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과 건설경기 부진 등의 이유 때문에 2025년에도 분양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벌써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15만 가구 안팎으로 2000년 이후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 건설사가 분양 일정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올해 실제 분양 물량은 이보다 더 적을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고민중인 사람은 공공분양에 주목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민간 분양 시장보다는 계획 변동성이 덜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전국에서 2만8000가구 본청약을 진행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3기 신도시 중 4곳(하남교산 남양주왕숙 부천대장 고양창릉)이 시장에 본격 등판하는 데다 서울 마곡·과천 주암 등 수도권 알짜 입지에서 공급되는 물량도 눈에 띈다.
3기 신도시에서 본청약되는 물량은 8000여 가구다. 가장 먼저 1월 중 고양 창릉에서 1800가구가 나온다. 고양의 경우 1기 신도시인 일산은 안쪽에 있고, 덕양구가 서울과 맞닿은 바깥쪽에 있다. 덕양구에서 지축지구, 삼송지구, 원흥지구, 덕은지구 등 여러 택지지구가 서울을 둘러싸고 있다. 창릉지구는 이 라인의 가운데 들어선다. 창릉지구가 서울과 물리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얘기다.
교통 인프라도 좋은 편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창릉역이 2030년 개통한다. 서울역, 삼성역 등으로 이어지는 노선이다.
2024년 12월 기본계획을 승인받은 고양은평선도 주목할 만하다. 경기 고양시청역에서 창릉지구를 지나 서울 새절역(6호선)까지 이어지는 노선으로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향후 고양은평선은 서부선(추진 중)과 직결된다. 환승 없이 여의도와 서울대입구역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앞으로 창릉지구에 3대 업무지구인 여의도(서부선), 강남(GTX 삼성역), CBD(중심업무지구·GTX 서울역)로 향하는 철도망이 뚫리는 셈이다.
올해 분양할 단지를 구체적으로 보면 A4 블록(603가구)과 S5 블록(759가구), S6 블록(430가구) 등이다. A4는 전용 55㎡ 단일 주택형의 신혼희망타운이다. S5는 전용51·59·74·84㎡로 구성되고, S6는 전용 59·74㎡ 두 가지 주택형을 갖췄다.
대개 신도시의 첫 공급 단지라고 하면 ‘허허벌판 속 아파트’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세 단지는 덕양로 건너 북쪽에 있는 원흥지구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원흥지구엔 초·중·고와 공원, 이케아 등이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창릉역도 걸어서 15분 거리로 이용할 만한 위치다. 다만 이들 단지는 2027년 집들이할 예정이라 입주와 동시에 GTX 창릉역을 바로 이용할 순 없다.
3월에는 하남 교산에서 1100여 가구가 풀릴 전망이다. 서울 강동·송파구와 인접한 이곳은 3기 신도시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하철 3호선이 하남교산까지 연장될 예정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도로 교통도 훌륭한 편이다. 교산지구 중심을 중부고속도로가 가로지르며 서쪽으로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가 지난다. 세종포천고속도로 구리~안성 구간이 최근 개통해 도로망은 더 좋아졌다.
올해 교산신도시에서 물량이 나오는 A2 블록은 5호선 하남검단산역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라 역세권이라 할 수 있다. 천현초와 하남시청이 동쪽으로 인접해 있다. 스타필드 하남도 자동차를 이용하면 5분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생활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교산지구의 핵심은 2032년 완공될 지하철 3호선 연장(송파하남선)이다. 교산지구에 지하철 3호선 2개 역이 계획돼 있다. 3호선이 개통되면 병원(일원역·삼성서울병원)과 학원가(대치역), 업무지구(교대역) 접근성이 크게 좋아진다. A2블록은 송파하남선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3호선 연장선이 하남검단산역에서 한 정거장인 5호선 하남시청역으로 연결돼기 때문에 이용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5호선은 광화문 업무지구로도 이어진다.
이르면 4월에는 부천 대장신도시에서 약 2000가구가 풀린다. 대장신도시는 규모는 다른 3기 신도시보다 작은 편이지만 투자자 사이에선 ‘3기 신도시 중 대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김포공항, 마곡지구가 인접한 데다 남서 측으로 서운산업단지, 오정물류단지, 오정산단 등이 붙어 있어 산단 배후 주거지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경인고속도로, 광명서울고속도로(예정) 등이 있어 서울 접근성도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이곳에서는 4개 단지가 본청약을 진행한다. A5·6 블록은 신혼희망타운으로 각각 952가구와 688가구가 지어진다. A7 블록(473가구)과 A8 블록(392가구)은 공공주택(뉴홈) 일반형이다. 2027년 하반기 입주할 예정이다.
