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계라는 것이 금융 상품 몇 개 가입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양종석 미래에셋생명 삼성역 은퇴설계센터장은 대중들의 은퇴설계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달에 30만원 또는 50만원 투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재무적·비재무적인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은퇴 이후의 인생설계 로드맵을 가지고 가야 한다”며 은퇴설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작년 10월 미래에셋그룹이 가진 은퇴분야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이전에 존재하던 금융플라자를 은퇴설계센터로 재정비했다. 글로벌 위기로 투자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져 안정적인 보험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었고 은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은퇴설계센터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이 강점을 가진 퇴직연금과 보험은 물론 펀드, 신탁 등의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체계적인 은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양 센터장은 “사람 수만큼 은퇴를 준비하는 방향도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다. 은퇴 후 취미생활이나 인간관계 자영업을 준비하는 경우 노무에 관한 사항, CEO의 경우 보상플랜 등 고객 개인에 맞춘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은퇴설계센터의 강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PB센터와 차별화시켜 최소예탁자산을 두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문턱을 낮춰 고액자산가들은 물론 잠재적인 VIP고객들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양 센터장은 “사실 금융권의 VIP고객의 개념은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현재 큰 금융자산은 없지만 큰 수입원을 가진 매스고객들도 많고 다른 PB센터를 찾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도 상당수다. 이러한 잠재적인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 한 달에 얼마나 쓸 수 있을까요?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저출산 은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런데 높아진 관심에 비해 준비는 안 되어 있고 또 눈은 높다. 관심만큼의 철저한 계획을 짜고 기대치는 낮출 필요가 있다.”
1년 동안 양 센터장은 많은 고객들을 마주하며 공통적으로 고객들의 은퇴에 대한 걱정이나 기대가치에 비해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많은 고객들의 관심사 중 하나가 은퇴 후 한 달에 얼마나 현금을 쥘 수 있는 가다. 얼마나 필요하냐고 되물으면 주로 300만~500만원의 답이 돌아오고 많은 경우 700만원까지 높아진다. 그런데 이는 인플레이션과 화폐가치 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현재가치에 불과하다. 현재 300만원을 인플레이션 연 4%가정하면 20년 뒤에는 657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박창렬 차장(PB&CM)은 고객들과 상담 시 항상 미래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목돈을 마련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서서히 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차장은 “기대수명이 갈수록 길어져 사실 많은 금융상품들은 장기로 계약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고액자산가를 포함한 한국 투자자들은 짧은 기간 가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개인적인 재무 상태와 화폐가치·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장기적인 상품이 유리하다고 설명해도 선호는 잘 바뀌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이에 대해 “게임의 상황이 변했다. 저금리 환경과 부동산 장기침체로 가시적인 수익률보다 중요한 부분이 바로 보장자산의 상속이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산관리에 있어 지금의 투자환경에 맞춘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룰이 바뀌었는데 액션플랜을 변경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양 센터장은 재무상황만큼 비재무적인 부분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은퇴 후 삶을 정확히 그린 후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고객들의 상담요청 사례 중 상당수가 비재무적인 영역에 있다고 밝혔다. 은퇴 후 삶의 모습이 다르듯 고민의 종류 역시 다양하다.
그는 “사실 은퇴 후 고민은 비재무적인 부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더욱 많다. 자식이 국회의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탈세가 짐이 될까 염려하는 한 고객은 가장 비판을 받지 않을 부의 승계방법을 물어오는가 하면 이혼인구가 증가하며 혼외자의 상속문제에 대해 상담하는 사례도 증가했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줄이고 눈높이는 낮춰라
“지금의 침체를 벗어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저금리, 저성장, 내수침체 등 경제 뇌관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장기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양 센터장은 국내 경기침체가 한동안 투자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투자전략을 지양하고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처를 찾을 것을 강조했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으로는 부족한 부분은 개인연금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비과세나 절세 상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다 높은 수익률을 노린다면 국내보다는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리스크를 고려해야겠지만 신흥국가들의 고금리를 노려볼 만하다”
박 차장은 이에 대해 “금리가 많이 내려간 상황에서 먼저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국내 많은 금융상품으로 배분을 했다면 시장을 멀리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양 센터장은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릴 것을 거듭 당부했다.
“고액자산가를 포함한 많은 고객들이 아직까지 부채를 떠안고 부동산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동산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환경이 왔다. 비중을 축소하고 금융자산을 늘려 나가는 것이 현명한 자산관리는 물론 은퇴설계 방향이라 생각된다.”
양종석 센터장바뀐 룰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20세기 현대기업사에서 인류 삶의 질을 바꾸어 놓은 기업가가 있다면 헨리 포드일 것이다. 자동차 생산을 장인 중심의 소수 제조생산 메커니즘에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의 대량생산 중심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21세기는 누구일까? ‘내 손안의 컴퓨터’ 시대를 연 창조적 혁신의 거장 스티브 잡스일 것이다. 한 시대가 지난 지금, 한때 활개를 치던 포드형 20세기 기업들의 몰락에 따른 빈자리를 21세기 잡스형 기업들이 빠르게 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게임 룰이 바뀐 것이다. 지금껏 실패를 모르고 성장해 왔던 과거 성공 공식이 이젠 ‘성공의 덫’이 되어 버린 것이다. 대중으로 하여금 선택을 받기 위해선 새로운 시대에 맞게 성공적으로 변화와 진화를 해야 한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이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외적으로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세계 경제의 축은 선진시장에서 신흥시장으로, 즉 신흥시장의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금융위기가 주는 교훈이 아니다. 이를 계기로 패러다임의 변화와 진화를 위한 위기인 것이다.
한국의 자본시장 또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고성장에서 저성장 시대로의 변화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자산배분에 있어서 고위험에 바탕을 둔 투자는 삶의 기반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다가오는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고령화라는 한마디로 압축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한 자산가들은 금융자산시장에서 현금흐름(Cash Flow)이 꾸준히 발생하는 월지급식 상품이 과거 불패신화를 자랑했던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대한 대체상품으로써 택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이 시사하는 바에 깊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창열 차장(PB&CM)체계적인 은퇴설계 인식전환이 먼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퇴를 몇 세에 일을 그만두는가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은퇴설계는 충분한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재무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크다. ‘월 300만원 정도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되겠지?’하는 막연한 계산으로 20~30년정도 버틸 은퇴자금을 현재의 수준에서 생각한다. 이는 화폐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현재의 월 300만원을 20년 후의 화폐가치로 따지면(물가상승율 4% 가정) 월 657만원에 해당한다. 화폐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계산으로 체계적인 은퇴설계는 불가능하다.
자녀교육 등과 같은 현실적 문제에 치여 은퇴문제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 또한 문제다. 단순히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은퇴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은퇴준비는 경제적인 문제가 기본적으로 준비돼야 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정신적(인간관계), 육체적(건강한 신체), 그리고 후손을 위해 재무적, 비재무적인 부분들의 종합적인 인생설계가 돼야 한다. 현재의 삶뿐만 아니라 은퇴 시점 이후와 후손에 대한 삶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그러하기에 은퇴설계는 비재무적인 관점에서 출발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재무적 부분에 있어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준비하는 복잡한 과정이기도 하다. 단순한 과정으로 해결되는 은퇴가 아니기에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역량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일반 고객들이 해결방안을 수립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은퇴설계는 인생설계라는 관점에서 보다 전문적인 역량을 보유한 전문가의 조언과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