상 가까운 시간 내에 오프라인 채널의 완전한 온라인 채널 대체는 불가능하다”며 “기존 매장 재투자, 팝업 스토어 등 옴니채널 형태로의 변화가 필연적이고, 이에 따라 온·오프 양 채널에 동시 투자가 가능하며 선제적인 투자가 가능한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높은 자본력을 통해 M&A를 통한 브랜드 파워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 규모가 큰 기업은 경쟁우위를 가질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