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비대면 자산관리시장... 은행·증권·자산운용까지 ‘내 손 안의 PB서비스’ 경쟁
박지훈 기자
입력 : 2019.04.01 14:47:59
수정 : 2019.04.01 14:48:28
비대면 자산관리 시장에 또 하나의 둑이 열렸다. 그동안 투자일임에만 허용됐던 비대면 계약이 영상통화로 설명의무를 이행하면 특정금전신탁의 경우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바뀔 예정이다.
지난 3월 1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현장혁신형 자산운용산업 규제개선안’ 설명회 내용에 따르면 공모펀드 등의 자산운용업 관련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현장 애로사항을 반영한 50개 규제 개선안을 내놨다. 그중 이러한 비대면 특정금전신탁 설명의무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신탁(信託)’은 은행·증권·보험회사 등 신탁업자와 투자자(위탁자) 간의 신임 관계에 기반한 일대일 계약이다. 이 때문에 신탁업자는 위탁자에게 거래 내용을 충실히 설명하고, 위탁자의 지시를 기반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현행 자본시장법(시행령 제104조)은 신탁업자가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체결하거나 금전의 운용방법을 변경할 때 위탁자의 자필서명 내지 기명날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사용 활성화 등 비대면 방식으로도 계약 내용에 대한 설명과 운용 방법 변경이 가능한 만큼, 대면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금융위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영상통화로 위탁자에게 특정금전신탁의 계약 내용을 설명할 수 있고, 위탁자(투자자)가 운용대상 종류나 비중, 위험도 등을 온라인상에서 기재할 수 있다면 자필서명 의무를 예외로 두기로 했다.
이렇듯 투자일임을 넘어 특정금전식탁의 온라인 가입이 가능해지며 비대면 자산관리 시장의 금융투자업계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시작된 비대면 고객유치 전쟁
은행들 경쟁적으로 서비스 개편
은행권은 이미 비대면 채널 강화 전쟁에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경쟁을 넘어 비대면 채널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상품과 이벤트 등을 마련해 고객들 시선을 ‘내 손 안의 은행’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지방은행들도 비대면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채널 개선에 시동을 걸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국내 4대 은행은 인터넷 또는 모바일로 서비스에 가입하면 개인의 금융 관리 성향과 잘 맞는 추천 상품 4~5개가 5분 안에 제시된다.
먼저 KB국민은행 지난 12월 비대면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자산관리 #(샵)’을 출시했다. 이전까지 펀드추천 또는 가계부 역할로 한정됐던 비대면 자산관리서비스를 개편해 자산·지출·미래·Play Asset 등의 4가지 메뉴로 확대했다. 자산메뉴에서는 나의 자산 현황뿐만 아니라 고객데이터를 기반으로 비교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월 저축률-최근 2년간 가장 많이 가입한 상품-미보유 상품군 등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구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지출메뉴는 지난달 사용금액 비교, 소득 대비 지출 비용, TOP3 소비분야 등 절약이 필요한 항목을 집중 점검해 볼 수 있다. Play Asset은 자신이 보유한 상품의 수익률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고 참여자 간 상품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이다. 분기마다 수익률을 초기화해 현재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선택한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펀드 자동환매 서비스, 연금수령신청과 연금저축펀드계좌 해지, 변액보험과 주택화재보험 등 영업점에서만 신청하고 가입할 수 있던 은행 업무를 온라인에서 직접 할 수 있도록 했다.
KB국민은행의 ‘자산관리#’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자산관리는 자산규모를 일정 이상 갖춰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이번 ‘자산관리#(샵)’ 오픈을 통해 10만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생활 속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아 고객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12월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통해 모바일 환경에서도 맞춤형 자산관리가 가능한 신개념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SOL Rich(쏠리치)’를 출시했다. 특히 쏠리치는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를 넘어 투자전문가들의 직관을 결합해 은행권 최초로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중은행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엠폴리오(M-Folio)를 상용화한 바 있는 신한은행은 과거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예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IPS본부 투자전문가들의 시장예측과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분석결과를 결합했다.
