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며 자수성가에 성공한 자산가 백수르 씨(62세·가명)는 최근 걱정이 태산이다. 한평생 앞만 보며 재산을 늘리는 데 몰두한 나머지 상속증여에 대한 어떤 전략도 세우지 못한 까닭이다.
‘죽을 때까지 재산을 들고 있어야 자녀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다’라는 주변사람들의 귀띔을 위안 삼아 애써 상속문제를 외면해 온 것도 사실이다. 국내 정서상 상속이나 증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도 한몫했다.
그러나 최근 백씨는 은행PB센터에 방문해 상속증여 관련 상담을 받은 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을 알았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으로 묶여 장기적인 상속계획이 없을 경우 자칫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백씨가 소유한 재산목록을 살펴보면 먼저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기준시가 12억원 상당)와 강남에 50억원 상당의 빌딩(20년 전 취득, 취득가액 모름, 월세 1200만원, 임대보증금 5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상업용 오피스텔(약 5억원에 취득, 월세 120만원 수령 중)을 3년 전에 분양받아 보유 중이다. 백씨가 보유하는 자산들의 상속증여재산평가액은 약 67억원 상당으로 어떤 재산을 자녀들에게 먼저 증여할지 고민 중이다.
오를 만한 부동산부터 아낌없이 던져라
왜 먼저 주는 것이 유리할까? 내가 죽으면 어차피 배우자나 자식들에게 상속이 이뤄지는데 굳이 먼저 증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국내법상 상속세율과 증여세율은 동일하고 10~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것도 똑같다. 다른 점은 시기다. 상속세나 증여세 모두 상속 개시일로부터 10년 전까지 받은 모든 재산을 과세대상에 포함하기 때문에 상속이나 증여 모두 ‘빨리’ 할수록 세금을 덜 내게 되는 것이다.
구조적으로만 보면 증여가 상속보다 세 부담이 적다. 증여세와 상속세를 계산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상속세는 사망한 자산가(피상속인)를 중심으로 사망일 현재 모든 재산과 사망일부터 소급해 10년(상속인 외의 자는 5년)간 증여된 모든 재산이 합쳐져 상속세로 계산된다. 반면 증여세는 주는 사람(피상속인)이 아닌 받는 사람(상속인) 입장에서 계산된다.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금액이 낮을수록 세금이 적어지므로 결과적으로 가능한 이른 시점부터 빨리 여러 사람에게 ‘쪼개서’ 증여할 경우 세금을 가장 적게 낼 수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 사전 증여를 통해 절세효과를 보려는 백씨는 그렇다면 어떤 전략을 통해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까?
부동산을 증여할 때 수익용 부동산(상가, 빌딩)을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거주 중인 아파트는 후순위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파트의 경우에는 유사매매 사례가액이 있는 자산이므로 사실상 현금과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백씨가 자녀에게 먼저 증여할 자산으로 강남 소재 빌딩과 상가형 오피스텔을 검토해볼 수 있겠다.
빌딩과 오피스텔의 증여 순서를 고려할 경우 미래가치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향후 가격이 오를 만한 부동산을 먼저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증여세 신고 시 세법 평가상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자산을 먼저 증여함으로써 이후의 가치 상승분을 자녀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절세 비법이다. 또한 부동산은 시세와 기준시가를 비교할 때 기준시가가 낮기 때문에 이를 통해 증여받는 것이 유리하다.
빌딩의 경우 기본적으로 최소 몇 십억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녀에게 증여 시 일괄적으로 증여하는 경우 세금부담이 크기 때문에 횟수를 분산해 과세표를 낮춰 낮은 세율로 세금을 절세할 수 있다.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 부동산 증여 시에는 단순증여가 유리한지, 부담부 증여가 유리한지를 비교하고 검토해 봐야 한다. 특히 강남소재 빌딩 100% 지분 모두를 배우자 및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것이 꺼려지는 경우에는 일부 지분에 대해서만 부분 증여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거주주택 증여는 현금흐름 감안해야
마지막으로 거주 중인 아파트의 경우 현재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봐야 한다. 다른 금융재산이 없고 사망 시까지의 현금소진을 위한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주택 양도를 검토할 수 있다.
