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해설 bail-in 채권(long term loss unsecured debt) : 은행이 디폴트에 처한 경우 청산이 진행되기 이전에 자본으로 전환되는 채권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자본비율이 일정 이하로 하락할 경우 자본으로 전환되는 채권은 조건부자본이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국가에서 금융감독 체제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앞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국가는 영국과 미국이다. 영국은 EU에 속하면서도 유로존과는 달리 보다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영국이 행하고 있는 적극적인 제도 개선의 구체적인 한 가지 예는 최근 발표된 금융규제개선위원회(Independent Commission on Banking)의 보고서다.금융규제개선위원회는 2010년 6월에 구성됐으며, 금융산업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규제개혁 내용을 연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금융규제개선위원회는 2011년 9월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위원장인 Sir John Vickers 박사의 이름을 따서 라고 불린다. 에 담긴 규제 개선안은 2015년에 도입될 예정이다.
는 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를 몇 가지 지적하고 있다. 우선 금융기관들의 레버리지는 지나치게 높았으며 위험에 비춰 자본금은 충분하지 않았다. 더구나 위험가중자산이 위험의 실제 수준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위험가중자산을 기준으로 한 자본금 비율이 실제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또한 만약 은행이 부도가 나서 청산될 경우, 예금이 여타 부채(debt)에 비해 변제우선권을 갖지 못함에 따라 위기가 발생하면 예금 인출이 야기돼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곤란을 겪는 등 은행의 부채구조도 손실 흡수 능력을 갖지 못했다. 간단히 말하면, 위험이 정확히 평가되지 못했고 자금 조달 구조도 안정적이지 못했으며 더구나 자본금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는 몇 가지 중요한 규제개선을 제안했는데 주요 내용은 예금은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보호막(ring-fencing)의 설치, 자본금 강화, 예금의 변제우선권 부여 등이다.
‘보호막’은 예금은행이 금융시장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인데, 은행이 금융시장으로부터 받는 위험도 최소화하고 반대로 은행이 금융시장에 주는 위험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장치에 의하면 은행의 사업구조와 지배구조 그리고 심지어 배당마저도 제한을 받게 된다.
이를테면 보호막 하에서 은행의 사업구조는 증권 및 파생거래 등 기존 유니버설은행 체계에서 허용되던 모든 형태의 투자은행업무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고 단지 예금업무와 지급결제업무만 허용된다. 이러한 사업구조 제한의 목적은 투자은행업무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위험 및 다른 금융기관과의 상호연관성(interconnectedness)을 크게 낮추는 데 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 은행은 설령 기존의 특정 금융그룹에 소속됐다고 할지라도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소속관계를 유지해서는 안 되며,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도 분리돼야 한다.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어미를 떠난 자식이 되는 셈이고, 금융그룹의 입장에서 보면 내놓은 자식이 되는 셈이다.
또한 기존 소속 금융그룹과의 금융거래에 있어서도 ‘제3자적 관계의 원칙(arm’s length principle)’에 기초한 공정거래만 허용된다.특히 위험에 노출되는 금융거래는 크게 제약을 받게 된다. 은행에 대해서 금융그룹이 지분을 소유할 수는 있지만, 이 지분을 근거로 한 어떤 배당도 자유롭게 허용되지는 않는다.
만일 배당이 은행의 자본 적정성에 부담을 줄 경우 이 배당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에 따르면 내부겸영을 중심으로 하는 영국의 유니버설은행 체제는 사실상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는 예금 및 지급결제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에 대해 강한 규제를 적용할 뿐 아니라 투자은행에 대해서도 강화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예금은행은 보호막으로 인해 사업구조, 지배구조 및 배당 등이 제한되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되는데 반해, 투자은행은 이러한 보호막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손실흡수능력 기준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예를 들면 자본금(equity capital)에 대해서는 예금은행과 투자은행 공히 위험가중자산 대비 최소 10%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예금은행의 주요 손실흡수 여력은 최소 17%를 기준으로 하며, 투자은행에 대해서는 이를 최소 20%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요 손실흡수 여력은 자본금, 조건부자본, bail-in 채권(long term loss unsecured debt)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가 국내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국내 금융시스템은 내부겸영의 유니버설은행 체제가 아니므로 의 규제안을 반드시 도입할 필요는 없으나,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능력 확보 체계 도입은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상-부도-청산 등 단계별로 구분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금융시스템은 내부겸영 체계가 아니므로 ring-fencing과 같은 보호막체계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금융기관 간 업무 경계의 모호성이 확대되는 것은 상호연관성 및 시스템 위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