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EM)으로 떠오르는 프런티어마켓(Frontier Market·FM)을 주목하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들이 올해 중반부터 조정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제2의 이머징마켓으로 불리는 프런티어마켓이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로 대표되는 이머징마켓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오히려 강한 성장 잠재력을 갖춘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찾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이나 중국 증시처럼 이제 막 비상의 나래를 펴는 증시에 장기 투자할 경우 앞으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고수익을 좇을 수 있는 기회의 이면에는 자칫 높은 투자 위험과 비효율, 정치적 위험이라는 부작용이 수반되는 것이 사실이다.
높은 성장률 + 젊은 노동력 + 낮은 국가부채
프런티어마켓이란 개념은 1990년대 초반 국제금융공사(IFC)에 의해 도입되었다. 그 이후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IFC로부터 이머징마켓 지수(EM지수) 데이터베이스를 사들여서 2007년부터 프런티어마켓 지수(FM지수)를 만들었다. 프런티어마켓 지수에 포함되는 나라들은 아르헨티나, 카타르, 나이지리아, 베트남, 슬로베니아, 파나마와 같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나라들을 포함한다. 또 최근 들어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나 FTSE 등도 각자 독자적인 FM지수를 만들었다. 프런티어마켓 펀드들은 이 같은 FM지수들을 벤치마크로 삼아 투자에 나선다.
우선 프런티어마켓에 속한 국가군의 특징은 높은 경제성장률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선진국들이 글로벌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몫은 줄어드는 대신 이머징마켓 국가들과 프런티어마켓 국가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월드뱅크에 따르면 선진 10개국이 1.6% 성장할 때 프런티어마켓 국가들은 평균 4.9% 성장했다. 물론 프런티어마켓 내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카타르의 경제성장률은 18.8%, 아르헨티나는 8.0%에 달한다. 프런티어마켓은 또 선진국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훨씬 낮다. 예를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중은 2001년 60%에서 2011년에는 20%로 줄어들었다. 선진국들의 부채 비중이 2007년 46% 수준에서 2011년에는 70% 수준까지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다른 성장동력은 젊은 노동력이다. 프런티어마켓에 사는 인구 약 20억 명의 평균 연령은 30.2세로 선진국에 살고 있는 10억 명의 평균 연령 40.5세보다 훨씬 젊다. 프런티어마켓의 노동력이 훨씬 젊고 풍부하다. 게다가 인건비는 이머징마켓에 비해서도 훨씬 저렴하다.
한마디로 높은 경제성장률, 낮은 국가부채 비중, 젊고 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성장 기회를 가져다 준다. 정치적 불확실성, 부패, 통화 가치 변동 위험 등에다 사회적 투명성까지 감안하면 프런티어마켓에 경제적 위험과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잘 고른다면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것 역시 사실이다.
채승한 템플턴자산운용 상무는 “프런티어마켓의 대표주자인 아프리카 국가들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젊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평균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프런티어마켓은 미래의 ‘이머징마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IMF에 따르면 2000년대에 가장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10개국 명단에 나이지리아(8.9%), 카자흐스탄(8.2%) 등 프런티어마켓 국가 상당수가 이름을 올렸다.
연초 이후 이머징마켓 수익률 초과
프런티어마켓에 대한 투자가들의 상대적인 관심은 EM지수와 FM지수를 비교해보면 잘 드러난다. MSCI 기준으로 EM지수는 올해 초에 대비해 지난 8월 14일까지 약 8.5% 하락하는 조정국면을 면치 못했다. 지난 5월 이후 몰아닥친 이른바 버냉키 쇼크, 미국발 양적 완화 축소 우려에다 중국 신용경색 공포까지 겹치면서 이머징마켓 전체가 크게 출렁거렸기 때문이다. 반면 FM지수는 같은 기간에 오히려 14.75%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버냉키쇼크라는 악재에 일시 흔들렸다가 다시 회복하는 강한 내성을 보여준 셈이다.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글로벌펀드에선 자금 유출이 계속되는 반면 프런티어마켓 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은 지난 6월 ‘프런티어마켓 펀드’ 설정액이 40억달러로 최근 8개월 새 2배 급증하자 신규 가입을 일단 중지했다.
