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k Management] 글로벌 위기 넘는 리스크 관리법…남은 2부 능선을 잘 타고 넘어라
입력 : 2011.10.27 09:55:57
수정 : 2012.04.05 11:21:19
유럽 재정위기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가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위기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는 더 야단법석이다. 공격적 투자가들도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동 폭이 극에 달하고 있다. 8월 초부터 전개된 코스피 움직임은 만취한 사람이 정신분열 증상까지 보인다고 묘사해도 과장이 아닐 듯하다. 만취한 것 같은 유럽 정치인들 때문에 세계 증시가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국내 투자가들은 정신분열 증세까지 보이는 듯하다는 얘기다. 수급을 외국인들이 쥐락펴락하고 유럽 투자가들이 자금회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풍랑 속에서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는 개미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유럽위기는 현재 8부 능선을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남은 2부 능선이 더 중요하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유럽 재정위기의 결말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에 임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이는 베팅일 뿐이다. 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자세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사항들을 철저히 점검하고 리스크를 관리함으로써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
세계 금융위기 아직도 진행 중
리스크 관리를 언급하기에 앞서 주식 투자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 2008년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단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더블딥 우려로 탈바꿈했을 뿐이다. 더 나아가 금융위기는 앞으로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해 몇 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8월 이후 지수와 종목의 연동성이 전 세계적으로 90%에 육박한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유럽재정위기가 극적으로 해결되고 금융시장이 안정권으로 복귀되더라도 ‘금융위기가 끝났구나’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8월 초에 날벼락처럼 밀어닥친 주가폭락에서 경험했듯이 투자자들이 범세계적인 이벤트 리스크의 타이밍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주식투자에서 손을 떼라는 말은 아니다. 기회는 항상 위기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환경에 준하는 리스크 관리 하에서 신중하게 투자에 임하라는 것이다. 현재 주가를 억누르고 있는 리스크 요인은 크게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더블딥 우려,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국내 기업 수익 악화 등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앞의 세 요소는 정책·정치 리스크이고 마지막은 전자의 결과물인 펀더멘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리스크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향후 증시 안정과 회복 가능성은 전적으로 정부 정책과 정책 집행을 결정하는 정치인의 손에 달려있다. 1932년에 끝난 대공황 뒤에도 세계자본주의는 수많은 경제위기를 겪어 왔고 이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풍부한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따라서 현 경제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미시적 견해 차이는 있지만 거시적 해결방안에 대한 공감대는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 문제는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인들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정치 리스크이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이 자국의 이해타산에 연연하지만 않는다면 현 사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그리스는 사실 북유럽 구제금융에 의존하지 않고도 IMF 지원만으로 충분히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일례로 한국이 외환위기 시절 취했던 것처럼 자산매각공사를 설립해 매각 가능한 국유자산을 모으고 이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만기가 되어 돌아오는 국채를 갚으면 된다. 국유자산을 외국인에게 헐값으로 매각하는 게 국민 정서상 수용하기 어렵다면 그리스 국민에게 우선매수권을 주면 된다. 세출이 세입보다 월등히 커 국가재정이 파탄에 이른 것이지 그리스 국민까지 가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리스 정치인들은 그리스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북유럽 상업은행들이 코가 꿰어있다는 점을 잘 알기에 잘 움직이지 않는다. 유로존 국가들 또한 그리스의 속셈을 알기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다. 국민의 혈세를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는 그리스를 구제하기 위해 투입하는 것은 부지런한 북유럽 국민 정서상 용납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반되는 정치적 이해타산 때문에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고 그 여파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는 크게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후행적 리스크 관리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리스크 관리는 후자에 속하는데,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잘 하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식투자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목표수익률 또한 상대적으로 쉽게 달성할 수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겠지만 많은 투자가들이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위험한 투자의 길을 걷게 된다.
편한 투자를 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
우선 선제적 리스크 관리부터 보자.
첫째, 주식투자는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성공투자란 검증된 투자기법, 리스크 관리, 오랜 투자경험, 시장정보, (투자)원리·원칙, 끊이지 않는 공부가 어우러져 형성되는 결과물이다. 일반 투자자와는 거리가 먼 사항들이다. 신뢰할 수 있고 검증된 투자전문가를 통해 주식투자에 참여하길 권장한다.
