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욕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킬 만큼 급등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투자자들의 경우 기술주 선호 경향이 큰 탓에 나스닥 관련 지수 급락에 따른 충격도 만만치 않다. 11월로 이어지는 엔비디아 등 기업 실적 발표뿐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1~2일(현지시간)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까지 지켜보면서 매매 전략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필요도 있다.
채권 시장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만기가 짧은 미국 국채 단기물 수익률이 빠르게 뛰면서 3개월 만기 국채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앞지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돌았다.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에 4.00%를 넘어섰다.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20% 선을 오가는데 3개월 만기 수익률과 격차가 불과 20bp(0.20%포인트) 안으로 좁혀진 바 있다. 두 국채 수익률이 가장 마지막으로 역전된 것은 2020년 2월이었는데 당시는 중국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급격한 경기 침체가 일어나기 직전 시점이었다.
통상 시장은 2년·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에 주목하는데 채권 시장에서는 3개월·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전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미국 케넌 연구소의 제럴드 코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60년대 중순 이후를 통틀어볼 때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간 수익률 격차는 매번 경기 침체를 1년 정도 앞선 시점에 관찰돼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기 침체 선행 지표로 2년·10년물 수익률 역전 현상을 주목하지만 3개월물·10년물 격차가 더 결정적으로 현상을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보고 저점 매수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성장주로 분류되는 기술 기업들의 경우 낙폭이 큰 만큼 반등세도 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를 전후해 본격화된 뉴욕 증시 주요 상장기업 실적 발표 결과를 눈여겨본 후 일부 우량 기술주를 저점 매수해둘 만하다고 평가한다.
▶10월에 앞다퉈 사둔 기술주는 ‘테슬라’
월가에서는 과거 경향에 비추어 9월을 ‘하락의 달’로 꼽는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10월은 반등 기대감이 지펴지는 달로 통하는데, 이는 10월이 기업들 3분기(7~9월) 실적 발표와 미국 핼러윈데이를 시작으로 연말 소비 시즌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 낙폭이 컸기 때문에 시장에는 실적 발표에 앞서 과대 낙폭 종목을 저점 매수하려는 심리가 맴돌고 있다.
지난 10월 18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기준) 한국 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10월 1~18일 동안 국내 투자자가 사들인 미국 주식 상위 10개 종목(순매수액 기준) 중 절반 이상인 6개가 모두 기술주였다. 그만큼 앞으로 기술 업종 주가 등락에 관심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셈이다.
한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국민 주식으로 통할 만큼 인기를 누려온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티커 TSLA)로 해당 종목 순매수액은 약 3억3494만달러(약 4810억원)이다. 테슬라는 통상 1·4·7·10월 초에 직전 분기 차량 인도 실적을 공개하고 이로부터 2~3주 후에 직전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이런 경향을 감안해 기대감을 안고 선매수한 것으로 풀이할 여지가 있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이 앞다퉈 테슬라 주식을 사들인 10월 1~18일 해당 종목 주가는 약 17% 떨어졌다. 월가 전망치를 밑도는 3분기 차량 인도 실적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재추진 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10월 2일 미리 공개된 테슬라의 3분기 전기차 인도 실적(34만3830대)은 1년 전과 비교해 42% 늘었지만,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7만1000대)는 밑돌았다.
현재 3분기 테슬라 실적과 관련해 월가 주가 전망이 서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19일 테슬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회사 총 매출은 총 214억54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56% 늘었지만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기대치(219억6000만달러)를 밑돌았다. 다만 3분기 주당 순이익(EPS)의 경우 비일반회계(non-GAAP) 기준 1.05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0.62달러)를 비롯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기대치(0.99달러)는 넘겼다.
이날 기준 테슬라 12개월 목표 주가는 283.90달러다. 실적 발표를 즈음해 이달 웰스파고는 테슬라 목표가를 기존 280달러에서 230달러로 내린 반면 에버코어ISI는 기존 267달러에서 300달러로 높여 잡은 바 있다.
