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슈퍼마켓 초대 대표이사로 추대된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대표
‘판매하는 모든 펀드의 수익률·수수료를 비교해보고 고를 수 있다면?’
지금까지 불가능에 가까웠던 투자자들의 바람이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펀드상품을 비교하고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펀드슈퍼마켓’(가칭 펀드슈퍼마켓)이 이르면 내년 1월 문을 연다.
일종의 온라인 쇼핑몰 형태의 판매 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투자자들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든 펀드상품의 가입조건, 수익률, 수수료 등을 쉽게 비교해 볼 수 있게 된다.
기본적으로 장기투자 상품으로 예·적금에 비해 리스크가 큰 펀드의 특성상 가입 전 상품 간 면밀한 비교 분석은 필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까지 투자자들의 펀드상품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판매사별로 상품이 각양각색이지만 충분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아 투자자들은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이나 PB들의 입김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았다. 판매자들 사이에도 다양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툴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고 전문성 논란이 수차례 지적되는 가운데 ‘계열사 몰아주기’ 폐해도 나타났다. ‘반 강제’로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빈번해 투자자들의 펀드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새롭게 문을 열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에서 투자자들은 폭넓은 정보를 비교 분석해 주체적으로 펀드상품을 고를 수 있어 그동안의 불편함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는 이밖에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모바일통신사 홈페이지에서 통화량과 데이터사용량을 분석해 적절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게 개인 포트폴리오·위험감수 성향 등을 입력해 가장 적합한 펀드상품을 제안 받을 수도 있을 예정이다.
펀드슈퍼마켓 초대 대표이사로 발탁된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창립총회에서 “고객 친화적인 환경의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건전한 펀드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고 펀드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펀드슈퍼마켓 초대 대표이사로 추대된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대표
비용절감 효과 톡톡
‘판매보수 오프라인 3분의 1 수준’
투자자들은 단순한 펀드상품별 비교·분석뿐 아니라 가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우선 ‘온라인 펀드슈퍼마켓펀드’을 통해 펀드에 가입할 경우 기존에 존재하는 선취수수료(펀드에 가입할 때 판매회사에 일회성으로 지불하는 금액)를 면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판매 보수 역시 오프라인 펀드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현재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펀드에 가입할 때 판매보수는 1%, 온라인 이용 시에는 0.7%다. 설립준비위원회는 이를 대폭 줄여 펀드 판매보수를 0.35% 안팎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리한 조건에서 펀드 가입이 가능해지는 투자자와 그동안 금융지주계열 등 대형 자산운용사에 비해 판매채널이 취약했던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새로운 시장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중소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슈퍼마켓은 자산운용사들이 의욕적으로 200억원의 출자금을 통해 회사를 세운만큼 기존의 판매사들이 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며 “계열사 밀어주기나 판매 캠페인 등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된 펀드판매 채널이 생긴 만큼 성과가 좋다면 중소형사 펀드들도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마냥 반길 수 없는 곳들이 있으니 바로 대형은행과 증권사들이다. 현재 강력한 판매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과 증권사들은 파이를 빼앗길 공산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슈퍼마켓이)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흥행에 성공할 경우 특히 은행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라며 “첫째 판매보수와 계열사 펀드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이 자명하고 든든한 우산 속에 있던(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들 역시 한동안 후유증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드슈퍼마켓의 등장이 특히 불편한 은행권의 반발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 펀드슈퍼마켓 설립위원회 관계자는 “투자자가 온라인으로 펀드를 사려면 개인정보와 계좌정보 관리를 위해 한 번은 오프라인으로 실명을 확인해야 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은행과의) 공유가 필수적인데 은행들이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펀드슈퍼마켓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펀드 대비 저렴한 수수료인데 은행에 수수료를 지불한다면 그 강점이 퇴색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러모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제도인 펀드슈퍼마켓이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펀드슈퍼마켓’은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상품을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용할 예정이지만 펀드 가입 시 상품에 대한 설명 등을 상담해줄 전문 상담가가 부재하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품구조가 복잡한 상품의 경우나 온라인 사용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50대 이상 사용자들을 위해 상주하는 독립재무설계사(IFA)가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콜센터를 운용해나가며 불완전 판매의 부작용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