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정국 하에서도 서울 주요지역 부동산 시장은 견고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포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한 청약 시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2025년에도 이러한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해에도 대규모 정비사업을 통한 우량 단지들의 분양이 예정되어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2024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부동산R114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당 매매가 상승률은 송파구가 10.89%로 가장 높았으며, 서초구 9.51%, 강동구 9.44%, 성동구 8.49%, 마포구 8.08%, 강남구 7.55%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모두 서울 평균 상승률인 7.06%를 웃돌았다.
이러한 상승세는 실거래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집계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의 아파트 매매에서 송파구가 3755건으로 최다 거래량을 기록했으며 강남구 3268건, 강동구 2996건, 서초구 2600건, 성동구 2546건, 마포구는 241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상위 거래량을 기록한 지역들이 동시에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거래량 증가가 단순한 투기성 수요가 아닌 실수요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에 기인했다는 점이다. 특히 30~40대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수요와 더불어, 50대 이상의 자산가들의 자산관리 차원의 매입도 시장 상승을 견인했다.
2024년 청약 시장은 서울, 특히 강남3구를 중심으로 한 수요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2024년(12월 5일까지 누적 기준) 강남3구에서 진행된 일반공급 1순위 청약에서는 총 39만4137건의 청약이 접수되어 평균 279.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경쟁률과 1순위 청약자수 모두 부동산R114가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청약시장의 일반공급 1순위 청약 경쟁률은 6.29대1에 그쳤다. 2013년(2.11대1) 이후 최저치다. 이 기간 6만295가구가 공급된 지방 일반공급 분양에 참여한 1순위 청약 건수는 37만9168건으로 이 역시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 지역에서 접수된 1순위 청약 건수를 모두 더해도 강남3구 청약 건수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서울 주요지역 개별 단지들의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도 눈에 띈다. 2024년에는 이른바 ‘로또 청약’ 단지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청약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당첨되면 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로 주목받았던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2024년 7월 진행된 일반공급 178가구 모집 청약에 약 10만 명이 몰리며 52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8월에는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가 71가구 모집에 2만 8000여 명이 청약을 신청해 402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 역시 시세보다 5억원가량 낮은 분양가로 책정되어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1순위 청약에서 네 자릿수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도 등장했다. 2024년 10월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다. 이 단지는 일반공급 37가구 모집에 3만 7946건의 청약이 접수되며 서울 분양 역사상 최고 기록인 1025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달성했다.
2024년 연말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에도 서울 주요지역 청약 시장 열기는 식지 않았다. 2024년 12월에 분양된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 역시 1순위 청약에서 482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서울 주요 지역의 분양 시장이 여전히 건재함을 입증했다. 이 단지 역시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이 예상돼 주목받았다.
일반공급뿐만 아니라 특별공급 시장에서도 2024년 서울 핵심 지역의 인기는 이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특별공급 114가구 모집에 4만 183건의 청약이 접수되어 평균 352.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 역시 69가구 모집에 1만 7349건이 접수되며 평균 251.4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특별공급은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이 일반공급과의 경쟁 없이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특별공급 시장의 높은 경쟁률은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열망을 반영하는 동시에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의 미래 가치에 대한 시장의 높은 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2025년에는 서울 핵심 지역에서 여러 대규모 정비사업 단지들의 분양이 예정되어 있어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주목할 만한 것은 1월 분양 예정인 서초구 방배동의 ‘래미안 원페를라’다. 삼성물산이 방배6구역 재개발사업을 통해 선보이는 이 단지는 지하 4층, 지상 최고 22층, 총 16개 동 규모로 조성된다. 전체 1097가구 중 482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 단지는 서리풀공원과 인접해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하며, 방배역 인근의 우수한 교통 여건과 함께 서초구의 탄탄한 학군, 생활 인프라를 두루 갖추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송파구에서는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단지인 ‘잠실 르엘’이 상반기 중 분양을 앞두고 있다. 롯데건설이 최고 35층, 13개 동 규모로 조성하는 이 단지는 전체 1865가구 중 216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준공 후에는 송파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 단지는 롯데월드타워가 인접해 있으며 올림픽공원과 한강공원 등 풍부한 문화·여가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주거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는 서초구 서초동 일원에서 DL이앤씨가 ‘아크로 드 서초’를 분양할 예정이다. 신동아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으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는 지하 4층, 지상 35층 규모의 16개 동으로 구성되며, 총 1161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일반분양 가구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단지는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하는 강남역,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교대역, 3호선 양재역이 인접해 트리플 역세권의 뛰어난 교통환경을 자랑한다.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서초나들목(IC)이 가까워 강북 지역은 물론 서울 외곽으로의 진출입이 수월하다.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단지 인근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대형 의료시설이 위치해 있다. 강남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양재 이마트, 양재 코스트코, 양재 하나로마트 등 대형 유통시설도 가깝게 자리 잡고 있어 쇼핑과 생활 편의성이 뛰어나다.
이밖에도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현대건설의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가 2025년 내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하는 이 프로젝트는 5002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며,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강변의 프리미엄 입지와 함께 반포 일대 대규모 정비사업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부동산 시장, 특히 강남3구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데는 여러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 노후 주택의 비율이 높은 반면 신규 아파트의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수급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는 새 아파트에 대한 프리미엄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분양이 해당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져 자연스러운 가치 상승을 견인한다는 점이다. 특히 대규모 정비사업은 단지 내부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기반시설 확충과 환경 개선으로 이어져 광역적인 가치 상승 효과를 창출한다.
셋째, 우수한 교육 인프라와 편리한 교통망, 풍부한 생활·문화 시설 등 프리미엄 주거지로서의 기본 요건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프라는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것들로, 지역의 지속적인 가치 상승을 뒷받침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2025년 서울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는 더욱 세밀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입지적 측면에서는 교통, 학군, 생활인프라 등 기본적인 요건과 함께, 향후 개발 계획이나 정비사업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단지 선정에 있어서는 건설사의 브랜드 가치와 시공 능력, 단지 규모, 세대 구성, 설계적 특징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초기 분양가 설정이 합리적인지, 주변 시세와의 갭이 적정한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변동 가능성 등을 고려한 안정적인 투자 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보유 기간 동안의 세금 부담과 향후 매각 시의 양도소득세 등 세무적인 측면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25년에도 서울 핵심 지역의 분양 시장이 견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 서울 주요 지역의 분양 물량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청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 강남3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정비사업의 순차적인 진행은 해당 지역의 주거환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지역 전체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변동성, 정책적 불확실성 등 위험 요인도 상존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이러한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거주 가치와 투자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선별적인 투자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