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QE3’ ‘S&P 한국 신용등급 상향’.
지난 9월 투자시장에는 유난히 이슈들이 많았다. 절세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고 몇 가지 호재로 기대감이 커진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커졌다. 늘 한발 앞서 움직이던 고액자산가들도 지난 한 달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제개편에 따라 언론지상에 자주 오르내리게 된 즉시연금에 대한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걸려온다. 그러나 금리도 많이 떨어졌고 금융기관이 판매를 중단하고 있는 추세인지라 슈퍼리치들이 대안 절세상품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발행된 30년 국채에 관심도 뜨거웠다.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많은 고액자산가들은 절세효과와 투자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고채 30년물에 투자했다.
신진우 신한 PWM 태평로센터장은 투자시점을 조율해 오던 슈퍼리치들의 분주해진 발걸음을 요새 부쩍 체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에는 마땅한 절세상품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많다. 이에 따라 절세상품으로 분류되는 저축보험, 물가연동국채로 자금이 많이 유입됐고 최근 발행된 30년 국채에 관심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이 이끌고 있는 신한 PWM 태평로센터는 신한은행 본점에 위치한 상징적인 점포로 다른 센터와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크고 작은 인근 14개 영업점의 자산관리를 돕는 상위 점포 개념이다. 신 센터장은 “기존에는 PB지점으로 자금을 가져와 관리했지만 지금은 간접적인 포트폴리오 제공과 자산배분 업무를 돕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고액자산가들은 영업점은 물론 센터를 직접 찾아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VIP고객관리 평균 15년 이상인 베테랑 PB들이 포진한 태평로센터는 최근 은행, 증권, 본부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종합적인 자산관리서비스가 가능한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센터로 변신했다. 주로 14개 점포에 3억원 이상 예탁한 고객들의 종합자산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고액자산가들을 유치하고 있다.
주식·채권·부동산 ‘직진 앞으로!’
“이미 많은 슈퍼리치들이 주가지수 1750~1800p를 저점으로 판단해 지속적으로 담고 있었다. 이전에 ELS, ETF 등에 몰렸던 돈과 대기자금이 움직였다. 상품은 개별종목과 연계된 것보다는 지수연계 상품에 대한 선호가 많았다.”
신 센터장은 고액자산가들은 유럽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부터 주식관련 상품에 투자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직접투자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형 상품에 대한 수요는 줄었으나 금리 하락에 비해 기대수익률은 높은 곳에 머물러 있다 보니 중 위험 중 수익 상품이 새로운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안미화 PB팀장은 “QE3 발표 직후인지라 실질적으로 금액이 유입되는 것은 아직 느끼지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긍정적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은 한국신용등급 상향과 QE3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11월 미국 대선에서 잠깐 조정이 예상되지만 내년 초까지 우호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슈퍼리치들의 부동산에 대한 높은 관심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유럽위기 이슈로 금융자산을 상당량 현금화해 놓은 데다 금리인하로 마땅한 투자처를 발견하지 못한 자산가들의 부동산 매입 문의가 늘었다는 것이다.
노영록 PB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많이 죽었다고들 하지만 슈퍼리치들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꾸준했다. 매수는 물론 처분시점에 대한 문의도 많아졌고 특히 수익형부동산은 강남지역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는 합정동, 홍대 인근지역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강남지역으로 가면 가로수길 인근 지역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다.”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할 때
노 팀장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시점에서는 균형 있는 자산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식형펀드와 절세상품에 균형적으로 일정자금을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고액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중 위험 중 수익 상품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보면 전체 투자자금의 3분의 1은 절세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즉시연금은 물론 비과세 보험상품, 저축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주식시장 상황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이고 있어 3분의 1은 주식을 직접매수하거나 관련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단 분할매수 원칙을 지키고 펀드는 개별종목보다는 지수와 연계된 상품이 안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노 팀장은 앞으로 QE3를 통해 유동성이 급격하게 풀린다는 점을 감안해 금 관련 상품이 대안 투자처로 유망할 것이라 조언했다.
“나머지 3분의 1은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율을 조절해 투자하면 좋지만 최근 QE3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금 관련 상품에 일정 부분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금 관련 금융상품이나 골드바 매입을 통해 환율인플레를 헤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도 금값이 올랐지만 유동성이 풀리며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가능하리라 예상한다.”
신진우 센터장
슈퍼리치들의 관심사는 자산 증식만이 아니다
최근의 슈퍼리치들은 많은 금융기관들의 자산관리 전문가들을 통해 서비스를 받고 있다. 제안 받은 포트폴리오 계획을 참고하여 본인에게 적합한 제안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만큼 자산가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고객들은 다양하면서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제안 내용들을 비교하여 분석하고 본인에게 얼마나 적합한지, 향후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지 등 필요한 기준에 따라 최종 선택을 하게 된다.
반면 각 금융기관의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무한경쟁에 놓이게 됐다. 최근에는 프리랜서 PB들도 등장하면서 경쟁환경은 한층 강화됐다. 고액자산가들은 금융기관 포트폴리오는 물론 개별 PB들의 포트폴리오도 구성할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자산가들의 주요 관심은 흔히 자산 증식, 상속 등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
자산 증식 경쟁에서만 앞서는 PB는 완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이제 PB는 이러한 고객의 니즈까지도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는 PB서비스 중 장학재단, 음악재단, 각종 후원 활동 등에 대한 응대가 중요한 영역으로 부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니즈에 맞춰 본사에서 역시 그룹 차원의 Wealth Management 사업모델을 재구축했다. 고객들의 자산 증식 외에 여러 가지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구축을 위함이다.
앞으로 PB서비스산업의 중점적인 영역 중 하나로 이러한 사회적 활동을 통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차지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미화 PB팀장
슈퍼리치의 절세 방패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부자절세’ 상품으로 인기가 높은 즉시연금과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게 되면서 슈퍼리치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게 됐다.
최근 저금리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위험자산으로의 이동도 여의치 않은 만큼 고액자산가들은 연 4% 후반대의 즉시연금이 종합과세 최고세율 부담구간에 해당되는 경우 연 7%대 금리상품에 가입하는 효과가 있기에 내년부터 과세가 예정되어 있는 즉시연금은 연내에 반드시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것이 유리하다.
‘비과세’ 가 최선이라면 ‘분리과세’는 차선책이다. 2013년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기준이 연간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기 때문에 소득을 최대한 분산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번에 과세 대상이 됐지만 3년간 유예를 받은 물가연동국채도 ‘시한부 투자처’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 상승에 따른 원금 상승분은 이자소득에서 제외되어 과세하지 않지만 세법개정안에는 원금 상승분을 과세대상이자소득에 포함하기로 결정 (2015년 1월 1일 이후 발행분부터 적용)한 만큼 2012년 하반기에 투자해야 분리과세 적용이 가능하다.
그 밖에 인기 있는 절세상품은 이표금리에 대해 분리과세가 가능한 장기채권과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되는 브라질채권, 인플레 헤지기능과 장기투자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실물자산인 골드바가 있다. 특히 골드바에 투자하는 큰손 고객들도 많아지는 추세여서 연말을 앞두고 실물자산에 대한 절세포트폴리오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
향후 금융소득이 3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가들은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여 과표를 낮추는 방법도 하나의 절세전략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즉시연금보험, 물가연동국채, 장기채권, 금 실물 등 절세전략의 사각방패상품을 최대한 활용하여 저성장이 당분간 지속되는 저금리시대에 안정적이고 균형 있는 절세포트폴리오를 서둘러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