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최 교수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생각의 틀에서 외부 사물을 판단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생각의 틀이 끊임없이 변하는 사물 자체가 가지는 본질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강의를 듣던 도중 직업병이 발동했는지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투자자들 역시 끊임없이 변해가는 경제현상의 분석이나 이해를 통한 포트폴리오 구성보다는 과거의 선입견이나 지식에 의해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자금을 모으려고 투자를 하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우선 자산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주식이라는 자산 자체가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하다고 보는 게 대표적인 잘못된 선입견 가운데 하나다.
두 번째로 자신만의 목표 수익률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 금리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고 자신의 성향을 감안해 연 수익률을 정해야 한다. 목표 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지 말고 연 10~12% 정도로 정하고 매년 달성해 나가보자. 투자에 대박은 없다. 시간가치를 포함한 복리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한다면 성공적인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다. 10~12% 정도의 연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면 고위험군과 저위험군 상품에 적절히 배분해 바람직한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 이때도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식이나 펀드 같은 소위 고위험 상품군 투자는 경기에 대한 장기 전망과 기업의 미래를 보고 3~5년을 잡고 투자하되 반드시 1년이나 반기에 한번은 리밸런싱을 통해 수익을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 주식이나 펀드 외에 원금보장형 ELS 중엔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 10% 이상의 수익률이 확정되는 상품도 있다. ELS는 스스로 이익실현 의사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자동으로 청산되고,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면서 원금도 보장된다는 점 때문에 고위험군 상품 중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저위험군 상품 중에는 국내 우량회사채나 물가연동국채, 해외채권 등이 있는데 이에 대한 투자도 반드시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통화량을 늘리면서 돈의 값어치가 헐값이 돼 버리는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물가연동국채와 해외채권이 아주 중요해졌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상승률만큼 투자원금이 더해지는 구조의 상품인데 연 2차례 한국은행이 고시하는 물가연동계수에 따라 원금 증가분이 정해지고 표면금리는 1% 정도 수준이다. 예를 들면 100억원을 투자한 상태에서 물가상승률이 4%를 기록하면 투자원금을 104억원으로 계산해주고 이자 1억원을 더 주는 구조다. 물가채는 늘어난 투자원금 4억원은 비과세되고 표면금리 1억원에 대해서만 분리과세되는 특성이 있다. 금융소득 과세 대상자라면 세제혜택까지 감안할 때 7% 가까운 이자를 받는 효과가 있다. 해외채권으로는 중국 위안화 표시 채권과 말레이시아 채권 투자를 추천할 만하다. 최근 위안화 채권을 산업은행과 같은 신용등급이 높은 기관도 발행하고 있는데 금리는 2%대 정도이나 위안화의 절상이 연간 2~3% 정도로 꾸준했다는 점에서 추가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중국이 앞으로 위안화를 달러나 유로와 함께 세계의 기축통화로 만들려 한다는 점에서 위안화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면 6% 이상의 금리효과를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의 중심이고 이슬람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해 매우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금융시스템으로 빠르게 선진화 돼가는 나라라는 점 역시 주지해야 한다. 그 덕분에 말레이시아 링깃화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할 수 있기에 말레이시아 채권 역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