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봄을 맞아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권 영업전쟁의 본격화로 은행들의 예금금리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출금리도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계속 인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이상 한국 금융을 지배했던 ‘저금리 기조’가 서서히 저물고 고금리 시대를 여는 여명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예금자에게는 반가움이, 대출자에게는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전환점에서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 예금과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 리모델링 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5%대 예·적금 시대 열리나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표 정기예금 금리는 올해 1분기 중에 4%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은행 예금금리는 연초 3%대 후반 대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2분기에 2% 후반 대까지 떨어졌고 연말에는 3% 중반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다수 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4%대 초반으로 올라섰다.
특히 시중은행 특판예금의 경우 4%대 후반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종종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뱅킹을 통한 예금상품이다. 우리은행의 ‘우리스마트정기예금’의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5%에 육박한다. 4월11일 현재 4.8%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4% 중후반대 금리를 제공하는 스마트폰뱅킹 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옥동자가 될 수 있다.
적금 금리는 이미 5%대에 진입했다. 국민은행의 ‘KB국민 첫 재테크 적금’은 3년제 상품으로 최고 금리는 연 5.0%다. 월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단리 기준으로 연 5.2%를 주는 셈이다. 이렇게 예·적금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예금자들에게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
일단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3.5~3.75% 수준으로 인상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이 2~3차례 더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부동자금이라면 일단 만기가 짧은 예금에 가입했다가 금리 상승이 본격화할 때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여유자금 운용 단위를 가능한 한 단기로 가져가는 게 요즘 트렌드”라며 “은행 예·적금에 주로 투자하는 보수형 투자자는 자금이 100이라면 50은 정기예금, 20은 유동자금, 30은 MMF 등 단기자금으로 굴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작정 금리 인상을 기다리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5%대 예금금리 시대의 속도가 더딜 경우 단기 예금만 고집하면 수익률이 저조한 공백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PB팀장은 “예금금리가 적정 수준으로 올랐다고 판단되면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자산 중 일정 부분을 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더 현명한 투자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명하게 이용하는 저축은행
잇따른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로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에서 돈을 찾아가는 고객들도 크게 늘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하지만 저축은행을 무조건 멀리하는 것은 현명한 투자방법이 아니다.
1인당 5000만원까지 원리금을 보호해 주는 예금자보호제도를 고려하면 저축은행 예금상품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게 재테크 고수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자 한 푼이 아쉬운 재테크 족이라면 시중은행보다 저축은행이 훨씬 유리하다. 정기예금의 경우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뤄진 공직자 재산공개 때 금융권 고위공직자 상당수도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조건 불안해 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고위 공직자들의 저축은행 예금 가입액이 대부분 4500~4700만원이라는 점이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저축은행의 문을 두드릴 때 가급적 1인당 5000만원 이하로 예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5000만원은 만기될 때 받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합한 금액이다. 따라서 만기 후 이자를 더한 수령액이 5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5000만원보다 더 큰 금액을 저축은행에 예치한다면 여러 저축은행에 분산 예치하고, 한 은행에 거액을 입금할 때는 여러 식구 명의로 분산해 1인당 원리금이 5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모든 금액에 대해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우량 저축은행을 판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 대출 가운데 6개월 이상 연체대출 8% 이하(고정이하여신비율)를 뜻하는 ‘88클럽’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정밀한 잣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우량 저축은행으로 안심하려면 첫째, 후순위채를 제외한 진정한 자기자본 대비 자산 비율을 의미하는 기본자기자본(Tier 1) 5% 이상. 둘째, 3개월 이상 연체 대출 비율 20% 이하. 셋째, 부동산을 포함한 기업대출의 낮은 비중. 넷째, 부채 상환 요구가 들어올 때 갖고 있는 자산으로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유동성 비율 100% 이상. 다섯째, 꾸준한 순이익 발생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금리 상승기… 유리한 대출전략은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은행 대출상품인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담보대출의 경우 최고 금리가 6%대를 넘어섰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CD금리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의 본격 상승국면을 맞아 기존 대출자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대출을 갚거나 아니면 보다 금리가 낮은 다른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당분간 대출금리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빚을 최소화하는데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여유자금이 있다면 일단 대출 규모부터 줄여나가는 것이 현명한 대출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여유자금이 없다면 보다 유리한 조건의 상품으로 대출 갈아타기를 고려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고민 중 하나가 과거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고객이 금리 상승을 대비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른다고 무작정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대출 리모델링에도 단계가 있다. 