전용배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한국대표는 “보통 일반적인 펀드 흐름을 보면 10억달러 증가하는 데 2년 정도 걸린다”면서 “지금과 같이 급속도로 프런티어마켓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 불가피하게 신규 가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증권은 지난달 ‘2013년은 프런티어 시장의 해가 될 것인가’라는 투자전략보고서에서 “2005년 이후 주식 연간 수익률 측면에서 투자자들에게 프런티어마켓은 놀라움을 주는 지역”이라며 “5%대를 넘나드는 아프리카 경제성장률과 미얀마 시장 개방 등이 대표적 사례로 과거 신흥시장에 대한 경험이 프런티어마켓 주목도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진국을 제외할 때 작은 국가일수록 더 높은 성장률이 나타나는 최근 현상을 근거로 제시하며 “프런티어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자금 유입, 저금리, 고성장’이라는 특성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귀금속가게
프런티어마켓에 투자하려면
펀드평가회사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프런티어마켓 펀드들은 주가 흐름에서 확실히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프랭클린템플턴MENA증권자투자신탁(UH)의 경우 지난 8월 15일 기준 최근 3개월 수익률이 14.94%, 6개월 수익률은 27.44%에 달한다. 같은 기간 프랭클린템플턴프런티어마켓증권자투자신탁(UH)[주식]Class A 의 경우에도 3개월 1.66%, 6개월 9.83%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보였다. 한때 재테크족의 ‘필수 아이템’으로 각광받던 브릭스 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점차 외면받고 있는 사이 프런티어마켓 펀드들은 돋보이는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는 셈이다. KB자산운용의 프런티어마켓 펀드인 ‘KB MENA’의 경우 최근 1년 수익률이 43.22%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몰빵 투자’는 위험하다. 특히 최근 프런티어마켓 펀드로 돈이 몰리면서 PE(주가수익비율)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저평가된 시장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UBS증권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이익 기준으로 프런티어마켓 PE는 12.3배로 이머징마켓(12.5배)이나 선진국시장(16.5배)에 비해 그다지 싸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분산투자 차원에서 프런티어마켓 주식을 일부 가져가는 것은 좋은 접근 방식일 수 있다. JP모건이 2002년부터 10년간 미국, 이머징마켓, 선진국, 글로벌마켓 지수들 간에 서로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0.82에서 0.9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프런티어마켓 지수의 경우엔 그 상관관계가 0.54에서 0.62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분산투자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던 시기에도 프런티어마켓 펀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선진국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금 흐름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프런티어마켓이 각광 받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해당 국가의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국내 기업 중 프런티어마켓 고속성장 수혜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프런티어마켓 국가에 미리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 해당 국가의 빠른 성장과 함께 덩달아 기업 규모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라오스에서 중고차 판매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이젠 라오스 최대 기업으로 우뚝 부상한 한상 코라오홀딩스와 같은 신화를 일굴 수 있기 때문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제성장으로 아프리카의 내수시장이 커지면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KT, 슈프리마, 서울반도체, 스카이라이프 등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반도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발광다이오드(LED) 대리점을 확보했으며 슈프리마는 가나 가봉 나이지리아 등의 전자주민증 사업에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아프리카 지역에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는 게 임 연구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런티어마켓이 브릭스 등 기존 신흥시장의 대체재가 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규모가 매우 작은 수준이어서 외부 충격에 쉽게 휘둘릴 수 있는 데다 규제의 불확실성, 정치 불안 등 ‘후진국 리스크’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이머징마켓을 외면하고 프런티어마켓에 ‘몰빵’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프런티어마켓은 철저하게 분산투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용어설명프런티어마켓(FM)
브릭스(BRICs)나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흥시장보다 저개발 상태에 있는 지역을 일컫는다. 중동, 중북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이에 해당하며 최근 경제성장률이 높고 자본시장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