사용자가 보유한 상품현황을 매일 진단하고 펀드상품, 자산배분 비중의 쏠림정도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추천받을 수 있고 사후관리까지 가능하다. 그동안 오프라인 채널에 한정되었던 PB서비스가 일부 온라인에서 가능해진 것이다.
퇴직연금 자산관리 역시 쏠리치에 담았다. 독자적인 퇴직연금 자산배분 프로그램인 ‘신한 글라이드 패스’를 개발해 고객의 은퇴시점을 고려한 연령에 따른 자산배분기준을 제시해준다.
글라이드 패스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그리는 경로를 의미하는 것으로, 투자자의 퇴직연금을 사회 초년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주식 비중을 낮춰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번에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 이밖에 챗봇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담하고 포트폴리오 제안을 받을 수 있는 쏠리치 챗봇 서비스도 포함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향후 쏠리치의 멀티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더욱 정교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프라인 채널에 손색없는 최적의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쏠리치의 상품군을 확대 적용해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비대면 영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비대면 자산관리에 특화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투자성향에 맞는 펀드를 추천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우리 로보 알파’를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사용자의 투자성향을 반영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데 그치지만 향후 은퇴·교육·결혼·여행·주택구입 등 투자목적과 지역, 투자금액, 기간 등을 반영해 보다 세심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시황과 시장 전망을 반영해 펀드 상품 변경이 필요하면 ‘알람 신호등’ 화면,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수시로 안내한다. 필수서류 열람도 16단계에서 6단계로 간소화하고 메뉴도 단순화한다.
KEB하나은행은 알고리즘 자체 기능을 개선해 ‘하이 로보’의 시장 예측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연금 하이 로보에 연계된 연금 포털 서비스도 완전히 새롭게 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기존에 출시한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벤트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NH스마트핌은 농협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에서 비대면 자산관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자산설계, 연금설계, 투자설계, All100플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산설계는 연령별로 최적 자산배분안을 추천하며 연금설계는 고객이 퇴직금만 입력하면 적정 연금수령액과 기간, 절세효과 등을 알려준다. 투자설계는 투자성향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 ‘NH로보-Pro’와 NH농협은행의 포트폴리오 전문가들의 펀드·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은퇴설계 자가진단 서비스인 All100플랜은 은퇴시점의 개인별 상황에 맞춰 필요자금과 준비자금을 설계해 준다. NH농협은행은 올 6월까지 투자설계 서비스를 통해 펀드와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설계를 받은 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커피상품권과 영화예매권 등을 제공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의 모바일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 유치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며 “특히 오프라인 PB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서민이나 젊은 자산가, 지방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경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증권업계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일임
경쟁 본격화
증권업계의 비대면 자산관리 시장진출은 은행보다 더 이른 시점에 시작됐다. 이전까지 영업점에서만 가입이 가능했던 일임계약이 지난해 6월부터 비대면 설명의무가 허용돼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운용성과를 1년 6개월간 공시하고 자본금 요건을 충족하면 일임 계약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자체 알고리즘을 적용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을 적용한 자산관리 서비스는 물론 모바일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 투자 정보를 담은 온라인 전용 콘텐츠 제작 등 서비스 유치경쟁 방법도 다양해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8월 ‘로보포트(Robo-Port)’와 ‘로보픽(Robo-Pick)’ 서비스를 오픈한 바 있다. 이 서비스는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산관리를 도와준다. 로보포트는 투자자문사의 포트폴리오를 추천받고 투자자가 원할 시에는 즉시 주문까지 가능한 모바일 전용 자산관리 서비스다. 고객이 로보포트 내 상품별 최소 가입금액을 확인한 후 온라인으로 자문 계약서비스에 가입하면 메시지를 통해 포트폴리오 자문을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다. 주문도 즉시 처리 가능하다.
