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서울 도곡동 삼성엔지니어링 빌딩 5층에 이전 오픈한 ‘도곡PB센터’는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관리, 글로벌 서비스(Global Service), 기업 CEO 등에서 각각 강점을 지닌 하나은행의 대표 PB 4명과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 투자상품 전문가,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 7명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상속증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상속증여센터’에서는 고객에게 원스톱(One-Stop)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 내부에는 공예, 미술품 전시를 위한 ‘문화공간(Art Space)’과
고객 친목활동에 적합한 ‘소셜 게더링(Social Gathering)’ 공간 등 사랑방 같이 머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한집 거를 틈도 없이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도곡동. 강남 속의 강남이라 불리는 이곳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PB서비스다. 내로라하는 금융사들의 10여 PB지점들은 타워팰리스 인근에 운집해 부자들의 ‘금고’를 관리하고 있다. ‘투자정보의 보고’라는 강남지역의 특성에 맞게 이곳은 모임부터 다르다.
“(도곡동) 인근 주민들의 개인적인 혹은 그룹 커뮤니티들이 많은데 상당수 투자정보 공유를 위한 성격을 띄고 있다.”
채준호 하나은행 도곡PB센터지점장은 도곡동 인근 슈퍼리치들은 끊임없는 정보교류와 소통으로 투자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라 밝혔다.
채 지점장은 “금융상품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안목이 높은 고객들이 많다”며 “이해도가 높은 만큼 영업은 훨씬 수월한 편이고 역으로 고객들에게서 배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결코 쉽지 않은 ‘강남 스타일’ 투자
“고집스럽게 보수적인 투자패턴을 보이던 부자들이 변했다. 이유는 학습효과다. 예전 같으면 주식시장이 망가져갈 때 부자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일련의 위기상황을 경험한 이후 급락을 기회로 삼아 정글에서 사자가 사냥을 하듯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고객들이 늘었다.”
하나은행 압구정 센터를 거쳐 홍콩에서 PB로 활동한 후 본사 상품개발부장 등을 거쳐 횟수로 5년째 도곡동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는 채 지점장은 원칙과 보수적인 운영에 입각한 ‘강남 스타일’ 투자성향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보수지향적인 투자성향을 보여왔던 강남지역 부자들이 몇차례 글로벌 위기를 경험면서 어려워진 시장을 기회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일례로 작년 8월부터 주식시장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고객에게 10번을 분할해 주식형 상품인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기를 권한 적이 있다. 예전 같으면 보수적인 이곳 고객들의 성격상 수락하지 않았을 텐데 결국 투자결정을 내리고 8번째 분할 투자 후 올 3월 목표수익률 15%를 달성해 환매한 케이스가 있다”라며 한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김학년 하나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이에 대해 “장이 떨어지는 와중에 매수에 들어가는 것은 얼핏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대다수 고객들이 분할매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다”라며 “도곡동 슈퍼리치들의 리스크를 줄이는 보수적인 투자원칙은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저금리 환경에서 슈퍼리치들의 통 큰 투자법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주택가격이 많이 떨어진 도곡동 지역을 벗어나려는 수요가 많을 듯도 한데 지점장은 고개를 젓는다.
그는 “이곳 주민들은 프라이드가 강한 편이다. 특히 보안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자신들만 이사를 가려는 경우는 있으나 주택을 매도하고 이사하려는 고객들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고 답했다.