이들 단지는 대장홍대선 역에서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거리라는 사실이 가장 큰 장점이다. 대장홍대선은 뚫리면 서울 홍대까지 50분 걸리던 이동 시간이 30분대로 단축된다. 대장홍대선은 대장지구부터 고양 덕은지구, 서울 홍대까지 12개 역, 약 20㎞를 운행하는 노선이다. 2030년 개통이 목표다. 서울 도심을 지나진 않지만 현재 계획된 10개 역 중 6개가 환승역이라 서울 주요지역을 오가기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결되는 노선이 2호선, 5호선, 9호선, 공항철도 등이라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다.
하반기에는 남양주왕숙 3100여 가구도 본청약에 돌입할 방침이다. A1 블록과 A2 블록, A24 블록, 그리고 B1 블록과 B2 블록, B17 블록 등 6개 단지로 올해 본청약을 진행하는 3기 신도시 중에서 물량이 가장 많다.
왕숙지구는 1지구(진접·진건·퇴계원읍)와 2지구(일패·이패동)로 나뉜다. 다산신도시 북쪽에 자리한 1지구는 주택 공급 규모가 기존 5만2380가구에서 6만394가구로 8014가구 늘어났다. 수용 인구도 2만 명가량 증가한 15만 102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다산신도시 동쪽에 있는 2지구를 포함해 왕숙지구 전체 주택 공급 물량은 7만5000가구에 달한다.
올해 공급되는 단지들은 주로 1지구 북측에 위치해 있다. 4호선 연장선과 9호선 연장선이 가까운 위치다. 다만 왕숙신도시 남쪽을 관통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에서는 다소 먼 편이다.
3기 신도시가 아닌 다른 수도권 공공주택지구에서도 올해 1만3000여 가구가 집주인을 찾는다. 서울 마곡, 과천 주암 등 입지가 좋은 지역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높다.
서울에서는 마곡지구에서 유일하게 엠밸리 10-2단지가 시장에 나온다. 서울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송정역 사이에 있는 단지로 두 역을 모두 10분 정도 걸으면 이용할 수 있다. 공항대로 바로 앞이라 자동차와 버스 교통도 괜찮은편이다. 근처에 공진초등학교(병설유치원 포함)와 공항초등학교, 공항중학교와 마곡하늬중학교가 위치해있다.
이 단지의 가장 큰 특징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라는 점이다.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 등에 대한 소유권은 수분양자가 취득하는 분양주택 유형이다. 40년간 거주한 후 재계약을 통해 최장 80년(40년+4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사전청약 당시 3억원에 분양해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수도권에서는 상반기에 고양장항, 의정부우정, 김포고촌2 공공주택 등이 분양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구리갈매역세권과 남양주진접2, 과천주암에서 공공분양 물량이 속속 나온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강남 접근성이 좋은 과천주암이다. 과천주암지구는 우면산과 청계산 사이 위치해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렛츠런파크(과천경마공원),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다. 서울 강남 접근성이 높은 것은 물론, 서울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이 가깝고 인근 정부과천청사역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과 위례과천선이 지나갈 예정이다. 경부고속도로, 과천~우면산 간 고속화도로, 강남순환고속도로, 양재대로, 과천~봉담 간 도시고속화도로 등 도로교통 여건도 양호한 편이다.
인프라 등 조성이 거의 완료된 화성 동탄2에서도 대규모 공급이 계획돼 있다. 동탄의 경우 지난해 3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뚫리면서 서울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동탄신도시 자체가 너무 넓은 나머지 동탄역까지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올해 공급되는 단지들은 상당수가 동탄역 역세권이어서 큰 인기를 끌 전망이다.
공공분양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가격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주변 시세 대비 10~20% 낮은 금액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특히 공공분양은 비슷한 입지에, 똑같이 분상제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통상 민간분양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경향이 있다.
올해 공공분양이 얼마나 인기를 끌지 여부는 확정 분양가격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최근 급등한 공사비가 반영돼 분양가가 오를 것이라면서도, 사전청약과 본청약 가격 차이를 크게 두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방침인 만큼 확정 분양가가 사전 추정 분양가보다 큰 폭으로 오르진 않았을 것으로 점친다. 실제로 지난해 분양한 계양A3블록의 전용55㎡ 분양가격은 3억9000만원이었다. 사전청약 당시 3억3980만원보다는 5000만원가량(14.8%)오르긴 했지만 주변 최근 분양가보다는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청약 대기자들에겐 아쉽지만, 해당 가구 수 만큼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공급되는 공공분양 단지는 대부분 사전청약을 거쳐 이번에 본청약이 진행되는 곳들이다. 단지마다 상당수 분양물량이 과거 사전청약을 통해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가는 3기 신도시도 사전청약한 물량이 전체 물량의 90%를 넘는다. 전체의 20% 정도로 알려진 당첨포기 물량을 합치더라도 실제 분양물량은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또 물량이 줄면 청약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청약 문턱까지 낮아진 상태다. 지난해 말 민간분양·공공분양 간 청약벽이 허물어졌고 아파트 이외 공시가격 5억원 이하 단독주택·빌라 소유자도 무주택 자격으로 청약할 수 있게 됐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