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펀드 시장이 다소간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OSPI 시총 대비 ETF 자산의 비중은 지난 4월 1.8%까지 늘어났고 KOSPI 대비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13.4%에 이른다. 거래의 용이성과 자연스러운 분산투자 효과로 안정적인 수익추구가 가능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자산 규모에 비하여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다양한 상품 출시 등으로 투자자금 유입에 한몫하고 있다. ETF 유형은 순자산 기준으로 국내 주식 57.4%, 국내 채권 21.3%, 레버리지/인버스 13.4%, 해외자산 7.2% 등으로 국내 주식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일평균 거래 대금 기준으로는 국내 주식이 35.4%, 채권 10.2%, 레버리지/인버스 46.7%, 해외자산 7.3%로 레버리지/인버스의 비중이 자산 규모에 비하여 높다. 순자산 기준으로는 시장 대표형 유형,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레버리지/인버스 유형이 가장 크다.
▶진일보한 스마트베타형 수익률 好好
‘박스피’.
최근 몇 년간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 붙인 별명이다. 저성장, 저금리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투자 수익률마저 낮아져 노후를 위한 자산을 모으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스마트 베타’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 베타’ 전략은 최근 수년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투자전략이다. 지난해 스마트베타 ETF는 글로벌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특히 몇 해 전부터 스마트베타 ETF를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관련 상품이 많이 출시됐다. 성과가 양호하고 일반 액티브 펀드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분산투자가 가능한 투자전략이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스마트베타펀드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이 다양한 스마트베타 ETF를 운용하고 있으며 한국거래소는 S&P와 공동으로 스마트베타 지수를 개발하여 관련 상품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스마트베타 펀드에는 주로 기업의 배당성향과 성장성, 변동성, 내재가치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과 한화자산이 4가지 전략의 스마트베타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삼성자산은 지난 4월에 스마트베타펀드를 출시했다.
‘스마트 베타’ 전략이 각광을 받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성과가 일반 펀드에 비해 양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차별화된 업종별 성과 덕이 크다. 실제 코스피지수를 구성하는 각 업종별 성과는 서로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2015년 시장 전체 수익률은 제자리에 가까웠지만 건강관리 섹터는 100% 이상, 생활소비재 섹터는 3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 수익률 산정의 기간을 연간에서 분기나, 월간 등으로 더욱 좁힐수록 뚜렷하게 관찰된다. 이런 이유로 시가총액 비중대로 투자하는 전통적·수동적 방식에서 벗어나 섹터 간 적극적인 투자 비중 조절로 수익을 창출하는 ‘스마트 베타’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략별로 상이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 배당형과 가치형, 로우볼 등이 시장 평균보다 우수한 성과를 시현하고 있다. 양호한 성과가 이어지면서, 투자자금 유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덱스? 액티브? 혼합형 전략 구축
스마트베타의 전략적인 특성은 전통적인 2가지 투자방식의 중간적인 위치에 있다. 시장의 흐름을 주로 따라가는 방식의 인덱스 전략이나 펀드매니저의 직관과 분석에 의존하는 액티브 전략이 혼재된 방식이다. 시장의 비효율성을 가정해 투자자의 선택에 따른 초과수익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전통적인 액티브 자산운용과 인덱스의 수익률을 복제하는 패시브 자산운용의 중간적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 투자방식은 비록 액티브 펀드라 할지라도 상당 부분 시가총액 비중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즉 유망하진 않더라도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나 업종은 일부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스마트 베타형’ 투자 상품은 각각 특정한 전략에 기초해 시가총액 비중과 달리 투자된다. 따라서 주가 상승 시 시가총액이 큰 주식을 많이 보유할 수밖에 없는 전통적 펀드의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지수만을 추종하는 인덱스와 달리 비가격적 요소를 가중치로 활용해 지수를 구성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보다 나은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창출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최근 액티브 운용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 심화와 위험관리에 대한 관심 증가로 점차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포트폴리오의 위험조정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특정 전략에 대한 의존보다 경기 순환에 따른 자산 배분 전략이 필요하다.
