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딥시크와 같은 글로벌 AI 모델 등장과 함께 국가 안보와 AI 데이터 주권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가 왔다. 소버린 AI란 국가(또는 조직)가 외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자국 내에서 인프라·데이터·모델·인재·비즈니스 네트워크 등을 갖춰 인공지능(AI) 역량을 자주적으로 구축하고 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말한다. 기술 패권·공급망 리스크·데이터 보안 측면에서 경쟁력이 중요해지며 소버린AI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소버린AI는 주로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데이터가 자국 내 법률·보안기준 아래 저장·처리되어야 한다는 요구), 인프라 주권: 고성능컴퓨팅이나 클라우드 인프라 등이 자국 내부 혹은 신뢰 가능한 경로를 통해 운영), 모델 및 응용 주권(자국의 언어·문화·산업 특성에 맞춘 AI 모델을 개발·배포) 등을 일컫는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럽, 중동을 중심으로 소버린 AI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다. 국가별 차이가 있는 소버린 AI자국 기술만을 이용해 소버린 AI 를 구축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인 한계로 미국 AI 관련 기업들이 많은 나라들의 관련 프로젝트에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소버린 AI는 엔비디아 젠슨황 CEO의 방한으로 또한번 주목받았다. 황 CEO는 “정부, 학계, 스타트업과 협업하여 한국에 AI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한국은 AI 주권(sovereignty)을 가진 국가이자 AI 개척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AI 이니셔티브 규모와 야망은 거의 전례가 없을 수준”이라며 “단순히 GPU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산업기반을 지능으로 재평가했다. 이는 단순히 AI 기술을 수입하거나 외국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이 AI 인프라·데이터·모델·산업생산까지 내재적으로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젠슨황 CEO의 방한으로 26만 대 규모의 GPU 공급 계획도 나오면서 한국이 향후 글로벌 AI 경쟁에서 단순한 사용자나 응용국이 아니라, 인프라 및 산업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젠슨황 CEO 발언에서 특히 강조된 것은 한국이 갖춘 소프트웨어 역량, AI 기술, 제조 강국이라는 조합이다.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한국이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에서 쌓은 물리적 인프라와 실행 역량을, AI 및 로보틱스 전환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황 CEO는 “로봇이 공장을 가동하고,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시대”를 언급하며, ‘물리적 AI(Physical AI)’로의 확장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AI 서비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장·로봇·디지털트윈 기반의 AI 산업화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신호다.
이에 따라 향후 ‘AI 허브’로서의 한국의 위상 강화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가치사슬(반도체 → 인프라 → 응용 → 서비스) 전반에서 수혜를 받는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 중심의 AI 밸류 체인 구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데 이어 각국 정부들까지 더욱 본격적으로 국가 차원의 AI산업 육성 및 활용에 나서면서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기업들만큼이나 각국 정부들도 AI 관련 기술들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여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로봇등 첨단 산업과 혁신 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성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별 AI 프로젝트 추진 방향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AI 인프라 투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올해만 서버, 데이터센터, AI 하드웨어, 클라우드 등 AI인프라에 3000억달러 넘게 투자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스타게이트 인프라 계획은 이미 4 년 간 5000억달러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공언했다.
유럽의 소버린 AI 의 경우는 법과 규제와 부합하는 AI 설립이 핵심이다. 중동은 AI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두며 소버린 AI 정책을 진행하지만, 미국기업과의 광범위한 협업을 바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스타게이트 UAE 는 오픈AI, 오라클, 엔비디아, 시스코 등이 참여해 아부다비에 구축되는 1GW 규모의 AI 슈퍼컴퓨팅 클러스터다.
이처럼 국가별 소버린 AI 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방향이 조금씩 다르지만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 AI 인프라 투자가 진행된다는 점은 공통 요인이다. 이 지점에서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현 정부는 AI 주도권 확보와 인프라 확충에 100조원을 투자해 세계 3대 AI 강국 도약 목표로 소버린 AI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소버린AI 인프라 투자에 가장 기대를 받고 있는 종목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정부가 추진하는 1500억원 규모의 ‘AI컴퓨팅 자원 활용 기반 강화(GPU 임차 지원)’ 사업에서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의 요직에 네이버 출신 인사들이 발탁되어 AI 정책 설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AI미래기획 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하정우 수석은 GPU 확보와 AI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해 ‘AI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정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이미 클라우드와 AI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 수혜가 기대된다.