오히려 채 지점장은 다른 지역의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슈퍼리치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투자로 예전같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하기 힘들어졌지만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은 높은 편이다. 실제로 판교 등지의 상가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통해 캐시플로우로 확보한 고객들이 상당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 팀장은 슈퍼리치들이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저금리로 싼 대출이자를 적극 활용해 40~50%가량의 대출을 일으켜 투자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단 상가에 투자하더라도 슈퍼리치들은 들어올 임차인에 대한 분석을 치밀하게 하는 편이다. 장기임대가 가능한 프랜차이즈 업체나 법인 고객이 들어올 만한 상가를 골라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양적완화’ 투자 기회로 삼아야
김 팀장은 미국의 양적완화가 국내 주식시장에 다시 한 번 상승곡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QE3를 통해 유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유동성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주식형 상품을 통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관련 상품을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현재 주가는 1900~2000선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아침 장에 빠졌다가 오후 장에 회복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PER 1배 수준에서 지지된다는 가정 하에 주가는 1850~1900사이가 바닥으로 보이고 내년 초까지 주식시장은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채 지점장은 유동성 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포트폴리오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늘어나는데 이를 헤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산을 사야한다. 지금 시점에 부동산에 투자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원유, 곡물 등의 원자재 채권 등을 일정비율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왼쪽)채준호 도곡 PB센터 지점장, (오른쪽) 김학년 하나은행 도곡PB센터 PB팀장
채준호 도곡PB센터 지점장2012년 투자트렌드 절세 + 월지급식
세법 개정에 대비한 비과세 금융상품이 즉시연금, 연금 및 저축보험 등 비과세 상품에 대한 쏠림 현상이 큰 한 해였다. 2013년부터 금융종합과세 한도가 기존의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고,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고령화에 따른 안정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비과세 보험 상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객의 절세 수요와 세제 개편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상품으로는 매월 이자 또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지급받는 즉시연금 상품 외에도 저금리 시대를 맞이해 가입기간 동안 최저 금리를 일정 수준에서 보장해 주는 양로보험이나 기타 연금 상품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과세 장기 상품의 인기가 내년에도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종전의 세제 혜택에 대한 장점이 제도적으로 많이 사라질 뿐 아니라 최저 금리 보장에 대한 부분도 메리트가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월이자 지급식 상품인 ELS와 해외채권형 상품의 약진이 눈에 뜨인다. 과거 단순했던 주가연계증권인 ELS 상품 구조와 만기 지급 방식이 크게 인기를 구가하면서 ELS 발행액 누계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매월 일정폭 이하로 하락하지 않는 경우 정해진 금리를 매월 지급하는 이자식 상품으로부터, 만기 손실 시 현금 정산 방식 대신 하락률이 큰 종목이나 지수로 보유할 수 있게 하는 상품까지, 기초 자산도 점차 다양화되어 내년에도 꾸준한 상품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외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이나 이머징 채권에 재간접 상태로 투자하는 채권형 상품들은 전년도 부진한 성과를 벗어나면서 년 7~10%대의 높은 성과를 보인 한 해였다. 최근에는 채권 스프레드가 줄어들면서 자본이득보다는 채권 풀(Pool)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기대하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이러한 전략은 유효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김학년 하나은행 도곡PB센터 PB팀장다가올 계사년 봄을 기다리며
현대 경제의 진화에 큰 획을 그은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미 4~5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 경제의 회복은 유약하고, 각종 불확실성과 결부되어 다시 회복세가 좌초되고 끔찍한 불황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실제로 위기 이후의 전개 과정을 보면 매번 미미한 경기회복 ‘새순(Green Shoots)’이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에는 ‘시든 잡초(Yellow Weeds)’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금년 3/4분기를 지나면서 세계 경제는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위기가 다소 완화되고 있으며,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 즉 대규모 추가 통화부양책에 나서면서 경기 하방 위험에 맞선 방화벽을 도입했다. 중국 역시 지도부 교체 이후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향후 각국의 유동성 증가 정책은 시간을 두고 실물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유로존 위기를 비롯한 글로벌 리스크 요인은 여전하지만 완만히 해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적완화와 같은 비정상적인 통화정책과 유동성 장세를 즐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2013년 투자심리의 점진적 회복 및 풍부한 시중 유동성 자금 등에 힘입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을 예상한다. 따라서 악재에 대한 이슈 부각시마다 주식형 상품 등 위험자산의 저점 매수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과도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리츠와 같은 부동산 관련 투자 상품 및 물가연동국채 투자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