스마트베타는 시가총액으로 가중한 전통적인 인덱스나 포트폴리오 대신 기업의 내재가치나 배당수익률, 변동성 등을 매수매도의 가중치로 활용해 지수를 구성하고 추종함으로써 보다 나은 위험 대비 수익률을 창출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기존 지수 대비 가중 지수에 비해 초과수익률을 추가한다는 측면에서는 액티브 전략과 유사하나, 특정 원칙을 기반으로 인덱스를 구성해 예측과 판단이 필요치 않고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패시브 전략과도 유사하다.
이전에 없던 ‘혼합형 투자전략을 차용한 만큼’ 면밀한 정의가 어려워 보통 패시브 전략으로 분류하나 해외에서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Alternative Beta’ 등으로 명명하며 액티브 투자로 간주하기도 한다.
▶기관투자자, 글로벌 운용사도 군침
자본시장이 점차 안정화되고 운용 수단이 발달하며 시장수익률 대비 초과성과(알파)가 다양한 베타 전략에 의해 구현될 수 있게 되면서 스마트베타의 활용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베타 펀드 시장은 2000년대 초반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뮤추얼펀드보다는 주로 ETF방식을 통해 운용된다. 기관투자자들은 전통적인 ETF와 액티브 운용 포지션을 보완하고 대체하기 위해 스마트베타 ETF 활용을 늘리고 있다. ETF를 활용하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3분의 1 이상은 스마트 베타 ETF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 뱅가드 등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도 차세대 전략상품으로 스마트베타펀드를 육성하는 추세로 2014년 미국에서 출시된 205개의 ETF 중 스마트베타의 비중은 32%에 달한다.
2015년 2월 기준, 전 세계 스마트베타 펀드 운용규모는 6065억달러로 이중 ETF 운용규모가 4520억달러이며 전략별로는 배당·가치·성장 전략이 주도하고 있다.
주가지수의 기능이 단순히 시장의 움직임을 추종하기 위한 목적에 그치지 않고 인덱스펀드, ETF 등 지수 연계 금융상품 개발을 위한 기초자산으로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프리미엄을 창출하기 위한 지수의 출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총 가중지수 대비 초과성과가 기존에는 액티브 매니저에 의해 창출되는 부가가치로 간주되었지만 대체 지수들의 등장으로 시스템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된 것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고 있는 금리 환경에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한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수익률 제고를 위해 다른 전략이 필요한 기관투자자들의 스마트베타 전략 활용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스마트베타 투자 유의점은?
전통적인 전략을 효율적으로 ‘버무려’ 우수한 수익률을 시현하고 있는 스마트베타전략은 현재 ETF와 랩어카운트 상품 등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아직까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투자금이 크게 유입되고 있진 않지만, 기관투자자·고액자산가 중심의 대체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품구조가 시장의 비효율성을 활용하도록 설계된 지수를 대부분 수동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단기 의사결정이 필요 없다. 적극적 관리 전략에 비해 비용이 적게 소요됨에도 상대적으로 시장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스마트베타 상품에 투자하기 전 몇 가지 유의 사항을 당부했다.
먼저 저비용 ETF와 비교해 스마트베타 전략을 채용할 경우 숨겨진 거래비용이나 리스크도 상존한다. 지수 내 비중을 맞추기 위해 포트폴리오 내 자산회전율이 높아질 경우 거래 비용이 늘어나는 형태인데 이는 성과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력한 전략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라이선스 비용이나 관리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소형주나 가치주에 대한 비중이 확대되는 구조인 스마트베타의 경우 결국 시장 포트폴리오, 즉 단순 베타전략보다는 높은 리스크를 감내해야 함을 의미한다.
스마트베타 펀드는 각 펀드별 전략이 상이하고, 운용 노하우에 따른 성과의 차이가 큰 만큼 투자자의 위험선호와 투자 목적에 따른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특정 전략에 많은 자금이 유입될수록 그로부터 창출할 수 있는 프리미엄은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후발주자들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즉 특정 전략에 대한 펀딩이 증가할수록 편입된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고, 결국 그 자체가 시장포트폴리오에 근접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스마트베타 상품에 투자하기 전 기대하는 수익률이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부담해야 할 위험은 무엇인지 해당 전략이 가격 대비 합당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 검토도 필요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스마트베타전략 역시 주식시장의 흐름과 별개로 움직일 위험이 있고, 세부 전략이 상품별로 각기 다르기 때문에 단일 상품에 집중 투자하기보단 자산 배분 차원에서 일부 편입하는 것이 수익률과 안정성을 둘 다 챙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