LG CNS 역시 수혜주로 꼽힌다. 현 정부에서는 소버린 AI 및 AI 인프라 구축 등으로 AI 모델 개발과 이를 응용한 서비스로 의료·물류·금융·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활용되면서 생산성 등을 향상시키려 하고 있다.
또 공공 AX를 통해 국민이 필요한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관행에 의존하며 비효율적으로 해왔던 공무원의 업무처리도 공공 AX를 통해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 부처에서 공무원의 업무처리 등에서 생산성 등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데이터 등을 통하여 국민이 필요한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한 공공 AX 관련 사업 발주가 가속화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공클라우드를 국내 민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인 AI 역량을 갖춘 소버린 AI 가 강조되는 환경하에서 LG CNS는 LG AI 연구원의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을 활용한 결합 서비스 등으로 경쟁력을 차별화하고 있다”며 “향후 AX 관련 사업 수주 등이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 CNS는 엑사원을 활용한 결합 서비스 등으로 외교부의 ‘지능형 AI 외교안보데이터 플랫폼’ 사업, 경기도교육청의 ‘AI-데이터 중심 경기교육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수주했다.
다만 소버린AI 부문은 기술 고도화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특정 기업이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특정종목 집중 투자보다는 펀드나 ETF를 통한 분산투자가 적합하다.
현재 소버린AI ETF는 두 종목이 상장되어 있는데 각자의 특성이 다른 만큼 투자 스타일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KODEX 코리아 소버린 AI는 정부 정책을 기반으로 한국의 독자적 AI 생태계 조성 과정에 참여 및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들을 모아놓는 패시브 ETF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 “소버린 AI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경우, 공공데이터와 국가클라우드 사업, GPU, 인재 조달 등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KODEX 코리아 소버린 AI ETF는 정부의 정책 스탠스를 적극 반영하는 포트폴리오의 ETF 종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 상장 종목들에 대하여 AI 관련 주요 4개 키워드(AI 소프트웨어, AI 인프라, AI 반도체, AI 에너지)와의 연관성 정도를 측정(테마 분석 모델 활용)한 후, 높은 연관성을 보이는 종목들을 선별하여 1개 이상의 키워드에서 유사도 순위가 상위 8위 이내인 종목들을 편입 대상으로 추려냈다. 대표 종목 외 나머지 개별 종목들의 최대 편입 비중(Cap Rate)은 10%로 제한해 분산과 집중 효과를 동시에 노렸다.
11월 16일 기준 네이버가 19.12%의 비중이 할당된 ‘대표 종목’으로 선정 및 편입되어 있으며, LG CNS와 엔씨소프트, SK하이닉스, NHN, SK텔레콤, 삼성전자, 한미반도체, 두산에너빌리티, LS Electric 등이 주요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 원전, 전력인프라주를 대거 담고 있어 AI 밸류체인의 주가 흐름에 수익률이 연동되기도 한다. 하나자산운용이 운용하는 ‘1Q K소버린 AI’ ETF는 소버린 AI 정책 추진 속 수혜를 입을 기업을 선별하여 투자하는 ETF다. 다른 ETF에 비해 중소형주를 더 많이 담고 있고 반도체주 비중은 적다.
11월 16일 기준 네이버(27.8%), 카카오(27.29%), 삼성에스디에스(14.67%), LG CNS(6.13%), 더존비즈온(4.3%) 등을 담고 있다. 이외 아이티센글로벌 등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관련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최근 두나무와의 합병 소식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네이버를 포함해 블록체인 관련주인 우리기술투자, 스테이블코인 관련주인 다날 등을 보유하고 있어 아직까지 국내 핀테크·블록체인 테마 ETF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
[김제림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