둘째, 사용처가 정해진 단기자금으로는 투자해선 곤란하다. 투자란 리스크를 사는 것이고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 리스크, 종목 리스크 등 예측하지 못했던 이슈들이 속출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종목 보유 기간은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설정해야 한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투자한다면 단기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도 없고 목표수익률에 도달할 때까지 인내하면 된다.
셋째, 비정상적 수익률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포식을 하면 체하기 십상이다. 주식투자는 더욱 더 그렇다. 금융상품에서 얻어지는 수익률은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다. 리스크를 적게 안으면 예상수익률도 적고 리스크를 많이 안으면 예상수익률도 높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리스크는 무시하고 고수익에 집착한다. 주식에 투자해서 연 10% 수익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들도 많다.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목표수익률을 정할 때 내가 안고 갈 수 있는 리스크가 어느 정도 되는지 먼저 고민하고 이에 비례한 목표수익률을 추구해야 한다.
위기를 감안한 리스크 관리법 ‘다섯’
서울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호가창을 보고있다
이런 선제적 리스크 관리만 잘해도 성공투자의 씨앗은 뿌려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후행적 리스크 관리를 보자.
첫째, 지금같이 불안정한 증시 상황에서 종목으로 대응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지수대에 따라 유망종목이 다르고 유망종목 또한 유럽·미국·중국 관련 매크로 변수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목 선정에 확신이 없다면 지수 방향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지수가 단기 저점에 있다고 판단되면 KODEX200, 고점에 있다 판단되면 KODEX인버스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종목투자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지만 리스크 또한 줄어든다.
둘째, 바겐세일 유혹이 크겠지만 저평가라는 이유만으로 종목 선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리스크 회피가 팽배한 상황에서 지수와 종목 대부분이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망가진 사랑채에서 옥석을 가리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PER보다는 PBR이나 하반기 수익전망 기관수급을 유심히 검토하기 바란다.
셋째, 대형 우량주에 투자를 집중하자.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결말이 나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에서 대형 우량주는 일시적으로 망가질 수는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재무구조가 빈약한 중소형주는 막다른 골목에 몰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넷째, 일정 수준의 현금 비중을 항상 유지하고 탄력적으로 조정하자. 주식투자에서 현금은 실탄과 같다. 전장에서 공격할 때 또는 포위당했을 때 실탄이 떨어졌다면 얼마나 아쉽고 억울하겠는가. 현재와 같은 박스권 장세에서 지수 상단에서는 이익실현을 하거나 필요하다면 손절매를 해서 현금 비중을 늘리고 하단에서 저가매수로 현금 비중을 줄일 것을 권장한다.
다섯째, 최대 손실한도를 설정하고 이 손실을 단기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 점검하자. 주식투자에서 변동성은 피할 수 없는 존재이다. 현재의 높은 변동성을 인내할 수 없다면 한 템포 쉬면서 투자에 임하는 것도 좋다. 반대로 책정한 최대 손실한도를 수용할 수 있다면 변동폭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단기손실에 대한 불안감도 줄일 수 있고 폭락장을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용기도 생긴다. 폭락장에서 투매가 일어나고 절호의 매수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추가 손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제 박스권 상단에 근접해있는 코스피 레벨에서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할지 검토해보자. 아직 8월 주가폭락 이후 발생한 손실을 다 만회하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유럽 지도자들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고 IMF나 일본, 브릭스( BRICs) 또한 재정지원 모색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10부 능선에 안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유럽위기가 연말까지 100% 해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미봉책에 머물 경우 주식시장의 포커스가 세계경기 둔화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연말 코스피를 예측한다는 것은 부질없다.
이 상황에서 추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고 향후 3개월 안에 현금화가 요구된다면 박스권 상단에서 포트폴리오 청산을 고려해볼 만하다. 잠재적 주가상승 이익보다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만간 써야할 자금이 아니고 변동성을 인내할 수 있다면 수익률 눈높이를 낮춰 박스권 트레이딩으로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스권 상단에서는 선별적인 손절매 또한 권장한다. 단, 손절매 종목이 일정폭 하락 시 재매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장기투자가라면 선별적 수익실현을 제외한 박스권 트레이딩은 자제해야 한다.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거나 현금 비중을 높일 필요가 없다면 손절매 또한 자제하는 게 좋다. 주식투자란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성과 연동되어 움직이게 돼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매크로 변수가 장기적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는 없다. 투자 환경을 잘 분석하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성공투자의 지름길이란 점을 되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