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국고채 시장 출범은 우리 재정과 금융시장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9월 11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선언과 함께 한국은 전 세계 22개국뿐이라는 30년 만기 국채발행 국가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작년 4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는 등 간간이 초장기 채권이 나오긴 했으나 정기 발행 형태로 30년 만기 한국 국채가 발행된 것은 최초다. 이로써 대한민국 국채 만기는 1~20년 사이에서 30년까지 라인업이 확대됐다.
30년 만기 국채는 발행 즉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삼성증권, 대우증권, 동양증권, SK증권, 하나은행, BNP파리바은행 등 6개 금융회사들을 통해 판매된 4060억원어치의 국채 물량은 발행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매진됐다.
특히 슈퍼리치들의 자금 유입이 눈에 띈다. 삼성증권에서 배정받은 1200억원 중 대부분은 투자 볼륨이 큰 고액자산가의 차지였으며, KDB대우증권 역시 800억원 중 300억원을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뜨거운 관심 속의 발행된 30년 국채 금리는 기대에 못 미쳤다. 9월 11일 종가 기준으로 30년 국채 금리는 3.02%로 20년 만기 국채의 3.05% 보다 0.03%포인트 낮았다. 사실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나 수요가 몰려 채권이 비싸지면서 금리가 낮아진 것이다. 이로 인해 20년 채는 물론 10년 채마저 금리 역전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일단 채권발행자인 정부는 흥행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낮은 금리로 채권을 쓸어 담은 기관들과 슈퍼리치들은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인가.
‘절세 + 시세차익’ 1타 2피 노렸다
슈퍼리치들이 경쟁적으로 30년 국채를 사들인 까닭은 절세와 시세 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10년 이상의 장기채인 국채 30년물은 분리과세 신청이 가능하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현행 4000만원에서 내년부터 3000만원으로 낮아지는 만큼 분리과세 상품이라는 점이 우선 장점으로 꼽힐 수 있다. 또한 표면금리는 3.0%에 불과해 4%대인 20년물에 비해 세금 부담도 적다. 정부의 세제개편으로 관심이 뜨거웠던 즉시연금은 높은 손해율로 판매를 중지하는 금융사들이 늘었고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곳들은 공시이율을 떨어뜨리고 있는 추세다.
30년 국채는 중간에 되팔아 시세 차익을 볼 수도 있다. 다만 기간이 길어 금리가 올라갈 때는 단기간에 손실 폭이 커질 수도 있다.
한 금융투자 전문가는 “국채 30년물은 시중금리가 떨어질수록 매매 차익이 생겨 금리 인하에 대한 헤지 효과가 있다”며 “저성장 저금리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향후 국채 30년물은 매달 4000억원 규모로 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