테슬라의 올해 3·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지만 주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진 연합뉴스>
한편 한국인 순매수 2위 종목은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ETF)다. TQQQ라는 티커로 더 유명한 해당 종목은 나스닥 100지수를 3배로 추종하기 때문에 고위험-고수익 종목으로 통한다. 나스닥 100지수는 나스닥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100대 우량주를 선별한 기술주 중심 주가지수다. TQQQ는 해당 기간 동안 2.4% 올랐지만 순매수 3위를 차지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는 약 16.5% 하락했다.
SOXL 역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종목인데 단순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를 넘어 반도체 장비·기술 관련 업체를 포괄한다. 엔비디아와 AMD 등이 대표적인 구성종목이다. 해당 기간 TQQQ 시세가 오른 반면 SOXL 은 급락했다는 점은 기술 부문 내에서도 정보통신(IT) 부문과 반도체 부문 온도 차가 큰 현실을 반영한다.
반도체 업계의 경우 램리서치(LRCX)가 지난달 말 실적 발표 문을 열었다. 회사가 발표한 직전 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50억7000만달러)과 주당 조정 순이익(10.42달러) 모두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가 집계한 시장 전문가 기대치(매출 49억2000만달러·주당 순이익 9.57달러)를 웃돌았다. 최근 반도체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많지만 공급망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나아지고 있고 웨이퍼 생산 장비 수요가 견조했다는 점이 램리서치 실적을 떠받쳤다. 웨이퍼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원판을 말한다.
다만 램리서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반도체 업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팀 아처 램리서치 최고경영자는 성명을 통해 “글로벌 침체 압박 속에 2023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들의 웨이퍼 생산 장비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 제한 영향을 고려하면 웨이퍼 생산 장비 시장이 내년에는 20% 위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반도체 공급 과잉과 재고 증가 탓에 ‘반도체 한파가 올 것’이라는 투자 불안감이 팽배하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주요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조정하고 있는데 실적 발표 시즌에 나오는 전망 관련 언급을 챙겨봐야 한다.
▶SW·사이버보안업체 관심 둘 만
웨드부시 증권은 최근 고객 메모를 통해 주가가 앞으로 최소한 13% 이상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매수 관심 기술주 12개 종목을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세일즈포스, 나이스, 팔로알토 네트웍스, 지스케일러, 포티넷, 애플 등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세일즈포스, 애플 등 세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종목이 아니지만 이들 종목은 정보기술 중에서도 ‘소프트웨어·사이버보안’ 업체들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웨드부시 증권의 대니얼 아이브스 선임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가계 소비 여력 둔화와 기업 투자 유인 감소가 대부분의 산업에 공통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면서도 “다만 IT 중에서도 소프트웨어나 사이버보안 부문 등은 긍정적인 분기 실적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프트웨어나 사이버보안은 실물 경제 침체가 발생해도 일반 기업들의 IT 서비스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기 방어력이 있다는 평가가 눈에 띈다. 아이브스 선임 연구원은 “기업들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3분기 경영진 승인 내역을 보면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와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통합, 사이버보안 지출, 데이터 분석·구축 등과 관련한 거래의 85~90%가 서명·완료됐다”면서 “이런 매출들이 소프트웨어·사이버보안 관련 기업들 투자자본수익률(ROI)을 탄탄히 지탱할 것이며 내년에도 다른 기업들의 관련 부문 투자 예산이 확보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미 전 세계 경제 침체 압박과 이에 따른 가이던스 하향 조정 가능성이 증시를 억눌러왔고 기술 부문은 이런 리스크를 앞장서서 가장 많이 반영해 주가가 떨어졌으나 오히려 폭풍우를 견딜 여력이 있다”고 적었다.
