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돈, 일하게 하라` 낸 박영옥 스마트인컴 사장 | 가난한 채 살고 싶다면 투자하지 말라
입력 : 2014.09.26 16:21:02
“돈이 돈 버는 시대엔 투자해야 한다. 투자하지 않으면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다. 우리 부모들은 진짜 열심히 일했는데 왜 팍팍하게 살아야 했나. 세상의 틀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근검절약만으로는 안 된다. 돈이 일하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돈, 일하게 하라>라는 책을 낸 박영옥 스마트인컴 사장은 새 책의 내용을 묻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자신의 지론을 쏟아냈다. 주식에 투자하면 자기처럼 부자가 될 수 있는데 왜 그 길을 마다하냐는 것이다.
박 사장은 사실 힘들여 책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을 모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나타난 그의 보유주식 시장가치는 올해 상반기에만 550억원 이상 늘었다. 그것도 의무적으로 공시를 해야 하는 지분율 5% 이상 종목만 따져서 그 정도다. 공개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전체 주식가치는 훨씬 많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지금은 1500억원이 넘는 거액 자산가가 됐지만 그에게도 힘든 시절은 있었다. 증권사 지점장이었던 그는 외환위기 때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살던 집까지 팔아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주고 길거리로 나앉았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그때 남은 4000만원으로 직접 주식투자를 시작한 게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이다.
그만하면 편히 지내도 될 것 같은데 그는 쉬지 않고 책을 썼다. 2010년에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라는 책을 낸 데 이어 이듬해 <얘야, 너는 기업의 주인이다>, 그 이듬해는 또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2012년)>라는 책을 냈다. 그러고 나서 좀 쉬고 싶다고 했는데 그 사이를 못 참고 또 한 권의 역작을 내놓았다. 보유자산이 눈덩이처럼 커져 조금만 굴려도 일 년에 수백억원씩 불어날 터인데 그는 왜 힘들여 책을 쓸까. 한국의 인세를 생각하면 책 쓰는 것은 거의 날품팔이나 다름없을 만큼 힘든 노동인데다 그나마 인세마저 어려운 이들에게 기부한다면서.
돈이 일해야 부자 되는 세상
박 사장은 주식투자를 장려하는 게 이젠 소명처럼 됐다고 웃었다.
“가끔은 ‘나는 자본가인데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까. 한량처럼 살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건 가치 있는 삶이 아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이 아닌가.”
전 국민이 주식에 투자해 보다 나은 삶을 살도록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특히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개인들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인생이 길어져 월급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게다가 제도권 금리는 바닥 아닌가. 투자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다. 그런데도 한국 사람들은 얼마 안되는 금융자산마저 대부분 은행예금이나 보험에 넣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시장을 제대로 알리고 건강한 투자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자본의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박 사장 역시 지금 돈 버는 곳은 기업밖에 없는데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그 많은 이익이 대주주와 외국인 몫이 된다고 지적했다.
“2000년 국민총소득 중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기업소득 비중은 10%였다. 그런데 2010년엔 이 비중이 76%대 24%로 바뀌었다. 기업 소득은 그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가계소득은 정체되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이 주식을 멀리하다보니 한국 주요기업이 번 이익의 상당액을 외국인이 가져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주요기업 배당의 38%를 외국인이 가져가고 있다. 그만큼 재투자가 안 된다.”
전문가 집단이 국민 호도
박 사장은 “우리 사회가 주식투자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운 사람일수록 주식투자에 부정적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도자라고 한다. 증권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그렇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국민들은 재산증식 수단으로 부동산만 생각했고 그게 오늘날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부동산에 온 국민의 재산이 편중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많이 개선됐다는데도 아직 자산의 73%가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23%에 불과하다. 그나마 금융자산도 수익을 제대로 못내는 은행예금이나 보험에 집중돼 있다.”
그는 “집은 그냥 집일뿐”이라며 집으로 재산을 늘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15년 전엔 나도 샐러리맨이었다. 지금은 40개 이상 기업의 주인”이라는 그는 “자본시장(주식시장)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서민의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와 무관하게 좋은 기업에 맡기는 게 자산을 늘리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외환위기 때 바닥에서 시작해 9·11 때 자립했고 2008년 금융위기 때 급성장했다. 또 유럽 재정위기 때 다시 급성장했다. 경기가 좋건 나쁘건 기업활동은 계속된다. 이 때문에 자금을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기업에 맡기면 더 커진다.”
정보 의존하는 증권사 돈 못 벌어
그렇다면 어떻게 주식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그는 “기회로 취득하면 독이 된다”며 절대로 정보로 사지도 말고 작전을 엿보지도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증권사 직원이 왜 돈을 못 버는지 아나. 옛날 증권사 있을 때 (시세표의) 신라교역부터 시작해 자동차보험까지 전 종목을 들여다보면 다 벌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장사꾼이다. 주식투자는 주가가 아니라 그 밑에 숨은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걸 모르기 때문에 돈을 못 버는 것이다.”
그는 주식이 오른다고 생각하면 탐욕과 공포가 생겨 투기를 하거나 조급하게 손실을 보고 팔게 된다며 농부의 마음으로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농부가 씨앗을 뿌리고 추수할 때를 기다리듯 될 만한 기업에 투자한 뒤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얘기다.
“워런 버핏은 평생 투자할 기업 아니면 단 10분도 가지고 있지 말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평생 내가 사업하고 싶다는 기업에만 투자한다.”
그러면서 기자에게도 “아름다운 자본시장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이젠 기업만이 성장하는 시대다. 남은 인생 기업에 투자해 함께 누려야 하지 않겠나. 이 세상에 좋은 친구 몇 명과 건강, 동행할 기업 몇 곳만 있으면 인생은 행복할 것이다. 좋은 기업 5곳만 찾아라.”
박영옥의 주식투자 성공 규칙
그는 한두 번 성공하더라도 결국 실패하는 사람이 많다며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1. 주인의식이 있어야 한다. ‘내 회사 내 사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삼천리나 대동공업을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한다. NH농협증권이나 HMC증권 등에도 투자했는데 내 회사라고 여기고 감시한다.
2. 쉽게 사고팔지 않는다. 안 될 사업엔 투자하지 않는다. 이 사업은 해보고 싶다고 할 때 관심을 갖고 오래 분석한 뒤 투자한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3. 동행과 소통을 한다. 돈은 시간이 벌어주는 것이다. 자기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니다. 오래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기업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4. 자산을 늘려야 돈을 벌 수 있다. 당장 팔아서 얼마를 남기겠다고 하면 돈을 벌 수 없다. 증권사가 아니라 금융투자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5. 데이터만 보지 말고 현장을 보아라. 투자할 회사가 우리에게 필요한 회사인지 확인해야 한다. 진짜 필요한 회사라면 외부변수가 어떻게 변하든 진득하게 기다릴 수 있다.
박 사장은 이번 책에서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비법 7가지도 제시했다. 그 중에서 ‘장기투자는 없다’라는 대목이 솔깃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대부분 장기투자를 하라고 주장하는 것과 배치되는 것 같은데 사실 그게 아니다. 지속적으로 성장할 기업이라면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 투자할 수 있지만 성장 사이클이 끝난 기업이라면 이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투자한 종목 가운데 고려제강, 대동공업 등 30 종목에 대해 왜 투자를 했는지 설명했다. 기업을 어떤 식으로 보아야 할지 제시한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아니더라도 생활에 꼭 필요한 1등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 성과를 공유하면 선진국 시민으로 잘살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