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 인생의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어 미리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인생뿐 아니라 작금의 세계 경제 상황이 딱 이렇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김경원, 김준원 교수가 쓴 <대한민국 경제 2013년 그 이후>라는 책은 10년 후가 아니라 당장 내일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은 유럽 위기의 원인을 분석해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과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제시했는데 개인이나 법인 금융 포트폴리오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유럽 위기를 좀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면 15~20년 전부터 발생했던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내내 세계 경제는 미국을 주축으로 지속적인 활황을 구가하는 고원경기를 유지했다. 동시에 기존의 경제 현상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 물가도 매우 안정돼 신경제라는 용어까지 나오게 됐다.
기존엔 경기가 활황이 되면 자금이 활발히 돌고 물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정부는 통화정책(금리인상이나 인하, 통화량 조절 등)이나 재정정책(증세나 감세, 정부 지출의 조절) 등을 통해 경기와 물가를 적절히 조절해왔다.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경기가 너무 좋아도 문제, 너무 안 좋아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절히 통화량과 씀씀이를 조절해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가 활황을 구가하는데 물가도 안정되는 이런 신경제가 나타나게 된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중국 경제의 개방 덕분이다. 1990년대부터 세계의 공장 역할을 맡게 된 중국은 전 세계로 값싼 생필품을 공급했다. 이때부터 금리를 아무리 내리고 돈을 찍어내도 이러한 중국의 역할 때문에 선진국에선 물가 상승 압력이 없어졌다. 덕분에 유럽이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재정당국은 경기부양에 따르는 재정적자 문제에 압박을 느끼지 못하고 공격적인 확장정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티가 끝난 이후의 아침처럼 금리를 내리고 찍어낸 돈은 소비자 물가를 제외한 주식이나 부동산, 자원, 곡물 및 실물자산 등의 폭등을 야기했다. 불황을 겪을 때마다 각국 정부의 빚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런데 2008년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오랜 기간 저금리와 통화 팽창에 내성이 됐는지 지금은 제로 금리와 통화 팽창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이 잘 되지 않고 있다. 또한 그동안 풀린 통화로 인해 물가 역시 가파른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미 복지지출 확대로 크게 나빠져 있던 유럽 등 주요국의 재정건전성이 매우 악화돼 새로운 위기가 발생하게 됐고 이것이 유럽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 위기가 다른 나라, 또 우리나라에 미치게 될 영향은 무엇일까? 우선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계나 정부가 부채로 연명하던 국가 중에선 파산을 선언하게 되는 나라가 나오는 것도 시간 문제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가계부채 900조원, 저축은행 부실 문제, 공기업 부실 문제 등 심각한 문제가 산재해 있어 유럽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문제들이 우리나라 경제도 위기로 몰고 갈 뇌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만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한다는 말처럼 위기가 온다고 하더라도 세계적 불황 극복의 동력을 가까운 이웃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는 그간 경제개발을 통해 중산층이 두꺼워졌고 내수시장이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게 됐다. 지리적 이점으로 보거나 경쟁력 있는 우리 기업들의 상품군으로 보거나 한국이 이 시장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우리 경제가 유럽발 위기로 인해 단기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지만 그 이후 황금 같은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나리오에 개인들은 어떤 금융포트폴리오로 대비해야 할까?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자면 금융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수적인 자산운용 전략을 취하다가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 투자를 본격화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단기적 위기에 대비해 한 번쯤은 쉬어가는 스탠스를 가져가다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갈 황금 기회가 다가올 때 공격적으로 나가는 전략이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