미래에셋대우의 ‘로보포트’
이외에 전문 자산관리자의 사후관리 프로세스를 온라인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GPS(Global Portfolio Solution)’도 탑재됐다. GPS는 투자목적, 소득, 투자 경험 등 몇 가지 질문을 통해 투자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현재 시장을 고려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서비스다. 보유 자산이 있을 경우 기대수익, 위험, 투자 효율성 등이 포함된 포트폴리오와 비교 및 분석해 결과를 보여준다. 계좌 단위뿐 아니라 고객이 보유한 전체자산의 기대수익, 위험, 투자 효율성, 분산투자 정도에 대한 포트폴리오 진단을 이미지와 차트로 제공한다. 아울러 포트폴리오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실시간 분석하고 평가하는 사후관리 시스템도 함께 적용된다.
KB증권은 주식·금융상품 등 문의사항을 미리 모바일로 상담 신청해 전문 PB의 전화 및 대면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오픈했다. 눈에 띄는 특징은 고객외연을 확장한 것이다. KB증권 고객이 아니더라도 ‘M-able’ 앱을 설치하면 누구나 PB상담예약을 신청할 수 있다. 전국 100여개 지점 중 원하는 지점과 날짜,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상담예약일은 다음날부터 2주 이내까지 가능하다.
이외에 하이투자증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과 간편 이체, 간편 주식 등 편의성을 대폭 강화한 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힘(Hi-M)’을 출시했다. 새로운 MTS인 ‘힘’은 기존 MTS였던 스마트하이플러스를 보완해 주식·펀드의 손쉬운 매매절차는 물론 간소화된 계좌 개설, 간편이체 기능을 추가하는 등 계좌 개설부터 입출금까지 원스톱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NH투자증권은 모바일로 가입이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Wrap)를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한 2개의 일임형 랩은 모두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에 의해 운용되는 서비스로 고객 계좌별로 투자 목적과 성향에 맞게 자산 배분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시장상황에 대응해 정기·수시 리밸런싱 운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GBI 시뮬레이터
모바일을 통해 자산관리를 원하는 젊어진 투자자들의 성향에 맞게 다양한 방식의 투자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습도 최근 변화된 트렌드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3월부터 신한금융투자 프라이빗뱅커(PB)들이 출연하는 ‘금요주식회’를 통해 최근 주식시장 트렌드와 투자포인트를 알려준다. 콘텐츠 주제는 1주일 전에 사전 공개하고 투자자들의 질문을 미리 접수 받아 PB들이 출연해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주식투자 포인트를 짚어주는 방식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SNS를 통해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진행했다. 증권사들이 실시간 방송을 해온 것은 오래된 콘텐츠지만 이번 삼성증권의 시도는 투자자 또는 시청자들과의 양방향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는 점에 차별점이 있다. KB증권의 김두언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보고애’(보고서 읽어주는 애널리스트)라는 제목으로 기존 보고서에 음성파일을 함께 발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고객유치와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운용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선도적으로 비대면 자산관리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월 7일 새롭게 리뉴얼한 홈페이지를 통해 첨단 금융공학 기술을 적용한 온라인 재무설계 플랫폼을 선보였다.
투자자가 자신의 나이와 투자기간과 금액, 재무목적 등을 입력하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달성확률과 함께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시스템이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대비 2~3배 높고 은퇴 후 노후자금 마련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누구나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적기반투자(GBI) 시뮬레이터 플랫폼에서는 투자자의 재무상황은 물론 경제의 호황, 불황 등 다양한 시장상황을 반영해 투자목적에 따른 달성 확률을 산출할 수 있다.
시뮬레이터는 약 3300여 시장 상황 시나리오를 분석해 경제의 호황과 불황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확률을 제공한다. 달성 확률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기간별 자산 보유 비중과 펀드 포트폴리오도 추천해준다.
새롭게 선보이는 삼성펀드와 KODEX 홈페이지는 고객의 효과적인 재무설계를 돕는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다. 삼성펀드 홈페이지의 ‘펀드 계산기’ 메뉴에서는 특정 펀드에 투자했을 때를 가정해 투자성과를 미리 계산해볼 수 있다. ‘삼성펀드맵’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모든 펀드 라인업을 자산, 스타일, 투자지역 등의 기준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보여줘 펀드 투자자의 편의를 더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지난 12월 핀테크 스타트업 베라노스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GBI 자산관리 기술협력을 지속해왔다”며 “앞으로도 금융공학을 접목한 재무설계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