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못 받았던 혜택을 몰아서 받은 느낌입니다.”
대기업 영업부 과장 A씨(44)는 최근 연회비 1만~7만원인 카드 4장을 가위로 잘랐다. 여러 장의 카드계약을 해지한 대신 연회비 20만원의 매스티지(Masstige)급 카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매스티지는 대중을 뜻하는 매스(mass)와 특권을 의미하는 프레스티지(prestige)의 합성어로 카드업계에서는 연회비 100만~200만원의 VVIP카드와 연회비 1만~2만원인 카드의 중간지대에 있는 프리미엄급 신용카드를 의미한다. A씨의 경우는 잘 쓰지도 않는 대중교통 할인이나 좀처럼 가기 힘든 커피숍, 영화관 등에 카드 혜택이 몰려 있는 데다 포인트 적립률도 낮고 카드별로 사용액이 분산되어 제대로 된 주유 할인도 받기 힘들었다. 이전보다 연회비는 6만~7만원 늘어났지만 혜택은 몇 배로 돌아왔다.
A씨는 기본 제공되는 특급호텔 식사권으로 기념일에 아내와 오붓한 식사를 즐겼고 기프트권으로 받은 국내 왕복항공권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해외출장을 떠날 때마다 공항 라운지와 공항철도, 리무진 버스도 무료로 이용하는 등 일반카드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혜택을 누렸다.
A씨는 “왜 진작 카드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컸다”면서 “들어가는 연회비와 혜택을 비교해 봤을 때 싸구려 카드 여러 장보다 자신에 맞는 혜택을 풍성하게 주는 프리미엄 카드 한 장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미끼혜택효과 매스티지급 인기폭발 ‘삼성카드1’ 두각
최근 카드업계에선 연회비 10만~20만원대의 매스티지 카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유는 각 카드사들이 30~50대 비즈니스맨 고객을 늘리기 전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반 카드에서 제공되는 커피숍이나 영화관 할인, 음원 다운로드 상품권 등의 자잘한 혜택을 하나씩 없애는 대신 1~2개의 고급 서비스를 탑재한 매스티지 카드를 집중 개발해 앞다퉈 내놓고 있는 형국이다. 고객유치를 위해 일반 카드 대비 기본 포인트 적립률을 높여 놓았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카드 이용금액별로 추가 적립 혜택을 제공하며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카드업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휴면카드 정리, 체크카드 혜택 확대 등으로 신용카드 발급이 대폭 줄었지만 연회비 10만~20만원대 카드 가입자는 역으로 늘어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해외명품이나 수입차 시장에서 흔히 쓰이던 전략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며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세컨드 브랜드를 선보이거나 수입차 회사가 ‘엔트리급’ 모델을 출시하는 것처럼 카드업계에서도 비슷한 전략이 통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카드에 대표적인 고급 혜택을 집어넣고 여타 서비스는 줄이는 단순화(Simplification) 전략에 고객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재 출시된 매스티지 카드들을 살펴보면 삼성카드1, 현대카드 레드, 롯데골든 웨이브(이상 연회비 20만원), 신한카드 더클래식, 우리 블루다이아몬드, 하나SK 프리머스(이상 연회비 10만원) 등이다.
이러한 매스티지 카드들은 혜택을 기존보다 단순화한 대신 특급호텔 숙박권, 국내 항공권 등 기존 프리미엄급 카드에서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포함시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성공을 보인 카드는 삼성카드1으로 지난 1년간 회원이 70% 가까이 폭증했다. 여타 회사들 역시 매스티지 카드고객이 소폭 늘었지만 삼성카드1의 발행 증가 규모는 유난히 크다.
삼성카드의 한 관계자는 “삼성카드 1의 경우 여타 매스티지 카드에 비해 연회비가 높은 편이며 혜택은 프리미엄급으로 제공되고 있다”며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클 뿐만 아니라, 보통 주력 카드로 집중해 사용하는 고객들의 경우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고 높은 인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삼성카드1은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위해 포인트, 마일리지 등 기본 리워드 적립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연간 누적 이용금액에 따라 1000만원당 3만 포인트 또는 최대 3000마일까지 추가 적립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고객들의 사용률이 떨어지는 기프트 서비스보다는 마일리지, 신세계상품권 등 고객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혜택을 중심으로 재편했다. 삼성카드 측은 “대개 동반자 항공권을 제외하는 타 카드 상품과는 달리 업계 최초로 본인 국내선 왕복항공권을 선택해 기프트로 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카드1 사용자는 아웃백 등 주요 외식가맹점 3만원 할인, 프리미엄 커피전문점 커피 무료, CGV 동반 1인 주중 무료 및 주말 50% 할인 등 생활형 실속 할인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