먼저 본인의 대출조건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은행에 문의하면 본인의 대출조건과 가산금리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본인 대출의 가산금리가 높지 않다면(현재 CD금리 수준에서 1% 내외) 아직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언제 대출을 처음 받았는지도 중요하다. 받은 지 얼마 안 된 대출을 갚고 다른 대출로 갈아탈 경우 최대 2%에 달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붙는다. 1억원의 대출을 받았다면 2% 수수료 부담이 200만원에 달한다. 근저당권 설정비(대출액 기준 0.6~0.8%)를 추가로 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그렇다면 새롭게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은 어떤 방식이 유리할까. 대출자들이 한 푼이라도 이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출 쇼핑이 필요하다. 은행별로 금리 최저 최고 구간만 표시될 뿐 정작 본인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직접 상담을 받아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래은행 등의 조건이 있으면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받을 은행을 정했다면 우선 은행의 대출금리 종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출금리는 크게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변동금리부터 살펴보자. 변동금리의 경우 대표적인 게 CD금리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다. CD금리는 유통되는 CD의 수익률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루에 두 번씩 고시된다. 일반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등에 연동되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최근 CD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한국은행이 올 들어 두 번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코픽스 금리는 다시 잔액기준과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나뉜다. 신규취급액 기준이 잔액기준에 비해 금리 변동이 빠르게 반영된다. 잔액기준은 은행들이 지금까지 조달해 놓은 비용을 누적 반영해 금리가 결정되기 때문에 최근 시장금리 상승 영향력이 축소돼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 때문에 금리 하락기에는 신규취급액 기준이, 금리 상승기에는 잔액기준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올 1, 2월에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상승한 반면 잔액기준은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서는 변동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코픽스 잔액기준 대출이 가장 유리하다고 은행권 PB들은 입을 모은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김모씨의 고민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과거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형이 9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변동금리가 압도적인 대세였다. 하지만 A씨는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변동금리를 선택할 경우 이자부담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고정금리 vs 변동금리
일반적으로 은행에 문의해 보면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금리가 낮다. 고정금리의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에 걸친 리스크를 은행이 감당해야 하는 만큼 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출기간이 3년 내외로 단기이면 당장 금리부담이 적은 변동금리가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격차가 1%포인트 수준이면 고정금리를 검토해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10년 이상 장기대출을 선호할 경우에는 고정금리가 더욱 매력적인 방법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고정금리 상품은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취급하는 ‘보금자리론’이다. 주택금융공사에서 인터넷으로 직접 신청하는 ‘보금자리론’ 기본형의 경우 대출기간에 따라 5.2~5.45%가 적용된다. 적용금리는 가산금리 없이 10년 만기일 경우 5.2%부터 시작해 30년인 경우 5.45%인 식이다. 여기에 연소득 25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더욱 금리가 낮아진다. 연소득이 16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10년 만기의 경우 4.2%까지 가능하다. 최근 출시된 혼합형의 경우 3년간 4.8% 금리를 받고 3년 후에 그때 결정된 고정금리를 적용받는다. 대출 요건은 20세 이상 70세 이하인 무주택 또는 1주택 보유자다. 1주택 보유자는 기존 보유 주택을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9억원 초과 주택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출 한도는 5억원으로 아파트는 시세의 60~70%, 기타 주택은 감정가의 60~65%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최근에는 시중은행에서도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은행권 최초로 만기 15년짜리 장기 고정금리 주택대출 ‘지금 利대로~신한 금리안전모기지론’을 출시했다. 대출을 받을 때 만기를 3년부터 15년까지 설정하면 만기 내내 금리가 고정된다.
4월11일 현재 3년 만기는 연 5%, 3~5년은 5.1%, 5~7년은 5.3%, 7~10년은 5.6%, 10~15년은 5.8%다. 대출자가 설정비를 부담하면 연 0.1% 포인트 금리를 감면해주고, 3년 또는 5년만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남은 만기까지 1년 주기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혼합형도 있다. 거치기간은 최장 5년이며 이 기간이 지나면 원리금 분할상환을 해야 한다. 거치기간 없이 바로 원리금 분할 상환에 들어가면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기존 규정보다 15%포인트 높게 적용받을 수도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은 만기를 무조건 10년 이상 설정해야 하는 데다 9억원 이하 주택만 대상으로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반면 신한은행의 대출은 특별한 제한이 없다. 이에 따라 고가주택 구입 예정자나 기존 주택 소유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