우선 사이버보안 부문에서는 팔로알토 네트웍스(PANW)는 다른 전문가 역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으로 꼽는다. 팔로알토는 세계 최대 사이버보안업체다. 금융 정보 업체 마켓비트 집계에 따르면 회사에 대한 월가 목표주가 평균치는 366달러다. 낸시 텐글러 래퍼 텐글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주식 시장이 공포와 탐욕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고 시장 변동성도 커진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상 어떤 종목이든 다급하게 매수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에서의 보안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팔로알토는 아직 성장세 초반에 있으며 기술 업종 내에서는 팔로알토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베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9일 팔로알토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컨텍스트 인지형 소프트웨어 구성 분석(SCA) 솔루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SCA 솔루션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구성요소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보안 플랫폼인 프리즈마 클라우드에 통합 제공된다.
웨드부시 증권이 언급한 종목 중에서는 지스케일러와 배러니스 시스템, 포티넷, 사이버아크 소프트웨어 등도 사이버 보안 기업들이다. 사이버보안의 경우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해 ‘대규모 사이버 전쟁’ 우려가 부각되면서 투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이버보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ETFMG 사이버 시큐리티 ETF(HACK)의 경우 9월 20일부터 10월 19일까지 최근 한 달간 시세가 4.53% 하락했다. 다만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시리즈 1(QQQ)이 같은 기간 6.32% 떨어진 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은 편이다.
한편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그간 주가 부진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매수 관심 종목으로 빈번히 오르내린다. 회사에 대한 월가 평균 목표주가는 322.62달러다. 골드만삭스의 캐시 랭건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연착륙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마이크로소프트 목표주가를 330달러로 잡고 있는데 19일 마감 시세(236.48달러) 대비 약 40%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랭건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과 애저, 깃허브 등은 회사가 기업용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서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시킬 기반이 된다”면서 “경쟁사 대비 낮은 판매 가격, 기업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 양호한 잉여현금 흐름을 비롯해 고객 기업들의 IT 서비스 지출 용의가 높다는 점 등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원격교육·근무 수요 덕을 봤던 개인용 컴퓨터가 올 들어 출하량 감소 압박을 받는다는 점 등을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IT 관련주 주가 하방 압력이 크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전 세계 시가 총액 1위’ 애플 역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기술주 중에서는 매수하기에 안정적인 종목으로 오르내린다. 회사에 대한 월가 평균 목표주가는 180.42달러다. 모건스탠리의 에릭 우드링 연구원은 “앞으로 많은 업종이 경제 침체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기업들 주당순이익(EPS)이 올 하반기에는 두 자릿수대 감소세일 것”이라면서도 “애플은 침체가 와도 견조한 이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최고의 선호 종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하드웨어 부문의 경우 애플 역시 수요 둔화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상대적으로 둔화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부문까지 통틀어 애플 실적을 추정하면 최근 몇 달간에도 수요가 예상보다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맨해튼 소재 애플 매장. <사진 연합뉴스>
다만 전문가들은 애플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글로벌 기술 기업과 마찬가지로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달러화 표시 매출 둔화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매수 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빅테크로 대표되는 성장 산업은 전통 산업에 비해 주가 낙폭이 큰 만큼 반등 폭 역시 크기 때문에 저점 매수 수요가 상존한다.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이 올해 글로벌 시장 침체 압박을 이유로 긴축 경영을 선언하면서 투자 목적의 자본 지출을 줄이고 인력 감축에 들어간 상황이다.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분기 수익이 시장 전문가 예상치를 넘어설지 여부, 다른 하나는 이들 글로벌 기업이 강달러·인플레이션 비용 압박 등을 이유로 달러화 표시 매출 가이던스를 낮출지 여부다.
월가에서는 연말 산타랠리가 있는 경우 이에 앞서 선매수할 만한 기술주 종목을 추리는 분위기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 경제 침체 압박이 어느 때보다 커진 시점에서 기업이 기존에 내놓은 가이던스(연간 매출·주당순이익 등 실적 희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경우 주가가 반등은커녕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기술 기업 실적 발표를 챙겨봐야 하는 이유다.