백씨가 1주택자(2년 이상 보유)이고 다른 주택이 없는 경우 본래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나 실거래가액이 9억원을 초과하므로 양도세를 납부할 금액이 발생된다. 따라서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더라도 상속 전에 아파트를 매각하고 사망 시까지 아파트 매각자금을 소비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만약, 아파트를 매각할 의사가 없고 상속으로 자녀 세대에게 이전하고자 할 경우에는 동거주택상속공제(상속주택가액의 40% 100% 상향 예정) 요건을 충족한 자녀에게 상속받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동거주택상속공제는 4억8000만원까지 공제 가능하고 개정안에 따르면 5억원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따라서 재건축, 재개발등의 호재가 없어 아파트의 상승가치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상속으로 끌고 가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부동산 증여순서를 정했다고 하더라도 10년 단위로 나누어 증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속인에게 증여 시 10년 이내 증여재산은 상속재산에 합산되며(증여자와 수증인이 일치하는 경우), 상속인 이외의 자(손주, 며느리, 사위)에게 증여 시에는 5년 이내 증여재산이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따라서 백씨가 배우자에게 과거 10년 동안 사전 증여한 재산이 없다면 6억원의 공제한도를 활용하여 증여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확 바뀐 상속증여제도 한눈에 보기1. 효도 권하는 세법개정
자식이 부모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공제혜택이 커졌다. 현재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5000만원까지 공제됐지만 거꾸로 자식이 부모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3000만원으로 적은 수준이었다.
지난 8월 세법개정안에서는 자식이 부모에게 증여할 때 증여재산공제를 5000만원으로 인상했다.
2. 사촌 이상도 배려하자
현행 세법은 기타 친족 간에 재산을 증여할 경우 증여재산공제액은 500만원이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한도가 1000만원으로 인상됐다. 시행 시기는 2015년 1월 1일 이후 증여하는 분부터 적용된다.
3. 부모님 모시면 혜택을 볼지니
현행규정은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10년 이상 동거하고, 상속 개시일부터 소급하여 10년 이상 1가구 1주택이고 상속 개시일 현재 무주택자가 상속받는 경우 5억원을 한도로 주택가액의 40%를 공제해주고 있다. 개정 세법안에서는 상속주택가액의 100%로 전액 공제해주고있 으나 한도는 5억원으로 동일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동거 상속인은 대부분 배우자인데 직계비속에 한정하여 공제를 해준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 조항 역시 2105년 1월 1일 이후 상속분부터 적용된다.
4. 금융재산상속 혜택 150% 인상
현행은 금융재산이 있는 상태에서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금융재산상속공제 한도는 2억원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금융재산상속공제 한도를 3억원으로 공제한도 폭을 넓히되, 차명금융재산을 상속세 신고기한 내에 미신고하는 경우 금융재산 상속공제를 제외하는 것으로 신설했다. (2015년 1월 1일 이후 상속분부터 적용)
5. 중소기업CEO 숨통 트였다
가업 상속공제는 상속이 개시된 후에 상속인(자녀)이 가업을 승계 받는 경우 가업영위기간에 따라 상속세 혜택을 주고 있는 제도. 현행 가업 영위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100억원, 15년 이상인 경우 300억원, 20년 이상인 경우 500억원 한도로 혜택을 주고 있다 .
현행 기업의 요건은 매출액 3000억원 이하의 중견기업이 해당되나 개정세법 안에서는 매출액 5000억원 이하로 대상 폭을 넓혔다. 가업상속 시 피상속인은 10년 이상 계속하여 사업을 경영하고 일정기간 이상(가업기간 중 50% 이상 또는 상속 직전 10년 중 5년 이상대)표 이사로 재직해야 한다.
지분보유 요건은 최대주주가 특수 관계자 포함해서 지분비율 50%(상장기업 30%) 이상이어야 가업상속이 가능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피상속인이 5년 이상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지배주주로서 1인 지분비율이 25% 이상인 경우에도 가능한 것으로 피상속인의 요건을 완화했다.
6. 가업주식 증여 쉬워진다
현행 부모(60세 이상)가 자녀(18세 이상)에게 가업주식을 증여 시 30억원 한도로 5억원 공제 후 10% 세율 로 과세하고 연부연납(세금을 나눠 냄)을 배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 세법안에서는 특례 한도를 100억원으로 확대하였으며 증여세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20%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절세 폭을 늘리며 5년간 연부연납을 허용했다. (2015년 1월 1일 이후 증여 분부터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